폐지 줍고 노점상으로 모은 12억 원 기증하고 떠난 홍계향 할머니

임명수 2024. 5. 2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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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줍기와 노점상 등으로 일하며 평생 모은 전 재산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기부해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행복한 유산 기부 성남시 1호'로 이름을 올린 홍계향 할머니가 지난 19일 세상을 떠났다.

성남시는 22일 오전 성남시립의료원에서 홍 할머니의 발인이 진행됐으며 화장 후 성남시립 추모원에 안치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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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 부산서 태어나 1983년 성남 정착
폐지 줍기 등 억척같이 모아 4층 건물 매입
2010년 외동딸, 2013년 남편 세상 떠나
지난해 9월 낙상으로 병원에서 생활해 와
행복한 유산 기부 성남시 1호’ 홍계향 할머니의 빈소가 차려진 성남시의료원 장례식장. 성남시 제공

폐지 줍기와 노점상 등으로 일하며 평생 모은 전 재산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기부해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행복한 유산 기부 성남시 1호’로 이름을 올린 홍계향 할머니가 지난 19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90세.

성남시는 22일 오전 성남시립의료원에서 홍 할머니의 발인이 진행됐으며 화장 후 성남시립 추모원에 안치됐다고 밝혔다. 홍 할머니는 지난해 9월 낙상사고로 왼쪽 다리뼈가 골절돼 수술 후 재활치료를 받아오던 중 올해 2월 오른쪽 다리뼈마저 골절돼 병원에서 생활해 왔다.

1934년 부산에서 태어난 홍 할머니는 21세에 결혼한 뒤 서울로 상경, 김과 미역 노점상, 폐지 줍기 등을 하며 어렵게 생계를 이어오다 49세 때인 1983년 성남에 정착했다. 이후 홍 할머니는 지하철 청소, 액자 공장 노동자 등 허드렛일을 마다하지 않고 돈을 모았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2002년 현재 거주 중인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 4층짜리 건물(다세대 주택)을 매입했다.

억척같이 살면서 버젓한 내 집까지 마련했지만 홍 할머니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2010년 지병을 앓던 외동딸에 이어 2013년 12월 치매를 앓던 남편까지 세상을 떠나면서다. 홍 할머니의 빈소에서도 유가족 없이 성남시와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성남동북지회관 직원들이 조문객을 맞았다.

평소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던 홍 할머니는 남편을 떠나보낸 후 6개월만인 2014년 6월 자신의 전 재산인 4층 건물을 ‘성남시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기금’에 사용해 달라며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홍 할머니는 성남시 ‘행복한 유산’ 기부자 1호로 등록됐다. 해당 건물의 현재 시세는 12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할머니의 사후 기증 의사에 따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건물을 매각한 후 성남시와 협의 해 저소득층에 전달될 예정이다.

앞서 홍 할머니는 “성남은 제2의 고향”이라며 지역사회에 자원봉사 활동을 꾸준히 했고, 2006년에는 서울대병원에 사후 장기 기증도 약속했다.

21일 빈소를 찾은 신상진 성남시장은 “지난 3월 할머니를 방문해 빠른 회복을 기원했는데 돌아가셔서 안타깝다”며 “지난 19일 병환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연고자가 없어 시가 주관해 장례를 치르며 마지막 가는 길 끝까지 배웅해 드렸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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