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픽처] '퓨리오사', 여전사 탄생기에 녹인 희망…미친 질주는 계속된다

김지혜 2024. 5. 2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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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분노는 슬픔을 연료로 타오른다"

2015년 개봉한 '매드맥스:분노의 도로'(2015)를 채운 정서는 제목 그대로 '분노'였다. 이야기의 시계추를 18년 전으로 되돌린 '퓨리오사:매드맥스 사가'의 주요 정서는 슬픔이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퓨리오사가 엄마에 대한 복수와 고향 녹색의 땅으로의 귀환을 위해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 퓨리오사의 동력은 상실에 대한 슬픔이다.

여느 영웅 서사가 그러하듯 좌절이 있고, 각성이 있고 성장이 있는 이야기다. 이 익숙한 플롯이 새롭게 여겨지는 건 '매드맥스' 시리즈만의 세계관 때문이고, 그 세계관 안에서 움직이는 캐릭터, 그리고 그 캐릭터들을 선명하게 만드는 강력한 액션 덕분이다.

이번 작품에는 미친 맥스가 나오지 않는다. 워보이도 기타맨도 부재하다. 사령관 퓨리오사의 탄생기를 다룬 만큼 시작도 끝도 오로지 퓨리오사다. 그렇다면 퓨리오사만으로 충분한가. 완벽하진 않지만 충분하다.

특히 전편에서 이 캐릭터에 무한한 애정을 가졌던 이라면, 그녀의 눈빛에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비애를 읽었던 관객이라면, 그 물음표에 답을 이 영화로 확인할 수 있다.

'매드맥스:분노의 도로'가 2박 3일간의 '시타델 탈출기'를 그렸다면, '퓨리오사:매드맥스 사가'는 '퓨리오사의 전사(前事)' 15년을 아우른다. 총 5장의 챕터, 3인칭 내레이션을 통해 풀어내는 이야기는 다소 의외지만 조지 밀러 감독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기 위한 화법으로 '친절'을 택했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사막을 배경으로 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라는 점에서 독보적 개성을 확립했고 사막을 내달리는 전투 트럭의 여정 속에 캐릭터를 녹여냈다.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관객을 감독과 배우가 설계한 신세계에 빠져들어 체험하게 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던 전편에서 한 발 나아가 세계관을 확장하고 핵심인물 '퓨리오사'의 서사에도 힘을 실었다. 관객들은 이 영화를 통해 왜 퓨리오사가 의수를 차게 됐는지를 알 수 있다.

문명 붕괴 후 살아남은 인간들의 유일한 터전이 사막이라는 상상력, 물과 기름을 둘러싼 자원 전쟁은 여전히 흥미롭다. 이번 영화에서는 시타델뿐만 아니라 가스타운, 무기 농장이 전면으로 등장해 권력 암투가 두드러진다. 이러한 극한의 상황에서도 지배층과 피지배층은 나눠지고 그 사이에 독재자는 탄생한다. 인간의 독선과 욕망 그리고 들끓는 자유의지는 어떤 환경도 막을 수 없는 본성임을 예외 없이 보여준다.

전편과의 비교는 불가피하다. 더욱이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아날로그 액션의 혁명과 같은 결과물로 전 세계 관객들을 열광시키지 않았던가. 전편이 줬던 신선한 충격을 기대한다면 다소 아쉬울 수 있다. 이미 봤던 것, 체험했던 것에서 나아간다기보다는 익숙한 것들의 귀환이다. 그러나 이 시리즈를 애정하는 팬들에게는 여전히 가슴 뛰는 체험이고, 선물과 같은 귀환이다.

샤를리즈 테론 외엔 대체불가 같았던 퓨리오사는 안야 테일러 조이가 맡았다. '퀸스캠빗'을 통해 매혹적인 아우라를 뽐냈던 안야 테일러 조이는 시련과 좌절을 통해 더 강해지는 성장형 전사를 특유의 강렬한 외모와 연기로 표현해 냈다. 몇 마디의 대사 없이 눈빛만으로 분노와 슬픔을 표현해 내는 강단 있는 연기가 돋보인다. '완성형 퓨리오사' 샤를리즈 테론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영화의 팔 할이라 할 수 있는 사막 액션신의 경우 비하인드를 생각하면 더욱 놀랍다. 조이는 촬영 당시 운전면허가 없었음에도 모든 장면을 대역 없이 소화하며 논스톱 카체이싱 장면을 만들어냈다. 사막이기에 가능했던 무모한 도전은 조지 밀러 감독의 영화를 향한 완벽주의, 배우의 앞 뒤 재지 않은 열정이 있었기에 매듭지을 수 있었다.

이번 작품 역시 톰 홀켄보르흐(정키 XL)가 음악을 맡았지만 전편의 메인 테마 'Brothers In Arms'가 같은 인상적인 OST는 나오지 않는다. 음악보다는 음향에 더 심혈을 기울인 느낌이다. 15분 간 이어지는 사막 탈주 장면에서도 음악을 최소화하고 질주하는 트럭과 기계 마찰음, 각종 무기들이 만들어내는 사운드를 강조해 상황의 긴박감을 높였다.

조지 밀러 감독은 분노와 슬픔의 강을 건넌 퓨리오사를 통해 '희망'을 이야기한다. 엄마가 남긴 씨앗은 누군가의 죽음을 자양분 삼고 자라 열매를 맺는다. 그리고 퓨리오사는 출산기계로 전락한 여성들을 데리고 시타델을 탈출한다. 이는 '분노의 도로'의 시작이다.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의 쿠키영상은 '매드맥스:분노의 도로'의 하이라이트 장면으로 채워졌다. 프리퀄은 이야기의 전진이 아닌 후진이라는 한계를 영화는 쿠키장면을 통해 보완한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시퀄이자 전편인 '매드맥스:분노의 도로'를 다시 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렇게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됐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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