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의심돼 교사 몰래 한 녹음···법원, 교사 정직 처분 ‘취소’

유선희 기자 2024. 5. 2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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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자료사진

학부모가 자녀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몰래 녹음한 초등학교 교사의 발언을 해당 교사에 대한 징계의 근거로 쓸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9부(재판장 김국현)는 교사 A씨가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지난 20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2018년 서울 광진구의 한 초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로 근무하던 A씨는 자신의 반으로 전학 온 학생에게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다”고 말하는 등 정서적 학대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의 발언은 피해 학생의 부모가 가방에 몰래 넣은 녹음기를 통해 알려질 수 있었다. ‘담임에게서 심한 말을 들었다’는 아이의 얘기를 들은 부모가 상황 파악을 위해 녹음기를 자녀의 가방에 넣어 둔 것이다. 해당 녹음 파일은 A씨의 학대 행위 증거로 법원에 제출됐다.

1·2심은 이 녹음파일을 증거능력으로 인정하고 A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지난 1월 대법원은 “몰래 녹음한 파일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 몰래 녹음한 파일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 녹음’이어서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는 취지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타인 간 미공개 대화 녹음 및 청취’를 금지하면서, 이런 식으로 얻은 녹음 내용도 재판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대법원 판단은 A씨의 정직 징계가 적절했는지를 따지는 행정재판에도 영향을 줬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녹음 파일 등이 징계 절차에 직접 증거로 사용되지는 않았지만, A씨가 징계 사실을 인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통신비밀보호법 취지에 비춰 녹음 파일을 배제하지 않은 채 그 내용을 참작해 이뤄진 징계는 타당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른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탄원서를 제출했고, A씨가 해당 학생에게 과한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처럼 최근 ‘몰래 녹음’의 증거 불인정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인용한 판결이 잇따라 나오면서 웹툰작가 주호민씨 부부 사건의 항소심 결과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주씨 부부는 아들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서 확보한 파일을 근거로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1심에서 수원지법은 몰래 녹음한 파일을 증거로 인정하고 특수교사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몰래 녹음한 파일이 통신비밀보호법상 위법하지만, 주씨 부부 아들이 자폐성 장애로 인지능력이 떨어져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다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고 봤다. 해당 사건은 수원지법 항소심 재판부에서 공판이 진행 중이다.


☞ 아동학대 의심돼 교사 몰래 한 녹음…대법 “몰래 녹음, 증거능력 없다”
     https://m.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401111133001#c2b


☞ 주호민 아들 ‘정서적 학대’ 혐의 특수교사 ‘유죄’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402012208005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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