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김정일’에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초상화 정치 시작됐다

곽희양 기자 2024. 5. 2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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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1일 평양 금수산지구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에 참석한 교내 혁명사적관 외벽에 김 위원장 초상화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와 나란히 걸린 모습이 처음으로 포착됐다.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상화가 김일성 주석·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와 나란히 진열된 모습이 공개됐다. 기존 ‘김일성·김정일’ 초상화만 걸려있던 것에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초상화로 바뀐 것이다. 김 위원장을 선대 지도자와 같은 반열에 올리고 우상화하려는 작업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평양 금수산지구에 있는 ‘조선로동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22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당 중앙간부학교는 당 고위 간부를 육성하는 기관이다. ‘김일성고급당학교’가 2020년 2월 관료주의와 부정부패로 비판을 받으며 해산한 뒤, 2023년 3월 당 중앙간부학교가 착공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31일, 5월 15일, 21일 등 세 차례 이곳을 찾아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준공식에서 “조선로동당 중앙간부학교를 세계적인 학원으로 건설하는 것은 김일성-김정일주의 당의 명맥과 백전백승의 향도력을 천추만대로 이어나가기 위한 최중대사(가장 중요한 일)”라고 말했다. 이 학교의 연면적은 13만3000여㎡에 달한다고 노동신문은 소개했다.

당 중앙간부학교 교내 혁명사적관 외벽에는 김 위원장의 초상화가 김일성·김정일 등 선대 지도자와 나란히 진열됐다. 교실 칠판 위에도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초상화가 나란히 걸렸다. 교내 혁명사적관을 마주보고 있는 다른 건물의 외벽에는 마르크스와 레닌의 초상화가 걸렸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초상화가 공공기관에 나란히 진열된 모습이 포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1일 금수산지구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에 참석해 기념 연설을 했다고 22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칠판 위에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초상화가 보인다.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이를 두고 2012년 집권한 김 위원장이 선대 지도자들과 같은 반열에 올라섰고, 김 위원장에 대한 우상화 작업이 시작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핵·미사일 고도화와 평양시 대규모 주택 건설 등의 치적을 쌓고, ‘김정은주의’와 ‘새시대 당건설’ 등 자신만의 사상을 내놓은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 단계에 진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의 지도자는 ‘치적 쌓기 - 사상 발표 - 우상화’라는 패턴을 보여왔다고 홍 위원은 설명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마르크스와 레닌의 초상화와 김씨 일가의 초상화가 마주보고 배치된 것에 대해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전통성, 백투혈통의 정통성을 보여준다”며 “특히 김 위원장이 선대의 반열에 올랐다는 위상 강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양 총장은 이어 “마르크스레닌주의가 개인주의와 우상화, 세습을 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정집과 공공기관, 학교, 사무실 등 북한 곳곳에 걸린 ‘김일성·김정일’의 초상화도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초상화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1일 금수산지구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에 참석해 기념 연설을 했다고 22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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