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에게 대포폰·은신처 부탁한 마약사범…대법 "범인도피교사 아냐"

장혜진 2024. 5. 2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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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차명 휴대전화와 은신처를 부탁한 마약 사범을 범인도피교사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그러나 최씨처럼 타인을 동원해서 도피하는 등 스스로 도피하는 수준을 넘어 방어권을 남용하면, 타인에게 범인도피를 교사한 죄로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최씨를 마약 혐의로는 처벌할 수 있지만 범인도피교사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면서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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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차명 휴대전화와 은신처를 부탁한 마약 사범을 범인도피교사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범인도피교사가 아닌 방어권 차원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향정),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기소된 최모 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25일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연합뉴스
최씨는 2021년 10월 검찰 수사관들이 마약류 밀수입 범죄로 자신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자 10년 넘게 알던 지인 이모 씨에게 은신처와 차명 휴대전화 마련을 부탁한 혐의를 받는다. 이씨는 같은해 10월18일부터 11월23일까지 자신의 주거지에 최씨를 숨겨 주고 자신의 지인 명의 휴대폰을 개통해 최씨가 쓸 수 있게 했다. 주거지를 찾은 수사관들에게는 “나는 최씨 번호도 모르고 연락하려면 다른 지인에게 부탁해야 한다”고 거짓말을 해 건물 안에 있던 최씨를 도피시켰다.

기본적으로 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는 ‘스스로 죄를 인정할 필요가 없다’는 자기부죄의 원칙에 따라 거짓말을 하거나 도망가더라도 처벌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씨처럼 타인을 동원해서 도피하는 등 스스로 도피하는 수준을 넘어 방어권을 남용하면, 타인에게 범인도피를 교사한 죄로 처벌할 수 있다. 

1심과 2심은 최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다른 이들과 공모해 메트암페타민 1500g을 수입한 혐의도 반영된 형량이다. 1,2심은 최씨가 은신처와 차명 휴대폰 마련 등을 요청한 것이 일반적인 도피행위의 범주를 벗어나 방어권을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있어 범인도피교사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사지=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대법원은 최씨를 마약 혐의로는 처벌할 수 있지만 범인도피교사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면서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대법원은 최씨의 행위가 “형사사법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한다고 보기 어려운 통상적인 도피의 한 유형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형사피의자로서의 방어권 남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씨는 피고인과 10년 이상의 친분관계 때문에 피고인의 부탁에 응해 도와준 것으로 보이고, 도피를 위한 인적·물적 시설을 미리 구비하거나 조직적인 범죄단체 등을 구성해 역할을 분담한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씨는 별도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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