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27조원’ 헬로 키티...산리오 디자이너가 말한 성공 비결

김민기 기자 2024. 5. 22. 16:0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ALC]
2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5회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ALC) '헬로 키티 출시 50주년 : 키티의 어머니가 말하는 '귀여움'의 비결' 세션에서 산리오 캐릭터 디자이너 야마구치 유코가 이야기하고 있다./고운호 기자

일본 캐릭터 기업 ‘산리오’에서 1974년 출시한 캐릭터 ‘헬로, 키티’(이하 키티)는 올해로 50주년을 맞았다. 반세기 동안 일본을 상징하는 대표 캐릭터로 거듭났고,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 다양한 연령층의 팬 사이에서도 높은 인기를 끌었다. ‘키티노믹스(키티+이코노믹스, 키티 경제)’라는 말도 나온다. 키티의 추정 몸값은 200억달러(약 27조원)에 달한다.

야마구치 유코 산리오 수석 디자이너는 키티의 디자인 총괄이다. 그는 2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헬로키티 출시 50주년: 키티의 어머니가 말하는 귀여움의 비결’ 세션에서 “캐릭터 산업에선 늘 캐릭터를 진화시켜야 하고, 그 과정에서 팬들에 귀 기울여야 한다. 사인회를 셀 수도 없이 열고 팬들 의견을 들었다”며 키티의 성공 비결을 밝혔다.

도쿄 여자미술대학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야마구치 디자이너는 1978년 산리오에 입사해 1980년부터 키티 디자인을 담당했다. 당시 키티는 큰 인기를 끄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하지만 야마구치 디자이너는 5년 뒤 키티를 산리오의 대표 캐릭터로 만들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는 키티가 일본을 넘어 세계적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비결은 ‘진화’다. 야마구치 디자이너는 어린아이를 넘어 중·고교생도 키티의 팬이 될 수 있도록 밝은 색 대신 검정색을 사용한 키티 디자인을 내놨고, 이후엔 다시 화사한 분홍색 디자인을 선보이는 등 계속 변화를 줬다. 야마구치 디자이너는 “1980년, 키티를 어떻게 하면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로 만들지 고민이 컸다. 그러다 사인회에서 만나는 팬들의 아이디어는 정말 풍부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후 계속 세계 각국에서 사인회를 갖는다”고 했다. 소비자 반응을 수십 년간 살펴온 것이다. 그는 이날 1시간쯤 진행된 세션에서 “팬이 중요하다” “사인회에서 아이디어를 듣는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이런 피드백들을 통해 키티는 다양한 소비자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키티 관련 상품은 약 5만여 종에 이른다. 130여 국가에서 판매 중으로, 키티는 명실상부 산리오의 캐시카우(수익원)다. 키티가 꾸준히 수익을 내온 가운데, 최근 산리오의 다른 캐릭터 ‘쿠로미’ ‘시나모롤’ 등이 한국을 비롯해 각지에서 인기를 끌며 산리오의 매출은 크게 늘었다. 산리오는 올 3월 결산 기준 매출액 999억8100만엔(약 873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8% 증가했다. 순이익은 175억8400만엔(154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116%나 증가한 것이다. 주가는 1년 전 대비 약 20% 늘 정도로 상품만큼이나 주식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크다.

과거 산리오 매출은 키티가 홀로 견인하다시피 했다. 2017년 기준 북미 매출에서 키티 비중은 90%에 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2년 62%로까지 감소했고, 다른 인기 캐릭터들의 비중이 커졌다. 그렇다고 키티의 인기가 시든 건 아니다. 키티의 매출 비율은 줄었지만, 매출액은 줄지 않았다는 게 산리오 측의 설명이다. 키티가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가운데 다양한 차세대 캐릭터를 함께 등장시키며 서로의 인지도를 함께 높이는 다각화 전략이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마구치 디자이너는 이날 최근 회사의 호실적에 대해 “키티가 혼자 한 것은 아니고, 다른 캐릭터와 힘을 모은 결과다. 앞으로 해외 현지에 직영점을 더욱 늘리는 방안 등을 생각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일본엔 ‘지속은 힘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기존 캐릭터(키티)를 계속 키우며 10년에 한 번 정도 새 캐릭터를 투입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본다”고 했다. 키티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야마구치 디자이너는 이날 현장을 찾은 젊은 대학생들에게도 조언을 건넸다. 그는 “그림만 잘 그리는 걸로는 좋은 디자이너가 될 수 없다”며 “학창시절 밴드, 미술, 농구 등 다양한 활동을 했고, 영화와 뮤지컬도 즐긴다. 다양한 지식을 갖고 있지 않으면 스토리 있는, 사랑 받는 캐릭터를 만들 수 없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