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가방에 녹음기 넣어 교사 발언 녹음…법원 “징계 근거 안돼”
학부모가 자녀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교사가 하는 말을 몰래 녹음했다면 그 녹음은 해당 교사에 대한 징계 판단 근거로 쓸 수 없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앞서 이 사건의 형사 재판에서 해당 녹음을 유죄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9부(재판장 김국현)는 지난 20일 교사 A씨가 “정직 3개월의 징계를 취소해달라”며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지난 2018년 초등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을 맡고 있던 A씨는 교실에서 전학 온 학생 B에게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아. 학습 훈련이 전혀 안 돼 있어”라고 말했다. 당시 A씨의 말은 B 학생의 어머니가 자녀 가방에 넣어둔 녹음기에 그대로 녹음됐다. 아동 학대 정황을 전해들은 어머니가 녹음기를 사용해 증거를 수집한 것이다.
A씨는 B학생에 대한 정서적 학대 혐의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벌금 500만원 판결을 받았다. 교사가 수업 중 교실에서 한 말은 ‘공개된 대화’로 제3자가 녹음할 수 있고, 피해 아동의 보호를 위해서는 녹음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녹음파일을 증거로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1심 유죄 판결 이후 A씨는 교육당국에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았다. A씨는 징계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에 대한 형사 사건에서 지난 1월 원심과 달리 판단했다. 수업 중인 초등학교 교실은 공개된 장소가 아니며, 교사 발언도 ‘공개되지 않은 대화’라고 했다. 이에 따라 B학생의 어머니가 수집한 녹음 파일은 통신비밀보호법상 불법에 해당하는 제3자 녹음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 법은 이 같은 녹음은 재판이나 징계 절차에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도 A씨가 소송을 제기한 지 3년 6개월만에 A씨에 대한 정직 3개월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녹음파일 등이 징계 절차에 직접 증거로 사용되지는 않았지만, A씨가 징계 사실을 인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녹음파일을 배제하지 않은 채 그 존재와 내용을 참작해 이뤄진 징계양정은 그 자체로 타당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탄원서가 제출됐고, A씨가 B학생에 대한 과한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 반성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도 고려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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