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사범, 10년 지인에게 “숨겨달라” 부탁…대법원 “도피교사 아니다”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4. 5. 2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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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알고 지낸 지인에게 자신을 숨겨 달라거나 대포폰을 부탁한 마약사범을 '범인도피 교사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과 범인도피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타인을 동원해 도피하는 등 자신의 방어권을 남용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범인도피 교사로 처벌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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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대상 오르자 “숨겨달라” 부탁
자신의 방어권 남용했는지가 쟁점
1·2심은 모두 유죄로 보고 실형 선고
대법원 파기환송…“도피교사는 무죄”
대법원 전경 [사진 출처 = 연합뉴스]
10년 동안 알고 지낸 지인에게 자신을 숨겨 달라거나 대포폰을 부탁한 마약사범을 ‘범인도피 교사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범죄자가 자신의 방어권을 행사하는 수준으로 위법한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과 범인도피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마약 관련 혐의는 인정되나 범인도피교사 혐의는 무죄로 봤다.

A씨는 2021년 10월 태국에서 마약을 밀수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도주했다. 그는 검찰이 자신의 주거지를 압수 수색하자 10년 넘게 알고 지낸 B씨에게 자신이 숨을 은신처와 대포폰을 마련해줄 것을 부탁했다.

이에 B씨는 A씨를 자신의 집에 숨겨주고 수사관이 찾아와 A씨의 행방을 묻자 “휴대전화 번호를 몰라 직접 연락할 방법이 없다” 등의 거짓말을 하고 A씨의 도피를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A씨가 B씨를 통해 행한 도피 교사 행위가 ‘통상적인 방어권 행사’ 범위를 넘어선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는 스스로 죄를 인정할 필요 없는 ‘자기부죄의 원칙’에 따라 거짓말을 하거나 도망간다고 해서 추가로 처벌되지 않는다. 그러나 타인을 동원해 도피하는 등 자신의 방어권을 남용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범인도피 교사로 처벌받을 수 있다.

1심과 2심은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범인도피 교사 혐의는 무죄로 보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B씨는 A씨와의 10년 이상 친분관계 때문에 부탁에 응해 도와준 것으로, 도피를 위한 인적‧물적 시설을 미리 구비하거나 조직적인 범죄단체 등을 구성해 역할을 분담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한편 A씨를 자신의 집에 숨겨주고 수사관에게 거짓말을 한 혐의 등을 받은 B씨는 별도로 기소돼 징역 8개월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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