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우석·김혜윤이 바라고 팬들도 원하는 '선업튀'의 진짜 정해진 운명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4. 5. 2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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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 업고 튀어’, 사랑도 삶도 모두 얻는 해피엔딩이 될 수 있기를

[엔터미디어=정덕현] "근데 정말 그렇게 끝나요? 결말이요. 그 남자는 정말 사랑했던 여자에 대한 모든 걸 잊고 그렇게 사는 건가요?" 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서 류선재(변우석)는 임솔(김혜윤)이 쓴 영화 기획안의 결말이 새드엔딩이라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건 다름 아닌 몇 차례나 시간을 되돌려 선재를 구하려 했지만 결국 두 사람이 얽혀서는 선재가 죽게 되는 운명을 피할 수 없어 솔이가 결정한 결말이었다. 아예 인연을 맺지 않으려는.

하지만 여자 입장에서 남자를 살리는 그 기획안의 결말을 "해피엔딩"이라고 말하는 솔이에게 선재는 말한다. "대신 사랑을 잃었죠. 사랑을 잃은 여자는 행복합니까? 거 봐. 새드엔딩이라니까. 결말은 마음에 안드네요." 선재의 이 말에는 솔이가 쓴 기획안의 내용처럼 달려온 이 드라마가 그리고픈 진정한 해피엔딩에 대한 욕망이 담겨있다. 시청자들은 솔이와 인연이 얽힌 선재가 끝내 죽음을 맞이한다 해도(물론 이것도 바라는 건 아니지만) 두 사람의 사랑이 이뤄지길 바란다. 그것이 해피엔딩이라 생각한다.

여러 차례 타임리프를 하며 과거로 돌아가 정해진 선재의 죽음을 피하게 하려 안간힘을 썼지만 그런 시도는 번번이 수포로 돌아갔다. 솔이는 결국 선재를 처음 만났던 어느 비오는 날, 그 만남 자체를 회피한다. 이로써 각자의 삶을 살아가게 됐지만, 그 운명은 의지와 상관없이 다시 이어진다. 솔이가 선재와 얽힌 자신의 경험을 비춰 쓴 영화 기획서를 선재가 읽고는 알 수 없는 눈물을 계속 흘리고, 솔이와 우연히 계속 마주치는 일들이 벌어진다. 처음에는 선재와 영화 작업을 하지 않으려 밀어내는 솔이에 대한 오기로 다가왔지만 그 마음은 점점 진심이 되어간다.

"내가 요즘 좀 이상합니다. 그쪽이 쓴 기획서 읽고 나서 이상한 증상이 생겼어요. 갑자기 눈물이 나지를 않나. 꿈도 꿔요. 내가 겪을 일 같은 생생한 꿈. 그리고 여기도 분명 처음인데 낯설지가 않아요. 마치 언젠가 와본 것처럼 그래서 그런가? 다른 작품보다 유달리 더 끌리네요." 하지만 그 이끌림이 어디서 비롯하는지 시청자들은 알고 있다. 14회에 걸쳐 끝없이 이어져온 솔이와 선재의 만남과 헤어짐이 어찌 우연이겠나. 그건 운명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미 선재는 과거 솔이가 시간을 되돌려 만났던 시절에 솔이가 미래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래서 자신이 죽을 운명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솔아. 이제 도망치지 말고 그냥 나 좋아해. 너 구하고 죽는 거면 난 괜찮아." 이것이 선재가 솔이가 쓴 기획안의 결말이 마음에 안든다고 하는 이유이고 그가 바라는 해피엔딩이기도 하다.

삶인가 사랑인가. <선재 업고 튀어>는 이제 이 선택지를 들고 마지막 결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솔이는 자신과 얽히면 선재가 "죽을 수도 있다"고 말하지만 선재는 솔이와 엮이기 위해 "죽을 각오"도 하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는 마치 계속 같은 자리를 돌고 도는 관람차 같은 반복을 거듭해왔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그 같은 자리를 벗어나 새로운 운명을 만들어가는 것일 게다. '죽는 것'이 아니라 '죽을 수도 있다'는 건 '살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이것은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둘 다 쟁취해야 하는 어떤 것이어야 한다고 시청자들은 바랄 게다.

엔딩에 이르러 <선재 업고 튀어>가 영화 기획안이라는 장치를 가져와 엔딩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는 대목은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그것은 마치 이 작품이 누군가를 최애로 좋아하고 그래서 과거로 돌아가는 타임리프 판타지까지 동원해 꿈꾸기도 하는 팬들의 마음을 담은 것 같은 느낌을 줘서다. 최애와 팬 사이는 그렇게 적당한 거리로 떨어져 있지만 그 사이를 채우는 건 좋아하는 마음이 아닐까. 그 마음은 과거 언젠가 우리가 인연으로 만났을 수 있고, 다만 지금은 그걸 기억하지 못해 멀리서 응원할 수밖에 없는 선재와 솔이의 이야기와 그리 다르지 않을 게다. 좋아하지만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그 마음.

그래서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솔이가 쓴 영화 기획안의 해피엔딩도 선재가 말하는 해피엔딩도 시청자들에게는 진정한 해피엔딩일 수 없다. 삶도 사랑도 모두 얻어 솔이가 바라는 것도 또 선재가 바라는 것도 모두 이뤄지는 해피엔딩. 최애와 팬 사이에서 현실에서는 벌어질 수 없는 일이지만 그래서 드라마나 영화 기획안으로는 꿈꾸게 되는 바로 그 진정한 해피엔딩을 시청자들은 바라게 된다. 그리고 그건 아마도 이 드라마의 진짜 정해진 운명일 게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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