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트럼프의 이바나 강간을 묘사? 칸영화제 논쟁작 직접 보니 [2024 칸영화제]

김유태 기자(ink@mk.co.kr) 2024. 5. 22.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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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칸영화제] 알리 압바시 연출 ‘어프렌티스’
프랑스 칸영화제는 세계 영화의 가장 뜨거운 현장이자 지금 이 순간 세계인이 열광하는 시네마의 준거점입니다. 제77회 칸영화제 현지에서 칸 황금종려상 후보인 ‘경쟁 부문(In Competition)’ 진출작과 관련한 소식을 밀도 있게 전해 드리겠습니다.

※일부 장면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현재 프랑스에서 열리고 있는 칸영화제에 문제작이 한 편 등장했습니다. ‘트럼프의 강간’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입니다.

도널드 트럼프의 전기영화인 이 작품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인 ‘경쟁 부문’에 진출했는데 이틀 전 첫 상영 직후 지금 이 순간 칸에서 가장 논쟁적인 작품이 됐지요. 지난 20일(현지시각) 칸영화제 본관 팔레 데 페스티벌 건물의 드뷔시 극장에서 알리 압바시 감독의 ‘어프렌티스’를 직접 살펴봤습니다.

트럼프의 젊은 시절을 다룬 전기 영화인 ‘어프렌티스’에서 그의 아내 이바나 트럼프 배역을 맡은 불가리아 배우 마리아 바카로바가 21일(현지시각) 칸 외신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그녀는 ‘젊은 시절의 이바나’를 연기했습니다. [로이터·연합뉴스]
젊은 시절의 트럼프에서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그는 아버지 밑에서 부동산 개발사업을 진행하던 젊은 사업가였습니다. 이 영화에서 다루는 젊은 트럼프는, 우리가 상상하는 ‘권력자’ 위치의 트럼프가 아니라 어리숙한 면도 있고 긴장하는 면도 있는 ‘풋내기’ 트럼프입니다. 긴장도 하고 밀린 월세를 받으려다 세입자에게 물벼락을 맡기도 합니다.

그런 트럼프는 한 조력자를 만나 ‘자본주의를 비틀어 이익을 만들어내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그 조력자는 로이 콘이란 이름의 변호사였습니다. 뉴욕의 최상류층 변호사인 로이 콘은 악랄한 방식으로 법정 싸움에서 승승장구했습니다. 로이 콘에겐 정의란 없고 오직 승리만이 중요합니다. 로이 콘은 한 술집에서 만난 청년 트럼프의 잠재성을 알아봤습니다. 아주 고압적이지만 트럼프와의 유대관계를 맺습니다.

어리숙했던 트럼프는 로이 콘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움에서 이기는 법’을 배웁니다. 그 가르침은 40년 뒤 우리가 사는 세상을 만들어 냈습니다. [칸영화제 웹사이트]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교실에서 이뤄지는 어둠의 수업은 이렇게 진행됩니다. 로이 콘이 말하는 원칙은 단 한 가지였습니다. “어택, 어택, 어택(Attack, Attack, Attack).” 첫째, 상대가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공격하라, 둘째, 현실을 비틀어 나의 논리를 판사에게 주장해 반드시 승소하라.

로이 콘 그러므로, 오늘날 트럼프라는 문제적 인물을 만들어낸 ‘트럼프의 정신적 스승’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트럼프를 포함한 로이 콘의 의뢰인들은 ‘법을 준수하는 세상’이 아니라 ‘합법을 만들어내는 세상’을 구축하지요.

영화 ‘어프렌티스’에는 더 문제적인 장면이 있습니다. 바로 트럼프의 전 부인인 이바나와의 관계를 다룬 부분들입니다. 트럼프는 이바나를 한 클럽에서 만났습니다. 원래 남자친구가 있던 이바나는 트럼프를 거부하지만, 트럼프는 끈기있는 구애로 사랑을 달성합니다. 그러나 로이 콘은 아무 실익이 없는 이바나와의 결혼을 극렬히 반대하지요. 그럼에도 둘은 ‘순수한 사랑’으로 결혼합니다.

후반부 최악의 문제적 장면은 여기서 등장하는데, 트럼프가 이바나를 강압적으로 성관계를 맺는 장면(실질적으로 강간)입니다. 이 영화에서 묘사된 성애 부분은 한둘이 아닙니다. 로이 콘의 의뢰인들이 한 저택에 모여 여성들을 불러 벌이는 집단 성교 장면도 충격적입니다.

20일(현지시각)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어프렌티스’ 출연진들. 왼쪽 네 번째 인물이 알리 압바시 감독입니다. [신화·연합뉴스]
올해 칸영화제 화제의 인물 알리 압바시 감독이 20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그는 2022년 영화 ‘성스러운 거미’로 이슬람을 비판한 데 이어 이번 ‘어프렌티스’로 트럼프식 권력의 탄생을 조명했습니다. [로이터·연합뉴스]
논쟁에도 불구하고, 영화 ‘어프렌티스’의 주제의식은 간명해 보입니다.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최고 권력자인 도널드 트럼프를 누가 만들었는가’입니다. 로이 콘은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만이 있다. 바로 킬러와 루저”라고 트럼프를 가르치는데, 그런 사고방식은 40년이 지나 현대 세계의 질서가 됐습니다. 따라서 이 영화는, 사실을 왜곡해 승리만을 쟁취하는 세상을 만든 장본인의 뒷면에는 과연 누가 있었는가를 질문합니다.

알리 압바시 감독은 재작년 칸영화제에서도 ‘성스러운 거미(Holy Spider)’로 경쟁 부문에 진출했고, 이 작품의 주연을 맡은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는 여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성스러운 거미’는 이슬람을 정면으로 비판했는데, 이 때문에 이란 정부의 비난을 받은 논쟁작이었습니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어프렌티스’를 연출한 알리 압바시 감독은 칸 트로피를 손에 거머쥘 수 있을까요. 칸영화제수상 결과는 25일(현지시각) 저녁에 발표됩니다.

칸영화제 ‘어프렌티스’ 티켓. 20일(현지시각) 팔레 드 페스티벌 드뷔시 극장에서 사용한 티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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