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경제] 주사위 던져서 낙찰? 특판가구 10년간 입찰 담합

김세령 2024. 5. 22.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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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09:00~10:00)

■ 진행 : 조태현 기자

■ 방송일 : 2024년 5월 22일 (수요일)

■ 대담 : 공정거래위원회 오행록 제조카르텔조사과장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조태현 기자 (이하 조태현) : 최근 공정위가 특판가구업체들의 입찰담합에 대해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하였다는 소식, 청취자 여러분들도 뉴스에서 많이 접하셨을텐데요. 어떤 내용인지 공정거래위원회 오행록 제조카르텔조사과장님과 자세한 이야기 나누어 보겠습니다. 과장님 안녕하세요.

◇ 공정거래위원회 오행록 제조카르텔조사과장님 (이하 오행록) :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조태현 : 구체적인 이야기 나누기 앞서서요, 우선, '특판가구'란 무엇인가요?

◇ 오행록 : 특판가구라고 하면,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데요. 보통 신축 아파트에 들어가보면 싱크대, 붙박이장, 신발장 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아파트를 시공할 때 부착·설치되는 가구를 특판가구라고 합니다. 특판가구 시장은 일반 소비자들이 가구를 구매하는 시장이 아니라, 건설사와 가구업체들 간에 거래가 이루어지는 B2B 시장입니다. 발주처인 건설사가 아파트 건설 현장별로 입찰을 실시해서 업체를 선정하면, 업체가 가구를 납품·설치하게 됩니다.

◆ 조태현 : 그러면 소비자분들이 익히 알고 계시는 브랜드 가구업체들 중에서도 특판가구를 취급하는 업체들이 있나요? 특판가구 시장의 규모나 주요 사업자에 대해 궁금해 하실 분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 오행록 : 네, 가구업체들 중에는 소비자만을 대상으로 침대, 옷장, 책상 등 일반가구를 판매하는 업체들도 있고, 건설사에 특판가구만 판매하는 업체들도 있습니다. 일반가구와 특판가구를 함께 판매하는 경우도 있는데, 현대리바트, 한샘 같은 업체들이 이에 속합니다. 특판가구 시장은 2014년 이래로 현대리바트, 한샘, 에넥스 3강 체제로 유지되고 있고, 시장규모는 연간 1조 3천억 원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 조태현 : 그렇다면 특판가구 입찰담합, 언제부터 이뤄지기 시작했던 건가요? 담합이 발생한 계기가 있었나요?

◇ 오행록 : 특판가구 시장은 건설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데요.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위축되어 있던 건설경기가 2011년 이후 활성화되면서 아파트 입주 물량이 대폭 증가하였고, 그 영향으로 기존에는 대형 가구업체 위주로 유지되던 특판가구 시장에 중소형 가구업체들이 대거 참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쟁이 심화되자, 가구업체들 간에 출혈경쟁을 피하고자 하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담합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조태현 : 최근의 기사 내용들을 보면, 특판가구 입찰에서 가구업체들끼리 오래 전부터 담합을 해온 것으로 보이는데요. 사건 내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 오행록 : 이번 조사를 통해 31개 가구업체들이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약 10년간 24개 건설사가 발주한 특판가구 입찰에 참여하면서 낙찰예정자·입찰가격 등을 담합한 사실이 밝혀졌고, 담합 규모(계약금액 합계액)가 2조 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드리면, 이 건 입찰담합은 낙찰예정자 결정 합의와 입찰가격 합의 등 두 가지 형태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먼저, 낙찰예정자 합의의 경우 주사위 굴리기, 제비뽑기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각 입찰별로 낙찰받을 사업자를 결정하고, 낙찰예정자가 각 사별 견적서를 작성하여 배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다음으로, 낙찰예정자를 명시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입찰가격만 합의하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낙찰을 원하는 업체가 경쟁업체에게 높은 가격으로 투찰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하고, 낙찰받을 의사는 없지만 입찰참가자격을 유지하고 싶은 업체가 견적서 작성에 드는 노력을 줄이기 위해 경쟁업체로부터 견적서를 제공받아 투찰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 조태현 : 그러면, 사전에 낙찰예정자를 합의하는 행위 외에 견적서만 서로 주고받는 행위도 입찰담합에 해당하는 건가요?

◇ 오행록 : 네, 업체들 간에 견적서를 주고 받는 것도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입찰가격 합의'에 해당합니다. 견적을 받은 업체는 받은 금액대로 또는 그보다 높은 금액으로 투찰하고, 견적을 제공한 업체는 자신이 낙찰받거나 적어도 견적을 받은 업체보다 높은 순위를 확보한다는 합의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견적 제공업체는 자신의 낙찰확률을 높이고 견적을 받은 업체는 입찰참가자격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이로 인해 신규 사업자가 특판가구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워지는 등 경쟁제한효과도 발생하게 됩니다.

◆ 조태현 : 사건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이번 특판가구 입찰담합에 대해 어떤 제재가 이루어졌나요?

◇ 오행록 : 공정위는 본 건 담합에 가담한 31개 가구업체들에 시정명령과 함께 총 93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또한, 지난해 4월 검찰의 고발요청에 따라 주요 가구업체 및 임직원을 고발(23. 4. 13.)한 바 있으며, 현재 형사재판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 조태현 : 이번 사건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 오행록 : 이번 사건은 대다수 국민들의 주거공간인 아파트의 분양원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특판가구 구매입찰 담합을 제재한 첫 사례인데, 이번 조치로 장기간에 걸쳐 지속되어 온 가구업계의 담합관행을 근절되고 특판가구시장의 경쟁질서가 정상화되기를 기대합니다.

◆ 조태현 :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국내 주요 가구업체들이 10년에 걸쳐 약 1조 9천억 원대 규모로 담합한 것에 비해 과징금 등 제재 수준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오행록 : 과징금액이 사안의 중대성이나 담합 규모에 비해 다소 작다고 보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과징금은 관련매출액의 규모뿐만 아니라, 위반사업자의 현실적 부담능력, 경제여건 등도 충분히 반영하여 결정해야 합니다. 본 건에서는 ①가구업체들이 대부분 중소기업이고, ②최근 건설경기 침체,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재무상황이 크게 악화된 점, ③발주처인 건설사들에 대해 거래상 우월한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여 과징금액을 산정하였습니다. 아울러, 주요 가구업체들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에 따라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 조태현 : 이번 제재로 특판가구 담합에 대한 조치가 모두 끝난 것인가요? 아니라면 향후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 오행록 : 이번 결정은 비교적 규모가 큰 건설사들(24개)이 발주한 특판가구 입찰담합을 우선적으로 조사하여 제재한 것입니다. 그 밖에 약 70여개 소형 건설사들이 발주한 입찰에 가구업체들이 담합한 혐의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통해 신속히 제재할 예정입니다.

◆ 조태현 : 이제 어느덧 마무리해야 할 시간인데요, 마지막으로 과장님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오행록 : 공정위는 앞으로 국민의 의식주·생필품 등 민생 밀접 분야에서 발생하는 담합에 대해 집중 감시할 계획입니다. 담합은 사업자 간 은밀하게 진행되고 적발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신고와 내부고발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공정위는 지난 5월 1일부터 「민생 밀접 분야 불공정행위 신고센터」를 공정위 홈페이지를 통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민생 밀접 분야에 대한 담합 혐의를 인지한 분들께서는 적극적으로 신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신고를 통해 법 위반이 인정되면 그 증거나 조치 수준에 따라 최대 30억 원까지 신고포상금이 지급될 수 있고, 법 위반 사업자의 내부 직원도 신고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담합이 적발된 업체에 대해서는 엄중 제재하여 기업 간 경쟁이 촉진되고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줄어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조태현 :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공정거래위원회 오행록 제조카르텔조사과장이었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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