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남편 잃고 ‘막일’로 모은 12억 재산…다 주고 떠난 홍계향 할머니

2024. 5. 2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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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과 폐지 줍기, 지하철 청소 등 갖은 노동으로 모은 전 재산을 사후에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한 홍계향(90)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할머니는 2014년 6월 다세대주택(현재 시세 12억원 상당) 등 전 재산을 사후에 성남시 저소득층을 위해 사용하도록 경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해 성남시 첫 '행복한 유산' 기부자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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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홍계향 할머니의 2014년 6월 생전 모습. [성남시 제공]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노점과 폐지 줍기, 지하철 청소 등 갖은 노동으로 모은 전 재산을 사후에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한 홍계향(90)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22일 성남시는 "홍 할머니가 19일 병환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연고자가 없어 시가 주관해 장례를 치르며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며 "할머니가 살던 4층 규모 다세대주택은 생전 밝힌 뜻에 따라 지역 저소득층을 위해 소중히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할머니는 2014년 6월 다세대주택(현재 시세 12억원 상당) 등 전 재산을 사후에 성남시 저소득층을 위해 사용하도록 경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해 성남시 첫 '행복한 유산' 기부자로 이름을 올렸다.

할머니는 본래 가진 게 많지 않았다. 1934년 부산에서 태어난 할머니는 21살에 결혼한 뒤 서울로 상경해 김·미역 노점상, 폐지 줍기 등을 하며 어렵게 생계를 이어오다 49살 때인 1983년 성남에 정착했다. 이후에는 지하철 청소, 공장 근로자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해 돈을 벌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마련한 것이 2002년부터 별세하기 전까지 살던 중원구 성남동의 다세대주택이다.

평소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신념을 갖고 있던 할머니는 외동딸이 2010년 질병으로 죽고 치매를 앓던 남편마저 2013년 12월 세상을 떠나자 재산 기부 절차를 밟았다. 이듬해 전 재산 기부를 약정한 뒤에도 지역사회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꾸준히 했고, 2006년에는 서울대학교병원에 '사후 장기 기증'도 약속했다.

홍 할머니는 지난해 9월과 올해 2월 연이은 사고로 두 다리뼈가 모두 골절돼 숨을 거두기 전까지 병원에서 생활했다.

전날 저녁 빈소를 찾은 신상진 성남시장은 "두 달 전 할머니를 찾아뵙고 빠른 회복을 기원했는데 안타깝다"라며 "기부한 유산은 고인의 바람대로 소중히 쓰겠다"라고 했다. 발인식은 이날 오전 성남시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홍 할머니는 화장 뒤 성남시립 추모원에 안치된다.

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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