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하오베이징] "대륙은 지금 9.9위안(1900원) 커피전쟁 중"

우경희 머니투데이 베이징 특파원 2024. 5. 22. 13:5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국 커피 매장 점유율.
스타벅스의 철옹성을 깨고 중국 커피시장 1위에 등극한 업계 기린아 '루이싱(瑞幸)커피'의 1분기 실적 성적표가 이상하다. 전년 대비 매출이 무려 41.5%나 늘어났는데 영업이익은 99.3% 줄어들며 적자를 겨우 면했다.

승승장구하는 루이싱커피의 실적이 이처럼 속 빈 강정이 된 이유는 뭘까. 바로 끝없는 커피 저가 경쟁 탓이다. 규모 면에서 스타벅스를 제쳤지만 후발주자이자 루이싱의 전략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코티(庫迪·쿠디)가 사활을 건 도전을 해 오면서 말 그대로 피투성이 전쟁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中 커피 최강자 된 루이싱… 1분기 이익률은 겨우 0.08%?


루이싱은 중국 커피시장의 명실상부한 1인자다. 그런데 실적은 실속이 없다. 루이싱의 올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1.5% 늘어난 62억7800만위안(약 1조2000억원)이었지만 영업이익은 99.3% 급감한 500만위안(약 9억6000만원)에 그쳤다.

공식 발표된 영업이익률은 0.1%. 정확히는 0.08%다. 조단위 매출을 내고도 적자를 겨우 면했다는 의미다. 루이싱의 지난해 1분기 이익률은 16.5%였다. 그런 이익률이 급감한 건 비단 올 1분기 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 4분기 이익률도 3.9%로 낮았다.

루이싱 측은 "이 같은 수익성 급락은 현재 진행 중인 9.9위안(1900원) 프로모션으로 인한 제품 판매단가 하락, 급격한 매장 확장으로 인한 매장 임대료와 인건비, 원자재 비용 증가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격경쟁을 벌이느라 수익성을 챙길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루이싱의 저가 전략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루이싱 궈진이 CEO는 "9.9위안 이벤트가 최소 2년 이상 연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루이싱은 올 1분기 이후 가격 인상을 검토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후발주자이자 경쟁자인 코티와 사활을 건 점유율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가격을 올렸다간 지금의 점유율을 유지할 수 없으며 한 번 외면받기 시작하면 생존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국 커피시장의 선두 주자인 루이싱은 올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41.5% 늘어난 62억7800만위안(약 1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99.3% 급감한 500만위안(약 9억6000만원)에 그쳤다. 조 단위의 매출을 기록하고도 적자를 겨우 면한 수준인 셈이다. 중국 베이징의 루이싱커피 매장에서 구이저우 마오타이의 바이주가 함유된 라테가 팔리고 있다. / 베이징 로이터=뉴스1


매장 수만 58% 늘어… 중국 커피시장에 무슨 일이


중국 커피시장은 말 그대로 쾌속 성장세다. 영국 컨설팅기업 알레그라그룹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중국의 전체 커피 매장 수는 전년 대비 무려 58% 늘어난 4만9691개로 집계됐다. 단연 세계 최대 규모다.

시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평소 커피를 소비한다고 밝힌 중국 소비자 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9%가 주 1회 이상 커피숍을 방문하거나 온라인으로 커피를 주문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하루 한 잔의 커피를 마신다고 답한 비율은 20%에 불과했다.

소득 수준이 늘어나면서 데일리로 커피를 소비하는 비율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거대한 커피 시장이 형성돼 있으면서 성장 잠재력까지 있다는 의미다.

58%라는 놀라운 매장 증가율을 주도한 건 로컬 브랜드인 루이싱과 코티다. 루이싱의 매장 수는 지난 2월 기준 무려 1만8082개다. 정식 매장뿐 아니라 배달 전문 소규모 매장 숫자를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다. 코티는 더 공격적이다.

같은 시점 매장 수는 6600개로 루이싱은 물론 6975개 매장을 보유한 스타벅스에 미치지 못하지만 오는 2025년까지 매장 수를 2만개까지 늘릴 방침이다.

루이싱과 스타벅스 양강 격돌만으로도 그동안 중국 커피시장은 스펙터클했다. 저가 수요층과 딜리버리(배달) 시장을 집중 공략한 루이싱의 추격자 전략은 보기 좋게 성공했고 루이싱은 지난해 2분기 8억55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스타벅스(8억2200만달러)를 넘어서 처음으로 중국 커피업계 매출 1위에 올랐다.

최대 경쟁력은 역시 가격이었다. 9.9위안~19위안 선의 저가전략으로 24~38위안(약 4500~6500원 선)의 스타벅스의 시장을 신나게 뺏어왔다.


루이싱 승승장구 이어질 줄 알았는데… 불붙는 저가시장 경쟁


그런데 후발주자인 코티가 루이싱의 입장에서 보기엔 '선을 넘은' 8.8위안(약 1700원) 전략을 들고 나오면서 잔혹사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코티 제품들은 20~40위안 선으로 가격이 책정돼 있지만 기본 커피는 온갖 쿠폰과 행사를 통해 8.8위안에 판매된다.

더구나 코티는 루이싱이 거품회계 논란으로 미국 IPO(기업공개)가 좌절되는 망신을 당할 당시 퇴사한 경영진들이 지난 2022년 차린 기업이다. 루이싱의 성장전략을 손금 들여다보듯 베껴 승승장구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루이싱 입장에서 코티는 절대로 살려둘 수 없는 존재다. 코티는 한술 더 떠 보조금 전략을 내놓으며 루이싱을 제대로 자극하고 있다. 루이싱 매장과 거리가 100m 이내인 매장엔 잔당 1.5위안, 150m 이내의 매장엔 1위안의 보조금을 준다.

매장 임대료가 비싸면 또 추가 지원을 한다. 루이싱의 한 임원은 중국 현지 언론에 "루이싱과 코티는 모든 힘을 총동원한 싸움을 벌이고 있으며 누가 우위라고도 단정지을 수 없다"고 밝혔다.

코티도 마냥 정상적인 상태라고 보긴 어렵다. 당연히 영업이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며 지나치게 공격적인 매장 확대로 기존 점주들이 수익성 악화에 아우성이다. 장기 성장을 기대하며 투자자를 유치하는 게 유일한 생존 루트인데 그마저도 어려워지는 분위기가 읽힌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치열한 싸움이 전개되고 있고 누가 이길지도 모르지만 자본은 이미 브레이크를 밟는 분위기"라며 "몇몇 투자자들은 이제 커피시장서 관심을 가질 만한 투자프로젝트가 없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루이싱과 코티 모두 호랑이 등에서 내릴 수도 없다. 이 경쟁에서 승리한다면 스타벅스의 점유율까지 뺏어오며 궁극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기 하강 국면을 맞은 중국 내에선 디플레이션(장기 물가하락을 동반한 경기부진) 소비패턴이 분명하게 이뤄지고 있다.

저가커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중고가 시장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점쳐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비재 분야 한 애널리스트는 중국 언론에 "9.9위안 커피 전쟁은 결국 한 기업이 살아남기 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경희 머니투데이 베이징 특파원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