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집 사는 30대…부동산 변곡점인가

이유정 2024. 5. 2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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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특례대출에 과감히 주택 매수 나서
출산 2년 이내 신생아 가정에 최대 5억 대출
부부합산 소득기준도 완화…적용 대상 확대
30대 1분기 아파트 매입 비중 26%로 최고
서울 강북지역 9억원 이하 매수 크게 늘어
빌라·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로 매수세 확산
전문가 "쏠림 현상 주의 … 입지·가격 따져야"


2021년께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은 차주)이란 말을 유행시킨 30대가 주택매매 시장에 주요 플레이어로 다시 등장했다. 지난 상승장에서 서울 저가 아파트에 주로 몰렸던 30대는 빌라 오피스텔 등 비주택시장으로도 대거 유입되고 있다. 연초부터 시행된 신생아 특례대출의 효과가 본격화하는 데다 사회초년생이 감당하기엔 아파트 가격이 너무 올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 특례대출 등이 지속되는 한 이들의 매수행렬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젊은 층의 매입 형태가 상대적으로 지역·상품 쏠림이 더 두드러져 향후 조정장에서 매물을 처분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파트 매수 비중 40대 앞질러


22일 한국부동산원 연령대별 아파트 매매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아파트 거래 중 30대의 매입 비중은 26.1%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30대 매입 비중은 작년 4분기(25%)보다 1.1%포인트 높아졌다.

30대의 아파트 매입은 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서울 강북지역에서 큰 폭으로 늘어났다.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으면서 미래가치는 높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서울 기준 지난해 4분기 31.3%로 떨어진 30대 매입 비중은 올해 1분기 32.4%로 반등했다. 성북구가 지난해 4분기 30.6%에서 올 1분기 38.3%로 8%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강북구(25.9%→31.1%), 동대문구(29.9%→36.2%) 등도 앞자리가 바뀌었다. 서울에서 30대 매입 비중이 가장 높은 성동구는 1분기 매입 비중이 42.0%를 기록해 작년 4분기(44.3%)보다는 감소했다. 경기도가 지난해 4분기 27.2%로 줄었던 30대 매입 비중이 올해 1분기 28.2%로 다시 높아졌다. 인천은 26.5%로 작년 4분기(26.5%)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1~3분기 40대를 제쳤던 30대의 아파트 매입 비중은 지난해 말부터 다시 줄어들기 시작했다. 작년 9월 말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특례보금자리론이 중단된 여파다. 전통적으로 아파트 연령대별 매입 ‘큰손’은 40대지만 지난 상승장을 겪으며 정부 대출 지원 등 정책에 따라 30대가 40대와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소득에 관계없이 연 4% 수준 금리로 제공하는 제도다.

올해 들어 분위기가 다시 달라진 것은 역시 대출제도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월 말부터 출산 2년 이내 신생아 자녀를 둔 가정에 특례보금자리론보다 낮은 연 1~3%대의 낮은 금리로 대출(신생아특례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가격 9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에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이 나온다.

 ○빌라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로 확산

서울 저가 아파트에 주로 몰리던 30대의 매수세는 최근 서울 내 빌라 역세권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시장으로도 번지고 있다.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오른 데다 이자 부담도 커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우리은행이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토대로 서울 연령대별 비아파트(연립·다세대, 단독·다가구주택) 매수 비중을 분석한 결과 최근 1년간 30대의 매수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올해 1분기 30대 매수 비중은 18.9%로 1년 전에 비해 4.1%포인트 증가했다.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증가세다. 40대(17.0%→18.4%)는 1년간 1.4%포인트 오르는 데 그치면서 비아파트 시장에서도 30대 비중(18.9%)이 40대 매수 비중(18.4%)을 앞서게 됐다. 30대는 서초구, 서대문구, 용산구, 동작구 등 주요 업무지구와 접근이 쉽고 실거주 편의성에 집중된 지역 매입이 많았다.

주택 구입 때 대출 의존도가 높은 30대의 경우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거비용이 늘어나자 비아파트로 눈을 돌린 실수요자·투자자도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연구원은 “30대는 내 집 마련 목적이 강하고, 특례 저리 대출 의존도가 높은 경향이 있다”며 “올해 수도권 전셋값이 오름세를 타며 역전세 우려가 다소 줄어든 데다 높은 아파트 매입가와 대출 이자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 일부가 비아파트 매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30대의 부동산 매수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3분기 신생아 특례 대출의 부부 합산 소득 기준이 2억원으로 높아지면 저금리 정책대출의 적용 대상이 더욱 확대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공급하는 신생아 특례대출은 출시 후 약 3개월(1월 29일~4월 29일) 동안 신청액이 5조2000억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신생아 특례대출을 포함한 정책모기지 공급 규모를 40조원 안팎으로 설정했다.

 ○‘노·도·강’ 가격 가장 늦게 회복돼

일각에서는 이 같은 매수세가 정부 대출 지원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데다 쏠림현상도 심해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5월 둘째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3% 오르며 8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상승기에 30대 매수세가 몰린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은 서울에서 25개 자치구 중 매매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다. 젊은 층의 매수세가 유입됐던 6억원 안팎, 중소형 면적 아파트를 중심으로 하락 거래가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SNS 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 30대는 부동산 매매시장에서 군집 행동 양상이 강하다”며 “무턱대고 수요가 쏠리는 상품이나 지역을 추종하기보다 상품 자체가 상대적으로 가격 메리트가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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