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페라자 수비, 지울 수 없는 터크먼 기억 [SS포커스]

윤세호 2024. 5. 22.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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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우익수 페라자가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경기 3회말 1사 두산 김대한의 타구를 잡아내고 있다. 2024. 4. 11. 잠실 | 박진업 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고민했는데 수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상 같은 외국인 선수 리스트를 공유한다. 즉 한국 땅을 밟은 선수들의 장단점을 일찍이 파악하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화끈한 타격으로 센세이션을 이어가는 한화 요나단 페라자(26)도 그렇다. 한화가 페라자와 계약하기에 앞서 복수의 팀이 페라자의 호쾌한 방망이에 큰 매력을 느꼈다.

예상은 현실이 됐다. 페라자는 지난 21일 대전 LG전까지 타율 0.326 14홈런 3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27을 기록했다. 홈런 부문에서 KT 강백호와 함께 공동 1위. OPS는 단독 1위다. MVP도 노릴 수 있는 특출난 타격을 자랑하는 페라자다.

한화 페라자가 5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KBO리그 키움과 경기 7회초 1사1,3루 1타점 2루타를 치고 있다. 2024. 4. 5.고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하지만 공수 겸장은 아니다.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지적된 수비 문제가 KBO리그에서도 이어진다. 지난겨울 수도권 A구단도 끝까지 페라자 영입을 고민하다가 수비를 고려해 페라자 측에 오퍼하지 않았다.

A구단 감독은 “우리도 고민은 했다. 끝까지 고민했는데 수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전향했다고 하더라. 외야 수비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생각했다. 외야 전체 수비 균형을 생각해 페라자가 아닌 다른 외야수를 데려오기로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페라자는 만 20세였던 2019년까지는 주로 내야수를 맡았다. 1루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에 출장했고 2루수와 3루수를 가장 많이 소화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로 마이너리그가 열리지 않았다. 이후 페라자는 포지션을 바꿨다. 2021년부터 지금까지 코너 외야수로 뛰고 있다.

타격은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독보적이었다. 하지만 수비가 빅리그로 향하는 문을 닫게 했다. 지난해 페라자는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에러 6개로 수비율 0.959를 기록했다. 한국행을 확정 짓기 전 윈터리그에서도 수비율이 0.896에 그쳤다.

한화 2번타자 페라자가 6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리그 한화이글스와 SSG랜더스의 경기 8회초 안타로 출루하고 있다. 2024.03.26문학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KBO리그에서도 반전은 없다. 우익수로 출장한 38경기에서 에러 7개로 수비율 0.914. 지난 21일 대전 LG전에서는 좌익수로 출장했지만 7회초 오지환의 타구를 포구하지 못하고 적시 2루타를 내줬다. 에러로 기록되지는 않았으나 평균 이상의 수비력을 지닌 외야수라면 충분히 포구할 수 있는 타구였다.

문제는 페라자 홀로 수비에서 애를 먹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한화는 지난 21일까지 DER(인플레이 타구 범타 처리율) 0.650로 이 부문 9위다. 야수진에 페라자처럼 수비보다는 타격이 뛰어난 선수가 많다. 화끈하게 타선이 폭발해 대량 득점을 하지만 허무하게 점수도 내준다.

수비가 뛰어난 선수로 베스트9을 채우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조화가 중요하다. 외야진의 경우 수비 범위가 넓은 중견수는 코너 외야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 현재 한화는 외야진과 내야진 모두 수비 문제를 안고 있다.

그래서 2022년 겨울 선택이 아쉽다. 당해 한화 외국인 타자 마이크 터크먼은 주로 중견수를 맡아 수비율 0.986을 기록했다. 타율 0.289 12홈런 19도루 OPS 0.796으로 페라자만큼 폭발적이지는 못했으나 공수주 밸런스를 갖춘 외야수였다. 야구에 임하는 자세도 뛰어났다. 한여름에도 타격 슬럼프를 탈출하기 위해 팀 훈련에 앞서 특타를 자청했다.

한화 터크먼이 2022년 6월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두산과 경기 6회초 1타점 우전안타를 친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2022시즌 후 한화는 터크먼과 재계약을 논의했으나 금액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미국에 남은 터크먼은 현재 야구 인생 최고의 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마이너리그 계약 후 빅리그 승격을 이뤘고 올해도 시카고 컵스의 주전 외야수로 활약 중이다.

페라자의 마이너리그 소속팀도 컵스였는데 지난해 컵스의 선택은 페라자가 아닌 터크먼이었다. 한화는 2023년 터크먼 대신 선택한 브라이언 오그레디가 최악의 부진 끝에 퇴출됐다. 오그레디를 대신해 영입한 닉 윌리엄스도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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