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가족으로 인정받을 수 없나요” [‘가족’이 달라진다]

2024. 5. 22. 12:0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멀리 있는 자식보다 20년째 같이 사는 친구가 진짜 제 가족입니다. 우리는 왜 서로의 법적 보호자가 안 되나요."

이민아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족을 법적인 관계로만 정의할 게 아니라 서로 친밀하고 돌봄을 주고받는 관계로 넓혀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며 "또 대부분의 젊은 세대들이 결혼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가족의 형태는 늘어나고 그 수 또한 많아질 것이기에 법이 사회와 가정의 변화에 상응하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가족’이 달라진다 - ‘비친족 가구’ 50만 시대
이혼 · 사별 · 비혼 등 영향에
전통적 가족 개념 급속히 변화
노-노 커플 등 110만명 달해
“법적 관계 폭넓게 해석해야”
“친구로 만나 가족 됐어요” 20년째 함께 살고 있는 하정옥(왼쪽·70) 씨와 그의 친구 박희순(70) 씨가 지난 20일 경북 경주시 내남면에 위치한 집 앞에서 손을 잡고 밝게 웃고 있다. 박희순 씨 제공

“멀리 있는 자식보다 20년째 같이 사는 친구가 진짜 제 가족입니다. 우리는 왜 서로의 법적 보호자가 안 되나요.”

동갑내기 친구로 20년째 동거 중인 하정옥(70)·박희순(70) 할머니는 동네 이웃으로 인연을 맺었지만 현재는 주거와 생계, 돌봄을 공유하는 ‘인생의 동반자’ 관계다. 20년 전 하 씨의 남편이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한 집으로 이사해 서로를 의지하며 살게 됐다.

경북 경주에 사는 이들에게는 ‘법적 보호자’인 아들·딸과 조카가 있지만, 각각 부산과 대구에 살아 실질적인 보호자가 돼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고령인 이들이 병원에서 급한 수술이나 검사를 받게 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현행법상 수술 동의서에 사인할 수 있는 법적 보호자는 직계 존·비속, 배우자, 생계를 같이하는 친족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여생을 같이 할 사람은 이 친구인데 친구가 아플 때 보호자가 되지 못한다고 하니 억울하다”고 말했다.

두 할머니만의 문제가 아니다. 22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혈연·혼인 관계가 아니더라도 주거와 생계를 공유하는 ‘비(非)친족 가구’는 지난 2022년 51만4000가구를 기록했다. 2015년 21만4400가구에서 7년 사이 2.4배로 증가한 수치다. 가구원도 2015년 47만2000명에서 109만8000명으로 2배가 넘어 통계 작성 이래 최다를 기록했다. 가족의 개념이 확대되면서 ‘가족의 재탄생’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오는 2025년이면 한국도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 차지)로 진입하는데, 2050년에는 비친족 가구도 70만 가구를 돌파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민아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족을 법적인 관계로만 정의할 게 아니라 서로 친밀하고 돌봄을 주고받는 관계로 넓혀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며 “또 대부분의 젊은 세대들이 결혼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가족의 형태는 늘어나고 그 수 또한 많아질 것이기에 법이 사회와 가정의 변화에 상응하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 용어설명

◇ 비친족 가구 = 시설 등에 집단으로 거주하는 가구를 제외한 일반 가구 중 8촌 이내 친족이 아닌 남남으로 구성된 5인 이하 가구를 말한다. 비혼 커플이나 원가정 해체 후 함께 사는 노노(老老) 커플 등이 해당한다.

김린아·노지운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