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잇는 차세대 발사체·무인 달 착륙 사업 재고해야"

이채린 기자 2024. 5. 2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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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조 전 항우연 원장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주최 포럼서 주장
22일 제1회 우주항공 리더 조찬 포럼에서 발표하는 김승조 서울대 명예교수.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제공

27일 우주항공청이 개청하는 가운데 누리호를 잇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 2030년 초 예정된 무인 달 탐사 등 한국의 대형 우주탐사 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가 주최한 '제1회 우주항공 리더 조찬 포럼'에서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인 김승조 서울대 명예교수가 '우주항공청 개청과 파괴적 기술혁신'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과학기술전담부처가 있음에도 우주항공청이 신설된 이유는 '우주경제 구현'에 있다"면서 "기업이 능동적으로 미래 우주기술의 산업화 방향을 예측하면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미래 세대를 위한 먹거리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우주경제라는 모토에 맞지 않는 몇 가지 대형 사업들은 연구개발 목표의 당위성과 사업의 유용성에 대한 심사숙고를 통해 재검토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가 재고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업은 2030년대 초로 계획된 소규모 무인 달 착륙선 프로그램이다. 김 교수는 "2030년대 초에는 달의 주요 지역에 상당한 수의 사람들이 거주하게 된다"면서 "한국이 600kg 남짓의 독성 있는 연소 가스를 내뿜는 무인 달 착륙선을 보내 생뚱맞은 달 탐사를 시도한다는 것은 코미디"라고 했다. 

또 다른 사업은 '4조원 가까운 사업비가 드는 한국형 GPS 사업'이다. 정부는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 위치기반서비스 등 신산업 분야에서 수요가 급증하는 PNT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2022년부터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을 추진 중이다. PNT는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로 대표되는 인공위성 기반 초정밀 위치·항법·시각 서비스다.

김 교수는 "이 사업은 GPS 기술이 전혀 발전하지 않는다고 가정하고 사업을 시작하는 것 같다"면서 "KPS를 위한 위성은 고궤도에 올라가 있지만 전 세계 대부분의 새로운 PNT 체계는 궤도를 점점 낮추는 것으로 '저궤도 PNT 체계'가 화두"라고 했다. "앞으로 성능이 향상된 GPS가 군집 위성의 도움을 받으면 2035년경에는 신호 강도가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정확도가 높은 위치정보를 공짜로 구독 가능하다"면서 "GPS 도움 없이 KPS 단독으로는 위치 정확도 확보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누리호를 잇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도 타당성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정부와 민간 기업은 현재 누리호보다 성능이 대폭 고도화된 차세대발사체를 개발하고 있다. 김 교수는 "누리호의 개발성공으로 이미 자체 로켓기술은 확보했다. 상업적 목적의 우주 물체 수익성은 저렴한 발사비용에서 시작한다"면서 "기술적인 부분과 가격 면에서 모든 스펙이 경쟁력 있게 설정돼야 하는데 개발 목표를 대폭 높이지 못하면 사업을 멈춰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경쟁력이 없는 비싼 로켓은 수익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우주항공청이 5차 산업혁명을 불러올 우주 신산업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꼽은 분야가 '우주 데이터센터 위성 사업'이다. 그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발달하며 엔비디아, 오픈AI 등 세계 유수 IT 기업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설치하고 싶어한다면서 하지만 지구에 설치하기에 여러 난관이 있어 우주에 설치하는 방안이 고려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과 냉각을 위한 물을 필요로 하고 환경오염 등의 문제를 갖고 있다. 

김 교수는 "대형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지구궤도에 설치해야 한다"면서 "필요 전력은 풍부한 태양광에너지로 받고 심우주로 열을 방사해 냉각 문제도 해결하는 친환경 위성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빨리 이같은 신사업 분야에 뛰어 들어 우주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제안이다. 또 앞으로 저궤도 인공위성을 활용해 전 지구를 '커버'하는 인터넷 망을 구성하는 사업, 대형 태양광 발전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려 전 세계 전기에너지 공급망을 형성하는 사업 등도 소개했다. 

발표 끝에 김 교수는 우주산업이 한국이 정체된 경제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강하게 공언했다. "전기, 전자, 정밀기계, 재료, 화학 등의 우주항공 주변 기반 산업의 한국 수준이 세계 정상급이다. 이러한 좋은 여건 속에서 우리가 적절한 선택과 집중을 해 세계적인 우주산업국으로 서야 한다"고 했다.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가 주최한 '제1회 우주항공 리더 조찬 포럼'이 열렸다.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제공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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