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주식 결제일 단축될까"…금융당국도 예의주시

우연수 기자 2024. 5. 2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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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결제주기 'T+1' 단축…국내 도입시 영향은
빠른 자금 회수·효율적 증거금 관리 긍정적
외국인 투자자에겐 부담…亞 신중론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전 세계 주식시장의 42% 규모를 차지하는 미국에서 주식 결제주기를 단축함에 따라 우리 금융당국도 국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28일부터 주식시장 결제주기를 T+2일에서 T+1일로 단축한다. 또 중복 상장 종목이 많은 캐나다와 멕시코도 함께 결제주기를 단축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인도가 T+1일을 도입 중이며 유럽, 일본, 싱가포르 등 해외 주요국은 주식시장은 결제주기를 T+2일로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결제주기 단축과 관련한 논의는 있지만 아직 당국 차원의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져 있진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결제주기를 단축했다고 반드시 따라갈 필요는 없다"면서도 "다만 유럽까지 따라가기로 결정한다면 우리도 글로벌 스탠다드를 고려할 수 밖에 없어 특히 유럽 동향을 주시 중"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당국 관계자는 "미국의 상황을 지켜보고 단축 시행의 장단, 시장 영향 등 변화를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결제주기 단축 요구 목소리가 컸던 이유는 증거금 부담과 결제 불이행 문제가 대두된 바 있기 때문이다.

주식결제는 매매 체결 시점부터 결제 시점까지 통상 T+2일이 걸린다. 주식을 매도해도 투자자들은 주식을 판 돈을 당장 출금할 수 없고 2 영업일 후, 즉 3거래일 날 주식 대금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주식을 살 때도 증거금만 먼저 납부한 뒤 2거래일 후까지 대금을 납부하면 정상적으로 주식을 취득(미수거래)할 수 있다.

그런데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게임스탑을 중심으로 한 밈 주식의 변동성이 커지고 개인들의 거래도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증거금을 감당하지 못한 증권사들이 해당 주식의 매입을 중단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사건 이후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증거금 부담 완화와 결제 위험 축소를 위하여 결제주기 단축 요구가 제기됐다. 미국 중앙예탁청산기관(DTCC)에 따르면 결제주기 단축을 통해 증거금을 현행의 41%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 코인 투자에서 실시간 결제를 경험한 개인들이 빠른 자금 회수를 위해 결제주기 단축을 주장하기도 했다. T+1일 시행시 투자자들의 롤오버가 빠르게 이뤄져 시장 전체적으로 회전율도 높아질 수 있다는 측면이 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신중론이 더 우세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상·하한가 제도로 주가 변동성이 크지 않아 증거금 부담이 높지 않은 반면 외국인 투자자의 불편함은 가중될 수 있어서다. 이는 현재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 방향과도 맞지 않을 수 있다.

외국인은 매매 체결을 하고 필요한 대금이 한화로 확정된 후 환전 지시가 이뤄지고 매매 확인, 결제 지시 등까 시차가 있는 상태에서 진행된다. 최종 결제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정수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결제주기 단축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상당히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미들 오피스 단계에서 업무 효율도 높아져야 하고 환전이 필요한 외국인에겐 특히 부담이 커 아시아에서도 단축하겠다는 나라는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이 결제주기 단축을 결정했을 때 유럽 다른 국가들에서는 야간 데스크 운영 및 환전 부담 등으로 반대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알려진다.

시행 극초반에는 결제 불이행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주식을 매도한 돈을 바로 출금할 수 있다는 이점은, 미수 거래 대금을 하루 빨리 변제해야 한다는 부담도 동반한다.

업계에서는 결제주기 단축과 공매도의 연관성도 관심 이슈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관들의 공매도가 결제 기일 부담으로 더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행법상 주식을 빌려오기로 계약만 잘 체결돼 있다면 차입 공매도로 인정돼 먼저 주식을 매도하고 결제일에 맞춰 주식을 확보하면 결제불이행이 일어나지 않는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물리적으로 하루가 줄어드니 주식이 왔다갔다 하는 대차에 부담이 생길 수 있고 결제불이행이 나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도 더 생길 것 같다. 그러면 자연스레 공매도가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oinciden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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