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청소해 평생 번 돈… 전 재산 12억 기부하고 떠난 할머니

문지연 기자 2024. 5. 2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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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폐지줍기·공장일로 생계 이어
10년 전 재산 기부 절차, 자원봉사도
전 재산을 기부하고 떠난 홍계향 할머니. /연합뉴스

지하철 청소와 노점상 등으로 모은 전 재산 12억 원을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한 홍계향(90)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경기 성남시는 “홍 할머니가 지난 19일 병환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연고자가 없어 시가 주관해 장례를 치르며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고 22일 밝혔다. 이어 “할머니가 살던 4층 규모 다세대주택(2014년 기부 약정, 현재 시세 12억 원 상당)은 생전 밝힌 뜻에 따라 지역 저소득층을 위해 소중히 쓰일 것”이라고 전했다.

1934년 부산에서 태어난 홍 할머니는 21살에 결혼한 뒤 서울로 상경했다. 김과 미역 등을 파는 노점상을 운영하고 폐지를 줍는 등 어렵게 생계를 이어오다, 49살 때인 1983년 성남에 정착했다. 이후로는 지하철 청소와 공장 일을 해 돈을 벌었다. 그렇게 마련한 것이 2002년부터 별세 전까지 살던 중원구 성남동 4층 규모 주택이다.

홍 할머니는 평소 모든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신념을 드러내 왔다. 슬하에 하나 있던 딸이 2010년 질병으로 사망하고 치매를 앓던 남편마저 2013년 12월 세상을 떠나자 재산 기부 절차를 밟았다. 2014년 6월 전 재산이었던 주택을 기부하겠다고 선언했고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행복한 유산 성남시 1호 기부자’로 이름을 올렸다.

신상진 경기 성남시장이 21일 홍계향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뉴스1

그 후로도 홍 할머니는 “성남은 제2의 고향”이라며 꾸준히 자원봉사를 했고 2006년에는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사후 장기기증도 약속했다. 그러다 작년 9월 낙상사고로 왼쪽 다리뼈가 골절돼 수술 후 재활치료를 받아왔고, 올해 2월엔 오른쪽 다리뼈마저 골절돼 마지막까지 병원에서 생활했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21일 오후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신 시장은 “두 달 전 할머니를 찾아뵙고 빠른 회복을 기원했는데 안타깝다”며 “기부한 유산은 고인의 바람대로 소중히 쓰겠다”고 했다. 발인식은 이날 오전 성남시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열렸으며, 고인은 화장 뒤 성남시립 추모원에 안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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