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 "심의위원들, 김건희만 언급되면 발 벗고 덤볐다"

박재령, 박서연 기자 2024. 5. 2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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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선방심의위(06)] 박정욱 MBC라디오 시사콘텐츠제작파트장
방심위·선방심의위 15번 출석한 의견진술자…그가 들려준 심의 현장
"선방심의위 평가, 본인 아닌 외부에서 해주는 것, 어떤 활동할지 주목"

[미디어오늘 박재령, 박서연 기자]

▲ 지난 16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만난 박정욱 MBC 파트장. 사진=박서연 기자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역대 최다 중징계를 의결했습니다. 구성 때부터 편파·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된 선방심의위는 정부 비판적 방송에 집중 심의하고 선거와 무관한 안건까지 과잉심의한다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미디어오늘은 기획연재를 통해 선방심의위의 문제를 진단하고 제도적 해법을 모색합니다. <편집자주>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의위)가 기록한 법정제재 건수는 총 30건. 그 중 MBC는 17건의 법정제재를 받았다. 법정제재를 의결하기 위해선 제작진 의견진술을 거쳐야 한다. 중징계가 의결될 때마다 제작진이 나와 심의위원들의 '질타'를 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MBC에 대한 민원이 집중적으로 올라온 22대 총선 선방심의위는 MBC 제작진에겐 유난히 악명높을 수밖에 없었다.

MBC라디오국 시사콘텐츠제작파트장을 맡고 있는 박정욱 PD는 선방심의위 단골 의견진술자다. 지난 16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만난 박 파트장은 22대 총선 선방심의위를 놓고 “사실상 선거에 개입했다”고 단언했다. 선거를 앞두고 전례 없는 '관계자 징계'를 반복해 제작진을 위축시켰다는 것이다.

제작진 직접 타깃되는 '관계자 징계'… 명백히 위축 노린 것

- MBC라디오에 중징계가 거듭 의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의견진술에 불려나가는 횟수가 얼마나 되나.

“선방심의위에만 8번 의견진술을 갔다. 한번 갔을 때 2~3개씩 하는 경우도 있어서 총 13건의 안건(MBC라디오)을 진술했다. 방심위도 파트장 임명(지난해 10월) 이후 7번 출석했으니 총 15번 의견진술 나간 셈이다.”

- 선방심의위 회의가 7~8시간씩 걸릴 때가 많다. 회의를 다 지켜봐야 하는 건 아니지만 업무 지장이 상당할 것 같다.

“참석하는 것도 힘들지만 방송 내용을 파악하고 (서면) 의견진술서를 작성하는 게 더 오래 걸린다. 모니터링해서 자료를 찾고 출연진, 제작진과 연락하며 방송 맥락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중징계에) 재심을 청구하고 재심이 기각되면 행정소송으로 가고 있지 않나. 이 모든 게 한 덩어리다.”

▲2023년 12월 27일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유튜브 영상 갈무리

- 한번 의견진술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

“건마다 다르긴 한데 많이 걸리는 건 며칠씩 걸린다. 하루에 (안건이) 몰릴 때가 있으니까. 2~3일 동안 업무 시간 대부분을 쏟은 적도 있다. 간단한 건 반나절 정도에 끝냈다. 그래도 업무에 지장이 가는 건 마찬가지다.”

- 업무에 지장이 가니 의견진술에 나가는 것 자체가 위축 효과를 줄 것 같다.

“힘든 것도 힘든 건데 결과가 대부분 '관계자 징계'지 않나. 회사에 벌점이 오는 데다 관계자를 징계하라고 하니 아무래도 위축이 될 수 밖에 없다. 우리 기준에 너희들이 맞추지 않으면 너희가 징계를 받을 것이라는 시그널을 (선방심의위가) 계속 보낸 것이다.”

- 제작진의 위축 효과를 선방심의위가 노렸다고 보나.

“그건 명백하다. '관계자 징계'가 이전엔 이렇게 많이 나오지 않았다. 다른 징계도 아니고 '관계자 징계'는 방송사를 넘어 명확히 제작진 위축을 노린 거다.”

본래 취지 바뀐 의견진술… “위원들 하고싶은 말 쏟아내는 자리”

- 심의 현장은 어땠나. 대부분이 공정성 심의라 의견진술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공정성이 한 방향으로만 나타났다. 압도적으로 정부·여당에 불리한 방송만 공정성을 지적했다. 특히 몇몇 위원들은 김건희 여사가 관련됐다 하면 '다 벗어 던지고 덤비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발언을 외부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걸 모를 리가 없지 않나. 대중의 시선 등 그런 건 개의치 않고 오히려 들어주길 바라는 쪽이 따로 있는 것 같았다.”

▲ 5월2일자 MBC 보도 갈무리.

- 심의위원들은 대부분 의견진술 나온 제작진보다 나이가 많다. 일방적으로 제작진을 혼내는 분위기였다.

“(의견진술) 방식이 마지막에 조금 바뀌었다. 원래는 위원이 하나 지적하면 바로 제작진이 답하는 방식이었는데 마지막쯤엔 위원들이 지적하고 싶은 걸 각자 다 말한 뒤에 질의를 모아 한꺼번에 제작진이 답하는 방식이 됐다. 의미 없는 논쟁이 벌어진다고 생각한 것 같은데 사실 의견진술은 말 그대로 제작진 의견을 듣는 자리다. 방어권 차원의 의견진술 자리인데 위원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다 쏟은 뒤 제가 한 번에 대답하는 게 말이 되나.”

- 이전과 달리 제작진 의견이 의결에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22대 총선 선방심의위 특징이다.

“본인들의 기준이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 그 기준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선방심의위) 내부 구성부터가 공정한지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어떤 말을 해도 법정제재로 가야 한다는 위원이 고정돼 있다. 민원인부터가 특정 패널이 '좌파다' 이런 표현을 쓰고 심의위원도 '내가 생각하기에 이 사람은 좌파다' 규정하는데 이게 어떻게 공정한 심의인가.”

- 22대 총선 선방심의위 민원 다수는 국민의힘과 보수성향 시민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가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과 공언련 모두 선방심의위원 추천권을 가졌다.

“다른 방송사 의견진술 때 제작진이 특정 위원한테 '왜 정부·여당 편에서 이야기를 하느냐' 지적했더니 그 위원이 발끈하면서 '명예훼손이다. 나는 어떤 당적도 가진 바 없다'고 주장하더라. 그럼 똑같이 패널한테도 그 주장이 적용돼야 하는 것 아닌가. (패널이) 당적을 가진 것도 아닌데 왜 성향을 규정하나. 민원부터가 특정 정당, 그 정당과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시민단체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위원회 구성이 진실로 공정한지 물을 수밖에 없다.”

가장 황당했던 심의는? 양승태 '사법농단' 다룬 '시선집중' 중징계

- 가장 황당했던 심의로 이탄희 의원이 출연한 '김종배의 시선집중'을 꼽았다. 2017년 불거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관련 1심 판결을 다뤘는데 선거방송 규정 위반으로 '관계자 징계'를 받았다.

“이거는 정말, 다루면 안 되는 거다. 선거랑 어떤 관련이 있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 판결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이탄희 의원이 출마라도 했나. 선방심의위는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에 근거해야 한다. 선거 쟁점이 되는 사안이거나 정당, 후보자에 유불리한 경우에 해당돼야 (선방심의위) 안건이 되는 건데 아무리 봐도 될 수가 없다.”

▲ 1월29일자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갈무리.

- 심의위원들은 민주당 소속 의원을 인터뷰했으니 선거 쟁점이라는 입장이었다.

“양승태 대법원장을 기소한 사람은 윤석열 당시 지검장이다. 수사한 사람은 한동훈 당시 3차장이다. 그 사람들이 기소한 게 정당했다고 이탄희 의원은 얘기하고 있다. 그러면 이 방송은 어느 정당에 유리한 건가. 제가 이걸 현장에서 지적했더니 한 위원(김문환)이 '모든 사회적 쟁점이 표심에 영향 줄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선거 쟁점으로 다뤄서 심의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러면 방심위가 왜 있나. 모든 방송을 선방심의위가 처리해야 하는데.”

- 선방심의위는 선거 기간에만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임시 기구다. 방심위가 설치·운영하지만 목적도 징계 절차도 다르다. 선방심의위가 방심위보다 훨씬 빠른 징계가 가능하다.

“선방심의위가 운영하는 기간에 방심위도 운영이 된다. 선방심의위는 좁게 해석해서 선거와 관련되는 것들만 신속하게 다루는 것이지 모든 사회적 쟁점을 심의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 선거는 4월10일 있었는데 선방심의위는 대부분 12~2월 방송만 심의했다. 정작 선거일에 근접한 3~4월 방송은 안건이 너무 많아 심의하지 못했다.

“3월 방송이 하나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게 이종섭 전 장관 관련 방송이었는데 그 방송 사실 (선방심의위가) 앞당겨서 심의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선방심의위) 내부에서 이렇게 신속심의하면 나중에 문제 생길 수 있다고 해서 뒤로 밀렸다.”

▲ 3월11일 '권순표의 뉴스하이킥' 방송 갈무리.

- 해당 건은 이종섭 전 장관을 다룬 건 '권순표의 뉴스하이킥' 3월11일~13일 방송이었다. 국민의힘 추천 최철호 위원이 패널 불균형이 심각하다며 신속심의를 요청했는데 백선기 위원장이 원활한 선방심의위 운영을 위해 거절했다. 당시 해당 방송분에 MBC 제3노조가 보도 관련 비판 성명을 올린 상태라 그 내용이 그대로 민원처럼 반영되는 분위기였다.

“개인적으로는 이것으로 (민원인과심의위원의) 루트가 확연히 드러난 거라 본다. 루트를 통해 민원이 들어오고 그 논리가 어떻게 심의에 반영되는지 적나라했다. 사실 그 방송이 정말 신속심의됐으면 현장에서 따지려고 했다. 신속심의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종섭 전 장관 이슈가 예민해서 그런 거라면 사실상 '선거개입'이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 심의위원들은 민원이 올라와서 심의할 뿐 어떠한 의도도 없다고 해명한다. 정부 비판 보도에 대한 민원이 대다수라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지금까지 선방심의위는 일종의 '신호등' 역할을 했다고 본다. 이 신호에 맞춰 방송해달라는 가이드라인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그 가이드라인이 '칼'이 됐다. 어떻게 심의를 칼로 쓸 수 있는지 보여준 것이고 굉장히 나쁜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선방심의위로 앞으로의 한국 선거보도가 굉장한 영향을 받게될 것 같다.”

'뉴스하이킥' 하차 후 정치권 직행한 신장식 변호사, 제작진 입장은

-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대한 중징계를 어떻게 평가하나. 비교적 온건한 성향의 위원들도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엔 중징계 의견을 굽히지 않아 이전 기수의 선방심의위였어도 법정제재가 나올 수 있었을 것 같다.

“징계 수위가 너무하다는 생각이다. 이전에 김어준 방송(뉴스공장)이 중징계를 받은 걸 감안해도 '뉴스하이킥'에 대한 징계 수준이 너무 다르다. 물론 방송에 대한 평가는 보기 나름이고 꼼꼼히 (방송을) 보다 보면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 22대 총선 선방심의위 핵심은 적절한 심의를 하는 게 아니라 '관계자 징계'를 통해 전체적인 발언을 위축시키려 했다는 점이다.”

▲ 지난 16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만난 박정욱 MBC 파트장. 사진=박서연 기자

-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이 문제 소지는 있지만 이전 사례와 비교했을 때 징계를 납득할 만한 정도는 아니라는 건가.

“지적 사항에 대해 '행정지도'만 나와도 제작진들은 영향 받는다. 심의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니까. 그런데 '관계자 징계'를 했다는 건 제작진을 향한 직접적인 시그널이다. 위원회가 방송에 적극 개입했고 거기엔 선거 개입 의도가 있었다는 것이 제 생각이다.”

- 신장식 변호사가 방송 하차 이후 정치권으로 직행해 방송 윤리에 맞냐는 지적이 나왔다.

“좋지 않은 사례라 인정한다. 하지만 선후관계에 대한 해명은 하고 싶다. '관계자 징계'가 쏟아지는 상황이 없었다면 신장식 변호사는 방송을 지켰을 것이라 생각한다. 저와도 여러 차례 의견을 나눴고 본인의 의사가 확고했다. 정계 진출을 염두에 두고 방송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방송을 그만두고 난 뒤 진로를 찾는 상황에서 정계 진출이 이뤄졌다고 신 변호사는 말하고 있다.”

- 일주일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출석하던 선방심의위는 어쨌든 끝이 났다. 선방심의위원들에게 남기고픈 말이 있다면.

“선방심의위를 향한 비판 보도가 나오자 그분들이 되게 억울해하며 'MBC를 우리가 탄압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는 걸 들었다. 그때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참았다. 무엇이었냐면, 무엇을 하든 평가는 본인들이 하는 게 아니라 외부에서 해준다는 것이다. 선방심의위는 끝났지만 그분들의 활동은 끝나지 않는다. 그분들이 이후에 어떤 언행을 하고 어떤 위치에서 활동을 하는지 보면 22대 총선 선방심의위를 평가하게 될 것이라 본다. 그때가 되면 우리가 겪었던 그때의 선방심의위가 무엇이었는지 확연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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