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블랑, 헤밍웨이 시작으로 유명 작가 에디션 출시[류서영의 명품이야기]

2024. 5. 2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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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서영의 명품 이야기
몽블랑③

아가사 크리스티 몽블랑 에디션(사진①) 사진 출처 ; penporium.com


몽블랑의 작가 에디션 1호 대상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었고 1992년 2만 개 한정으로 생산되었다. 첫 작가 에디션이란 점에서 인기가 많았다. 그가 노벨 문학상을 받고 미국 문학의 아버지로 추앙받은 것은 중년 이후이다. 청년기 헤밍웨이는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떠돌아 다녔고 세계대전 중에는 적십자 부대의 구급차 운전병을 지낸 독특한 경력이 있다. 헤밍웨이의 만년필 사랑은 유명하다. 그러나 정작 ‘노인과 바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와 같은 대작을 집필할 때는 연필을 사용했다고 한다. 집필 말기엔 서서 타자기를 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가 에디션 2호 대상은 영국 추리소설가인 아가사 크리스티였다. 기네스북 집계에 따르면 성경과 셰익스피어 작품 다음으로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린 작가가 아가사 크리스티라고 한다. 추리소설의 여왕답게 그의 작품에는 아주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복잡하게 얽힌 인물들의 관계를 실타래 풀 듯 풀어나가는 이야기 구조가 매력적이다. 그녀의 창작 스타일은 욕조에 앉아 머릿속으로 구성을 정리한 후 한 번에 글을 써 내려갔다고 한다.

 

 소설 등장한 뱀이 똬리 튼 모습 새겨 인기

아서 코난 도일경 필기구(사진②) 사진 출처: Montblanc. Com


그녀는 약국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독극물 살인법에 대해 특히 상세하게 묘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또한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를 위해 소설에 등장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만나 직접 인터뷰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녀는 초기 작품 집필 시에는 연필과 펜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후 커다란 구식 타자기와 미니 타자기를 거쳐 유명해진 이후에는 비서가 글을 받아 적었다고 한다. 1993년에 출시된 아가사 크리스티 에디션은 소설에 등장한 뱀이 똬리를 튼 모습의 캡 디자인과 뱀 모양의 펜 클립, 그리고 뱀의 머리 문양이 새겨진 닙 디자인으 큰 인기를 얻었다(사진①). 

작가 에디션 3호는 탐미주의 사조의 대표 문인인 아일랜드 출신 오스카 와일드로 선정됐다. 오스카 와일드는 명문 집안에서 태어났고 외모도 훌륭했으며 글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했다고 한다. 그는 소설, 시, 동화, 희곡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썼다. 1888년 동화집 ‘행복한 왕자’를 출판했고 1889년 유일한 장편소설인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잡지에 발표했다.

1890년 발표 당시 동성애 묘사로 지나치게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출판사들로부터 거절당한 후 대폭 수정해 1년 후 책을 출간했다. 그 내용은 미모의 청년 도리언이 쾌락의 나날들을 보내다 악덕의 한계점에 이르러 마침내는 파멸한다는 이야기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1000권을 한정으로 초판 출간했는데, 그의 파격적인 내용과 유려한 필체가 세간의 이슈가 되었다고 한다. 몽블랑 오스카 와일드 에디션은 배렁에 문양을 넣고 톱캡에 작가 서명을 넣어 1994년에 출시됐다.
 
작가 에디션 4호 대상은 프랑스 계몽작가인 볼테르다. 문학사가 랑송은 ‘프랑스 문학사’ 저서에서 “볼테르는 18세기를 지배했다”고 단언했다. 볼테르는 루이 14세의 사망(1715년)부터 프랑스 대혁명(1789년)에 걸쳐 많은 작품을 남겼다. 볼테르는 철학서 ‘킹디드’로 유명하다. 볼테르는 관용(톨레랑스)의 중요성을 역설한 사상가였다. 랑송은 볼테르를 이렇게 묘사했다. “그는 매우 복잡한 성격의 소유자로, 거기에는 모든 상반적인 것이 섞여 있었다. 자존심이 세고, 신경질적이고, 원한을 잊지 않고, 타산적이고, 아첨에 능하지만 반면 친구에게는 의리가 있고, 가난뱅이 문인들에게는 지갑을 털어주고, 모든 올바른 일에는 아낌없이 몸을 바쳤다.”(정기수 옮김) 볼테르 에디션은 톱캡 부분에 순은에 금으로 장식하고 볼테르의 사인을 넣어 1995년에 출시됐다. 

몽블랑 작가 에디션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사진③) 출처 : instagram montblanc


1996년 나온 알렉상드르 뒤마 에디션은 잘못된 서명으로 해프닝이 일어났다. 소설 ‘삼총사’, ‘철가면’, ‘몽테크리스토 백작’, ‘여왕 마고’ 등을 쓴 프랑스 대문호 뒤마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작가 에디션에 소설 ‘춘희’를 쓴 그의 아들 뒤마 2세의 서명을 잘못 새겨 넣었다. 몽블랑은 아들 뒤마의 서명으로 출시된 만년필들을 수거하고 다시 아버지 뒤마의 서명을 새긴 새 만년필을 출시했다. 만년필 수집가들은 ‘제대로 된 서명(Right Signature)’과 ‘잘못된 서명(Wrong Signature)’ 중 잘못된 서명이 있는 제품이 시세가 더 높고 인기도 많다고 평가한다.

1997년에는 ‘죄와 벌’, ‘백치’, ‘백야’로 유명한 러시아의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에디션을, 1998년에는 추리소설 장르를 개척한 ‘검은 고양이’와 ‘모르그가의 살인 사건’을 쓴 에드거 앨런 포 에디션을, 1999년에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스완의 사랑’이 대표작인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 에디션을, 2000년에는 독일의 유명한 극작가 프리드리히 실러 에디션을 내놨다. 이어 2001년에는 ‘위대한 유산’, ‘올리버 트위스트’를 쓴 영국 소설가 찰스 디킨스 에디션을, 2002년에는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에디션을 출시했다.

 

 작년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에디션

2003년에는 ‘80일간의 세계일주’, ‘해저 2만리’ 등 SF소설을 쓴 쥘 베른 에디션을, 2004년에는 인간 운명의 부조리, 인간 존재의 불안을 통찰하여 현대 인간의 실존적 체험을 극한에 이르기까지 표현하여 실존문학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프란츠 카프카의 에디션을 선뵀다. 카프카의 작품으로는 ‘실종자’, ‘성’, ‘배고픈 예술가’ 등이 있다. 2005년 ‘돈키호테’의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 에디션을, 2006년에는 ‘올란도’, ‘댈러웨이 부인’을 쓴 영국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 에디션을 출시했다.

2007년에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윌리엄 포크너 에디션을, 2008년에는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의 묘비명으로 유명한 조지 버나드 쇼 에디션을 출시했다. 2009년에는 토마스 만 에디션을, 2010년에는 마크 트웨인 에디션을, 2011년에는 ‘피노키오’로 유명한 카를로 콜로디 에디션을, 2012년에는 ‘걸리버 여행기’의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 에디션을, 2021년엔 ‘셜록 홈스’를 집필한 아서 코넌 도일 에디션(사진②)을, 2023년에는 ‘보물섬’의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에디션을 발표했다.

이 만년필의 모든 부품은 플래티늄으로 코팅되어 있으며 보물상자 무늬와 나침반 장미로 장식한 검은색 라커가 시그니처 금색 모자와 대조를 보이며, 지도 위에 보물을 표시하는 기호인 X가 인그레이빙되어 있다(사진③). 조그마한 공간에서 이뤄진 정밀한 기술적 완성도, 그 안에서 드러나는 공예품의 섬세하고 의미 있는 아름다움 등이 몽블랑 에디션의 매력이 아닐까.

자료참고; 브랜드 다큐멘터리 매거진 B  MONT BLANC 
몽블랑 홈페이지 

류서영 여주대 패션산업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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