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사진작가, 큰사슴에 밟혀 사망.."사랑하던 일 하다 갔다"

차미례 기자 2024. 5. 22. 09:4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데일 콜먼(70)작가, 언론인 친구와 탐사 취재 중 피살
새끼 2마리 보호하려던 큰사슴, 무게 363kg넘는 종류
[AP/뉴시스]큰사슴에게 피살된 알래스카 사진작가 데일 콜먼이 아내 다이앤과 2021년 마타누스카 빙하를 배경으로 촬영한 사진. 그는 큰사슴에 밟혀 사망했지만 유족들은 그는 사랑하던 일을 하다 간 것이고 어미 사슴은 무죄라며 사슴의 처형에 반대했다. 2024. 05. 22.

[앵커리지( 미 알래스카주)= AP/뉴시스] 차미례 기자 = 미 알래스카주에서 친구와 함께 북미산 큰사슴( 무스) 떼를 취재하던 사진기자가 탐사 도중 새끼를 보호하려는 큰 사슴에게 밟혀 사망하는 사건이 19일 발생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고인이 사랑하던 일을 하던 중 사망한 것이라며 사슴 떼를 해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자연 사진을 주로 촬영하며 이 곳 현지 생태 취재로 유명한 사진작가 데일 콜먼(70)은 이 곳 야생 생태계를 주로 취재해왔으며 야생동물의 촬영에 따르는 위험들을 잘 알면서도 자신이 사랑하던 일을 계속한 것이라고 가족들은 말했다.

그는 새로 태어난 새끼 두 마리를 보호하기 위해 사진기자를 공격한 성난 큰사슴에게 치명상을 입고 숨졌다.

하지만 콜먼 가족은 일부에서 이 사슴들을 처리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는데 대해서 "사슴이 반격한 것은 자기 새끼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일 뿐, 그로 인해 살처분 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70세의 콜먼은 작가이며 기자인 친구 한 명과 함께 19일 큰사슴 떼와 작은 새끼들을 취재하던 중 갑자기 숲속에서 공격해 온 큰사슴에게 받쳐 쓰러졌고 밟혀서 숨졌다고 알래스카주 호머 주민인 작가겸 기자 친구 톰 키지아가 말했다.

"우리는 둘다 죽을 힘을 다해 달아났다. 얼마 뒤 뒤를 돌아보니 데일이 땅에 쓰러져 있고 큰 사슴 한 마리가 그의 몸을 밟고 서 있었다"고 그는 AP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증언했다.

" 그 곳의 사슴떼가 모두 와서 밟았다는 증거는 없다. 시신을 수습하는 동안에도 사슴들은 어떤 동요나 상처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고 친구는 말했다.

"내 생각에는 부검을 해봐야 정확한 사인이 밝혀질 것 같다. 혹시 어떤 급소 같은 곳에 강력한 한방의 타격이 가해지면서 숨졌을 수도 있다"고 카지아는 말했다.

그는 친구를 도우려고 했지만 구급대원이 도착했을 때 쯤에는 큰사슴 떼는 이미 숲 속으로 사라지고 없었다고 말했다.

콜먼의 아들 네이트 스펜스 콜먼은 "아버지 데일은 사랑하는 아내 다이앤의 좋은 남편이었고 나의 훌륭한 아버지였다. 수 많은 친구들에게도 좋은 친구였고 자연을 지극히 사랑했다"며 자신의 SNS에 애도의 글을 올렸다.

이번 사건이 일어난 곳은 호머 시 동쪽에 있는 콜먼의 사유지 안의 숲이었다. 해마다 봄철이면 이 곳에서는 빽빽한 오리나무와 딱총나무(엘더베리) 숲 속에서 큰사슴들이 새끼들을 출산한다.

콜먼은 원래 건축업과 목수일을 생업으로 겸하면서 야생 동물과 자연의 풍경을 사랑하는 사진작가로도 알려졌다. 해마다 탐조활동과 자연 탐방 가이드 일을 병행하면서 자연 풍경과 동식물 사진들을 발표해왔다고 그의 아들은 말했다.

[호머( 미 알래스카주(= AP/뉴시스] 북미산 큰사슴의 서식지인 알래스카주 호머 일대. 이 곳 사슴들은 무게가 300~700kg나 되는 대형으로 5월 19일 70대 사진작가 한 명이 새끼가 달린 암사슴에게 공격당해 숨졌다. 2024. 05.22.

아들은 사람을 죽인 큰 사슴들을 처분해야 한다는 여론에 대해 " 흥분한 어미 사슴이 자식을 보호하려고 했을 뿐인데 죽인다는 것은 안될 일이다. 비극적인 사건이지만, 아버지라도 이런 결과를 흔쾌히 받아들였을 것이다"라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앨래스카주 어류 야생동물국에서는 최근 야생 큰사슴의 이상행동과 공격성이 여러 차례 보고되었다며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서 이번 사건은 매우 우려되는 경우로 집중해서 살피고 있다"고 신디 워들로 국장이 말했다.

그는 이런 일로 야생동물을 처형하는 것은 기본 방침이 아니지만 여름철에 알래스카를 방문하는 관광객과 탐방객들은 야생동물에 주의하고 언제나 주변을 잘 살피며 안전에 유의하라고 권고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북미 큰사슴은 사슴 중에서도 가장 덩치가 큰 종류여서 작은 성체의 암컷 기준으로 체중이 363kg에 달한다. 수컷은 그 두배의 체중이며 보통 크기가 어깨 높이 기준으로 1.8m의 키를 가지고 있다.

알래스카주에 살고 있는 야생 큰사슴의 개체 수는 약 20만 마리나 되며 이번 사건은 30년 만에 일어난 큰사슴의 공격사건이다.

1995년 겨울에는 알래스카의 앵커리지 대학 캠퍼스에서 71세의 남성 한 명이 대학내의 한 빌딩에 들어가려고 하던 중 큰 사슴에게 밟혀서 사망한 적이 있다.

목격자들은 당시 학생들이 눈을 뭉쳐서 큰 사슴과 새끼 한 마리를 향해 여러 시간 동안 던졌으며 사슴들이 잔뜩 흥분해 있는데 바로 곁을 지나가던 노인이 공격을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데일 콜먼은 원래 오하이오주 페인스빌에서 나고 자랐으며 1980년대에 알래스카로 이주했다. 그는 미국 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북극 지역을 여행하면서 수많은 사진을 찍었고 자연과 동물들을 사랑했다고 아들은 밝혔다.

그는 앨래스카에 곰을 보러 온 아내 다이앤을 만나 근처 강의 숙소로 안내한 뒤 교제해오다가 결혼에 이르렀다.

그의 사진 작품은 초기에는 곰에 집중되었다가 나중에는 새 떼를 비롯한 모든 야생 동물들로 대상이 확대되었다. 앵커리지 남쪽으로 354km거리에 있는 케나이 반도의 호머 시에서 거주하면서 새 울음 소리로 종류를 판별하는 강의등을 맡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mr@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