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지켰던 참전용사, 아이들 지키는 ‘나눔 영웅’이 되다[나눔 실천하는 초록빛 능력자들]

김선영 기자 2024. 5. 2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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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아흔에 노인 일자리로 번 돈을 모두 국내외 아동 지원에 쓰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 6·25전쟁에 참전하고 생계를 꾸리느라 바빴는데, 남은 여생은 봉사하며 살고 싶습니다."

강원 원주시에서 '이웃사랑모닥불회'라는 봉사 단체를 운영하며 순직소방관과 6·25 참전유공자들을 돕는 데 앞장서고 있는 손이선(90) 후원자는 "주변 힘든 이웃을 돌아보며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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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눔 실천하는 초록빛 능력자들 - ‘이웃사랑모닥불회’ 90세 손이선 후원자
노인 일자리로 번 돈 전액
국내외 아동지원 사업 기부
유공자·소방관 유족도 도와
2018년 초록우산 후원 시작
6·25 참전후 60년 직장생활
인생의 허무함 봉사로 채워
‘따뜻한 모닥불처럼 살리라’
나눔 경험 시집으로 엮기도
손이선 후원자가 지난 3월 14일 강원 원주시에 위치한 자택 앞에서 초록우산 후원을 기념하는 ‘나눔현판’을 들고 있다. 초록우산 제공

“나이 아흔에 노인 일자리로 번 돈을 모두 국내외 아동 지원에 쓰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 6·25전쟁에 참전하고 생계를 꾸리느라 바빴는데, 남은 여생은 봉사하며 살고 싶습니다.”

강원 원주시에서 ‘이웃사랑모닥불회’라는 봉사 단체를 운영하며 순직소방관과 6·25 참전유공자들을 돕는 데 앞장서고 있는 손이선(90) 후원자는 “주변 힘든 이웃을 돌아보며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손 후원자는 1952년 18세의 나이로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6·25전쟁에 참전했다. 당시 전쟁터에서 연락병으로 일하며 참혹한 전쟁의 상흔을 가슴에 품고 돌아온 그는 회사원과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치열하게 한국 사회의 산업화 역군으로서 일했다. 60여 년 동안 치열하게 일했지만 손 후원자의 마음에 남은 건 ‘허무함’이었다. 그때부터 봉사와 후원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왔지만, 흐르는 물처럼 사라지는 세월을 바라보며 주변 소외된 이웃을 돌보고 나눔을 실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손 후원자가 본격적으로 후원 활동을 시작한 건, 직장에서 퇴직하고 큰아들이 거주하는 원주시로 내려온 60대 후반부터다. 화재진압 과정에서 순직한 소방관들의 유가족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이들을 돕기로 결심했다. 이후 그는 ‘이웃사랑모닥불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6·25 참전유공자 전우들과 함께 성금을 모으고, 유가족 지원 활동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이후 6·25 참전유공자 중 일부도 재정난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이들을 위한 나눔 및 모금활동에도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손 후원자 역시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다. 하지만 ‘80년 넘게 나라의 혜택을 받은 내가 나라와 국민을 위해 목숨을 바친 소방관을 돕는 건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으로 봉사활동을 이어왔다.

손이선 후원자가 2022년 발간한 시집 ‘이웃사랑 모닥불’에 있는 ‘허무한 인생(1)’이라는 제목의 작품. 초록우산 제공

그는 2011년부터는 원주시에 있는 장애인 복지시설을 찾아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손 후원자는 “처음에는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찾게 된 곳인데, 시설에 있는 장애인들이 손자·손녀 같고, 열심히 사는 모습에 감탄해 작은 일손이나마 보태고 있다”며 “내가 그곳에서 하는 일은 많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손 후원자는 노인 일자리로 번 돈의 대부분을 초록우산을 통해 국내외 아동을 후원하는 데 쓰고 있다. 그가 초록우산과 인연을 맺은 건 지난 2018년 TV에서 KBS동행 해외 특집 방송을 통해서다. 개인적으로 매월 3만 원씩 해외 아동을 후원해왔던 그는 해당 방송을 보고 당시 국내에도 도움이 필요한 아동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이웃사랑모닥불회’를 통해 월 3만 원씩 국내 아동 후원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해외아동을 지원하기 위해 월 3만 원씩 추가 후원에 나서고 있다. 손 후원자는 “국내외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더 돕고 싶지만 내가 처한 여건이 부족해 늘 아쉬운 마음이 가득하다”며 “내가 사는 곳이 원주 시골 마을이다 보니 어려운 형편에 처한 아이들을 직접 만나기는 어려워 기부를 통해 아이들에게 행복이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사랑과 칭찬을 아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칭찬은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고, 사랑은 이웃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손 후원자는 이 같은 봉사의 경험을 모아 지난 2022년 시집을 발간했다. 주변 어려운 이웃들에게 ‘따뜻하고 훈훈한 모닥불’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1993년 3월 16일부터 쓰기 시작한 시가 한 권의 책이 된 것이다. 그는 본인 시집에 “하늘의 뜻에 따라 남은 여생을 봉사하며 살리라”고 적었다.

문화일보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동기획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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