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법원행정처도 소송사기 심각성 인식, 대책 마련
[KBS 제주] [앵커]
소송사기를 당한 중증 지적장애인 피해자에게 최근 또 다른 민사소송이 제기됐고, 땅 지분을 넘기라는 무변론 판결이 내려진 사실을 탐사 K가 전해드렸는데요.
법원행정처가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을 검토하고 나섰지만 과제가 많습니다.
보도에 고민주 기자입니다.
[리포트]
제주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에 사는 30대 지적장애인 고 모 씨.
고 씨는 차용증이 뭔지도 이해하지 못하는 중증 지적장애인입니다.
[고 모 씨/중증 장애인/음성변조 : "((차용증) 어떤 내용인지 알 것 같아요?) 잘 모르겠어요."]
고 씨는 3년 전, 형부이자 성년후견인인 이 모 씨에게 소송사기를 당했고, 이 씨는 구속기소됐습니다.
올해 3월에도 고 씨에게 또 다른 무변론 민사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그런데 고 씨는 이 판결의 존재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소장과 판결문 등을 송달받을 장소가 소송사기를 벌인 형부 이 씨의 가족이 거주하는 곳으로 기재됐기 때문입니다.
판결의 신속성을 위해 도입된 무변론 판결과 현 송달제도가 사회적 약자에겐 위험한 도구였다는 KBS 보도와 관련해, 법원행정처가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 마련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법원행정처는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사법정책연구원 등 내외부 전문기관에 연구 의뢰를 통해 적극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무변론 판결 선고 사건의 경우 다른 사건보다 송달에 신중히 검토하고 있지만, 조금 더 세심히 신경을 써 이와 같은 사례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각급 법원에 안내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당사자가 소송무능력자에 해당할 경우 담당 재판부가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는 언급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런 일이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셈입니다.
[김지영/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비장애인을 염두에 두고 이 제도들이 계속 발전해 온 거지 이런 지적장애인이나 이런 사람들을 염두에 둔 거는 하나도 없죠. 본인들이 그런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도 목소리를 못 냈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이 이제 사회적으로 전혀 공론화되지 못하고, 수면 위에 떠오르지 못하고 묻혀 있었어요."]
자신이 소송 당사자가 된 줄도 모르는 중증 지적장애인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현재 사법제도 보완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고민주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
고민주 기자 (thinki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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