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석의 시선고정]영종 국제학교 국제 공모 예상 시나리오 ‘파행의 연속’

2024. 5. 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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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탄) 국제학교 유치 기준
(2탄) 국제학교 유치 방식
▶(3탄) 국제학교 공모 허와 실
인천경제청, 국제학교 참여 경쟁 학교들 있어 공모한다는 주장 사실과 달라
공모는 수동적, 유치는 적극적… 확연하게 달라
공모는 인천시장의 임기 내 치적과도 무관
공모 실패한 타 지자체에서 교훈 삼아야
지난 2022년 5월 유정복 시장〈아래 좌측서 세번째〉이 지방선거 인천시장 후보 시절에 영종국제학교시민추진위원회와 ‘영종 국제학교 유치 공약협약서’를 체결한 후 촬영한 기념사진.

우리나라가 국제학교를 유치한다고 해서 대부분의 해외 학교들은 본교가 직접 한국까지 달려와 경쟁하지 않는다.

게다가 해외 학교들이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공모를 한다, 안한다 가지고 문제 삼을 학교는 아무데도 없다.

이렇듯이 지난해 6월 인천경제자유구역(IFEZ) 송도국제도시에 영국 해로우스쿨을 유치(양해각서 체결)했을 때에도 왜 공모하지 않았냐고 문제를 제기한 학교는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런데 인천경제청은 유독히 영종에는 참여할 학교들이 많아서 공모를 해야 한다는 주장만 펼쳐왔다. 실제로 인천경제청은 학교들이 아닌 한국 에이전시들이 서로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공모한다고 실토해야 맞는 말이다.

공모는 국제학교를 뽑기 위함이지, 에이전시를 뽑는 공모가 아니다. 따라서 학교들이 경쟁해서 공모한다는 인천경제청의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한국 에이전시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학생들을 해외 학교로 유학을 알선하는 유학원 관계자들로, 이들이 인천경제청을 드나들며 공모 서류를 준비하고 있다.

국제학교 유치는 교육부의 국제학교 설립 절차에 나와 있듯이 자치단체장(또는 경제청장)이 양해각서(MOU)로 체결하면 된다.

영종 국제학교도 마찬가지다. 공모 이유를 찾기보다 송도 국제학교 해로우스쿨을 유치해 온 것처럼 유정복 인천시장이 우수한 해외 명문학교를 직접 나서 유치하면 된다.

명문학교는 단기에 설득해서 데려올 수 있는게 아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다. 과거에 송도 국제학교도 유치 과정이 쉽지 않았다.

미국, 캐나다 학교들과 협상이 실패되고 학교 건립 완공 후에나 미국 채드윅을 데려왔다. 그만큼 국제학교는 유치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인천경제청은 해외 학교들에게 공고 기간을 2~3개월 주고 그 안에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서 제출하게 하는 공모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공모는 참여할 해외 명문학교들 거의 없다… 대부분 명문 아닌 학교들이 참여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하나는 앞서 언급(21일자 보도된 ‘2탄 국제학교 공모 방식’ 참조)한 바와 같이 물리적으로 검토할 시간이 부족해서 해외 본교가 스스로 결정해 공모에 참가할 학교는 거의 없다.

결국 기존에 해외 학교와 연결된 한국 에이전시들이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공모에 참여하는 경우만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일반 공모나 국제 공모나 하등의 차이가 없기 때문에 해외 명문학교들이 공모에 참여한다는 기대는 어렵다고 본다.

또 다른 하나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공모했다가 실패한 평택시의 사례처럼 공모 절차에 수년씩 소요될 수 있고 파행으로 끝날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따라서 공모 방식의 국제학교 유치는 자치단체장 임기 내에 주민들이 정책 효과를 체감할 수 없고 자치단체장의 치적으로 이어지기도 어렵다.

공모는 적극적인 유치 행정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전 세계를 상대로 심혈을 기울여 학교 유치 활동을 벌이는 것과 인천경제청에서 낸 공모에 참여하는 학교들만 가지고 뽑는 수동적인 행정업무를 비교해 볼 때 결과는 크게 차이날 수 밖에 없다.

공모는 수동적이고 유치는 적극적이다. 공모는 행정업무이고 유치는 정치적이고 의사 결정권자(자치단체장)가 나설 일이다.

공모는 2~3개월 내 참여하는 학교들만 가지고 그 안에서 뽑아야 하지만, 유치는 연중 자유롭게 선택의 폭을 넓혀갈 수 있다.

공모는 명문학교가 참여할지 아무도 모른다. 교육도시 면모를 세우고 지역발전과 직결되는 국제학교를 요행에 맡길 문제가 아니다.

공모는 참여한 학교들 중에서 1~3순위 우선협상대상 학교들을 선정한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1순위 학교와 협상하는데만 6개월에서 1년이 소요된다. 1순위 학교와 협상이 결렬되면 그 다음 2순위 학교와 협상하는데 소요 시간은 마찬가지다.

문제는 협상해 가는 중에 아무리 훌륭한 명문학교가 출현해도 그 학교와 협상할 수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공모하고 난 뒤 수년이 흘러가는 사이 다른 명문학교의 기회가 와도 잡을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만약 부산시처럼 비공식적으로 내부 평가를 해서 학교를 정한다면, 선정과정에 언제든지 후보군을 바꾸거나 추가할 수 있다. 평가 대상 학교들 수준이 못 미치면 얼마든지 보류하거나 중단해도 누가 이의제기 하지 못한다.

하지만, 공모는 다르다. 한번 개시하면 중간에 후보군을 추가할 수 없고 학교와 협상이 끝날때까지 다른 학교로 눈을 돌릴 수도 없다.

결국 공모는 명문학교가 참여할지 미지수이고 수준 낮은 학교들만 참여해도 그들과의 협상을 멈출 수 없다. 공모로 1~3순위 학교를 정하고 나서 협상만 하는데도 몇 년이 더 걸릴지 모른다.

평택시, 공모로 실패… 영종도 공모하면 충분히 예측되는 결과

전국에서 유일하게 공모 경험이 있는 평택시는 2022년 1월에 3개월간의 공모를 냈고 12개 학교가 참여했다. 마감 후 한달만에 1~3순위 학교를 선정했다.

하지만, 1순위 학교는 조건이 맞지 않아 협상이 결렬됐다. 2순위 학교는 학교 내 일부 이사진들이 한국에 분교를 세우면 본교 명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협상이 결렬됐다. 1, 2순위 학교와 협상하는데만 2년 넘게 소요됐다. 3순위 학교 역시 여러가지 이유로 협상을 못하게 돼 결국 공모한지 2년이 넘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평택시의 사례와 같이 영종에서도 충분히 예측되는 시나리오다.

올 하반기 공모를 시작해 연말에 1~3순위 학교를 정한다고 해도 협상만 2~3년이 소요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1~3순위 학교가 영종 주민들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인천경제청은 학교들과 협상을 중단할 수 없다. 공모 후 1~3순위 학교보다 훨씬 더 좋은 명문학교가 등장해도 이들 학교와 협상이 끝나기 전까지는 명문학교와 개진조차 할 수 없다.

유정복 시장이 2년전 지방선거 인천시장 후보 시절 자신의 핵심공약 1호로 내세운 영종 중심의 ‘뉴홍콩시티 프로젝트’ 비전을 선포했지만, 외국인 정주여건으로 가장 기본적 필수 요소인 국제학교와 종합병원 유치는 하세월로 지역 주민들에게 비난을 사고 있다.

이렇게 되면,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 시절 영종 주민들과 협약한 ‘영종 국제학교 유치 공약협약서’와 유 시장 핵심공약인 ‘뉴홍콩시티(글로벌톱텐시티)’ 인프라 구축용 국제학교 유치가 맞물려서 국제학교 유치는 시급한 현안임에 틀림없지만 유 시장 임기 내 실현되기는 요원해 보인다.

반면에 유 시장이 직접 나서 명문 국제학교를 유치해 온다면 이는 성과로 이어져 유 시장의 치적이 된다. 나머지 개발(토지, 건축)은 인천경제청과 인천도시공사가 해결해 나가면 된다.

이렇게 단순하게 해결하면 될 일을 영종 주민들과의 계속되는 파행속에 지난 3년 동안 설립 의향을 보여 왔던 영국 최상위급 명문학교까지 놓쳐 가면서 굳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공모 방식을 고집하는 인천경제청의 의도를 유 시장이 계속 동조하고 있는데 대해 의구심만 증폭시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놓고 거역할 수 없는 배후 세력이 있거나, 아니면 또 다른 말 못할 사정 및 의도가 있지 않고서는 교육부의 국제학교 설립 절차 매뉴얼(자치단체장이 MOU 체결)처럼 평소 해 오던대로 ‘유치’가 아닌 ‘공모’로 끝까지 밀고 나가야만 하는 그 무언가가 있다는 추측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헤럴드경제 기자 / 인천·경기서부취재본부장]

gilber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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