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장례·축제…"의례는 삶을 의미 있게 만든다"

송광호 2024. 5. 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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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세인 알레한드로는 10대 때부터 '불 건너기' 의례에 참가했다.

이 밖에 돌고래, 까마귀를 비롯한 많은 동물이 일정한 의례를 지닌 채 살아간다.

인간이나 동물이 이처럼 의례에 집착하는 이유는 개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쓸모 덕분에 인간의 영혼은 의례에 대한 갈망이 깊다"며 "우리가 의례를 수행하는 데 끌리는 이유는 단지 그렇게 하기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럴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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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인간은 의례를 갈망한다'
태국의 한 페스티벌 [신화=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73세인 알레한드로는 10대 때부터 '불 건너기' 의례에 참가했다. 다른 사람을 등에 업은 채 불길을 맨발로 뛰어가는 스페인의 의식이다. 지나치게 흥분되는 일이라 부정맥을 앓고 있는 알레한드로에게 의사는 이를 그만두라고 권했다.

"그걸 하기에 너무 늙은 걸 나도 알아. 의사 양반은 내가 불 건너기를 하면 심장에 끔찍한 일이 생길지 모른다고 했지. 하지만 그 의례를 하지 않으면 심장에 어떤 일이 생길지 그 양반은 알까?"

그는 결국 불 건너기에 나섰고, 불구덩이 반대편으로 의기양양하게 빠져나왔다. 의사의 경고에도 그는 어쩔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불 건너기'가 그에겐 '삶의 의미'였기 때문이다.

생을 걸고 의례에 참여하는 건 무모해 보인다. 하지만 '불 건너기'뿐 아니다. 이런 종류의 의례는 세계적으로 무수히 많다. 시아파 이슬람교도는 이맘 후세인의 순교를 애도하고자 칼로 살을 벤다. 필리핀 가톨릭교도는 그리스도의 고난을 기억하기 위해 손바닥과 발바닥에 못을 박는다. 태국의 도교 행사인 구황대제(九皇大祭)에선 참배객들이 뾰족한 것으로 피를 내고 몸을 찔러 신에게 경의를 표한다. 미국 애팔래치아 남부 주의 오순절파 교인들은 교회에서 독사를 다루며 무아지경으로 춤을 춘다.

마사이족의 축제 [EPA=연합뉴스]

과학 기술이 발달한 현재까지도 왜 이런 "이상한 전통"이 존속하고 있는 것일까. 미국 코네티컷대 인류학과의 디미트리스 지갈라타스 교수가 오랫동안 지닌 의문이었다. 그는 신간 '인간은 의례를 갈망한다'에서 이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다.

책에 따르면 의례는 호모 사피엔스만의 독특한 유산은 아니다. 늑대 무리는 먼 거리에서 일제히 울부짖으며 노래하고, 코끼리는 죽은 동족을 애도하고 경의를 표하고자 장례를 치른다. 침팬지는 심지어 인간을 향해서도 의례화된 인사를 한다. 이 밖에 돌고래, 까마귀를 비롯한 많은 동물이 일정한 의례를 지닌 채 살아간다.

코끼리 [EPA=연합뉴스]

인간이나 동물이 이처럼 의례에 집착하는 이유는 개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가령 인도의 봄 축제인 나브라트리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 농도를 조사한 결과, 축제 후에 그 수치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축제가 참가자들의 정신·심리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우울과 불안 증상은 극적으로 줄고, 주관적인 정신적·정서적 행복은 유의미하게 향상됐다는 것이다.

몸에 바늘을 꽂는 축제인 '타이푸삼 카바디' 참가자들에게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특히 몸에 꽂은 바늘 수를 기준으로 나눈 두 집단 중 피어싱을 더 많이 견딘 쪽이 더 적게 견딘 쪽보다 심리적 건강이 30% 향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인도 힌두교 축제 나브라트리 [EPA=연합뉴스]

의례의 이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의례는 집단 가치를 내면화하고, 신뢰를 쌓고, 협력적 단위를 형성하는 강력한 사회적 기술을 연마하는 데 토대가 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는 "이런 쓸모 덕분에 인간의 영혼은 의례에 대한 갈망이 깊다"며 "우리가 의례를 수행하는 데 끌리는 이유는 단지 그렇게 하기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럴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민음사. 김미선 옮김. 408쪽.

[민음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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