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에게 은신처 요구한 마약밀수범…대법 "범인도피교사 아냐"

조준영 기자 2024. 5. 22.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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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밀수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지인에게 은신처를 요구한 행위를 범인도피교사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먼저 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나 피고인이 스스로 도망치는 것과 도피를 위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처벌하지 않으므로 범인과 조력자 사이의 관계, 구체적 상황 등을 두루 살펴 '방어권 남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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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밀수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지인에게 은신처를 요구한 행위를 범인도피교사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방어권 차원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향정),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지난달 25일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1년 태국에서 필로폰 1.5kg 밀수입한 혐의로 검찰 압수수색을 받게 되자 지인 B씨에게 자신의 은신처와 차명 휴대폰을 마련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들은 10년 넘게 가깝게 지내온 사이였다.

B씨는 약 한 달 간 자신의 주거지에 A씨를 숨겨 주고 자신의 지인 명의 휴대폰을 개통해 A씨가 쓸 수 있게 했다. B씨는 주거지를 찾은 수사관들에게도 "A씨 번호를 모르고 연락하려면 다른 지인에게 부탁해야 한다"고 거짓말 해 건물 안에 있던 A씨를 도피를 도왔다.

1심과 2심은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은신처와 차명 휴대폰 마련 등을 요청한 것이 일반적인 도피행위의 범주를 벗어나 방어권을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있어 범인도피교사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범인도피교사죄의 성립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먼저 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나 피고인이 스스로 도망치는 것과 도피를 위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처벌하지 않으므로 범인과 조력자 사이의 관계, 구체적 상황 등을 두루 살펴 '방어권 남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재판부는 "B씨는 A씨와 10년 이상의 친분관계 때문에 피고인의 부탁에 응해 도와 준 것으로 보이고 도피를 위한 인적·물적 시설을 미리 구비하거나 조직적인 범죄단체 등을 구성해 역할을 분담한 것은 아니었다"며 "은신처와 차명 휴대전화를 제공해 달라는 A씨 행위는 형사사법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한다고 보기 어려운 통상적인 도피의 한 유형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과 지인 사이에 암묵적으로 소재에 대해 허위 진술해달라는 취지의 의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에 따른 도피 결과를 형사 피의자로서 방어권 남용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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