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값 인상의 두 얼굴…"7배 수익 대박" vs "찾는 사람 뚝"

이재윤 기자 2024. 5. 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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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주정업체 올해 1분기 영업실적/그래픽=이지혜

소주 원료인 주정 가격 인상이 인상되면서 주정 업체들의 올해 1분기 영업 실적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영업 적자를 기록했던 기업들이 흑자 전환했고 전년대비 6~7배 넘는 수익을 거둔 곳도 나타났다. 반면 소주 제조사들도 단가 인상에 나섰지만 비용 부담이 늘고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낙수 효과를 누리진 못했다.

주정 가격 2년 만에 17.6% 껑충, 주요 업체들 호실적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요 주정업체 5곳의 올해 1분기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모두 크게 개선됐다. 소주의 주원료인 주정은 곡물 발효로 만들어지는 식음용 알코올이다. 업계에 따르면 과제 주정 드럼(200L) 기준 현재 가격은 43만원 정도다. 주정 가격은 2022년 평균 7.8% 인상된데 이어 지난해 4월에도 9.8% 가량 인상됐다.

주정 업계는 과거 10년 동안 단가가 오르지 않았던 만큼 급격한 인상폭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주정 가격은 2012년부터 10년 간 드럼 당 34만원 정도를 유지해 오다 2022년과 지난해 두 차례 인상됐다. 주정은 타피오카와 쌀보리 등 곡물로 만드는데, 최근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인상이 불가피 하게 됐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야 실적 개선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주정 업체들의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창해에탈올은 올해 1분기 별도기준 영업이익이 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6.9% 늘었다. 매출액은 250억원으로 같은 기간 6.7% 줄었다. MH에탄올은 지난 1분기 별도기준 영업이익이 1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841.9% 뛰었다. 매출액은 128억원으로 이 기간 2.2% 줄었다. 같은 기간 한국알콜의 영업이익은 100.3% 증가했다.

영업 적자에서 벗어난 업체들도 있다. 진로발효는 올해 1분이 영업이익이 2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풍국주정도 마찬가지로 지난해 1분기 적자를 냈으나 올해 같은 분기에는 11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을 포함한 전국 9개 주정 제조사들의 영업실적이 개선되면서 숨통이 트였다.

소주 제조사는 쓴웃음…단가인상, 저도주 인기 효과도 미비
주정 단가 인상에 따른 소주 제조사들의 낙수효과는 없었다. 주정 가격 인상 영향으로 비용 부담을 일부 반영했지만 소주를 찾는 수요는 줄어든 탓이다. 업계에 따르면 소주 원료값에서 주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30~40%, 판매 가격의 10~20% 정도다. 하이트진로는 별도기준 소주 매출액이 330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0.04% 줄었다. 롯데칠성음료 소주부문 매출액은 1091억원으로 같은 기간 6% 늘었다.

저도수의 유행도 소주 제조사들의 실적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소주의 도수는 주정의 양에 따라 결정되는데 저도주 수요 늘면서 주정 비중이 줄어든다. 소주 제조사들은 최근 주력 제품 알코올 도수를 낮추고, 주정 사용량을 줄였다. 업계에 따르면 알코올 도수를 0.1도 내리면 병당 주정값 0.6원 정도가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도가 낮아지면 병당 주정값을 6원 정도 절약할 수 있게 된다.

정부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억제 압박도 소주 제조사들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상반기 정부의 가격인상 자제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단가 인상을 최대한 늦췄다. 소주 제조업계 관계자는 "주정 뿐만 아니라 원부자재와 물류, 인건비 등 전방위적인 물가 상승 영향이 있었는데 이를 모두 반영하진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맥주 등 다른 주류 판매량이 늘면서 주요 업체들은 실적을 방어했다.

소주 업계는 가격 상승에 따른 수요 위축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고 대응 마련에 나섰다. 특히 글로벌 곡물 가격 상승으로 인한 추가 주정 단가 인상도 가능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주는 불황일 수록 오히려 잘 팔리는 경향이 있었지만, 단가 인상으로 기대감이 크진 않은 상황"이라며 "추가 주정 가격 인상도 있을 수 있는 만큼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윤 기자 mt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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