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이자는 커녕 월세도 못 낼 판"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 1조 훌쩍
[편집자주]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점점 뒤로 밀리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3.50%의 기준금리가 이어지면서 고금리를 감당하지 못하는 대출자들이 늘고 있다. 고물가, 고환율로 차주들의 상환능력도 악화하면서 금융권의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치킨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40대 김 모 씨는 이같이 토로했다. 10여년 동안 가게를 운영하고 있지만 매출 등 가게 사정이 이같이 악화한 것은 이번인 처음이다. 그는 "고물가에 사람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된 게 확연히 느껴진다"며 "높은 식자재 가격에 월세, 대출이자 등은 계속 느는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총액은 314조6854억 원에서 322조3689억원으로 2.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5대 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 평균은 지난해 3월 말 0.31%에서 올 3월 말 0.42%로 0.11%포인트 올랐다.
주목할 점은 5대 은행 모두 연체 규모가 상승했다는 점이다. 특히 NH농협은행의 개인사업자 연체액이 가장 컸다. NH농협은행의 개인사업자 연체액은 지난해 3월 말 1930억원에서 3460억원으로 79.3% 급증했다. 따라서 연체율도 0.36%에서 0.63%로 대폭 올랐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의 경우 연체액이 1734억원에서 2636억원으로 52% 늘면서 연체율은 0.20%에서 0.29%로 뛰어올랐다.
하나은행도 연체액이 2410억원에서 2770억원으로, 연체율이 0.41%에서 0.47%로 늘며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신한은행은 연체가 2150억원에서 2660억원으로 23.7% 증가했으며 연체율이 0.33%에서 0.40%로 상승했다. 우리은행은 1650억원에서 2030억원으로 22.7% 증가했으며 연체율은 0.32%에서 0.4%로 높아졌다.
이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며 자영업자 대출이 급증한 후 최근 대출 만기가 잇따라 도래하면서 상환능력이 부족한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연체가 쌓인 결과로 분석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들어 외식 비용이 크게 늘고 고물가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어 자영업자들의 상환 능력이 전반적으로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 시기 자영업자 대출 규모가 크게 불어난 부분도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실 채권의 상매각 등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고 있는 데도 연체율이 계속 오르고 있다"며 "부동산, 음식점 등 경기에 민감한 업종을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은 부실채권을 대거 상각 또는 매각하면서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올 1분기 5대 은행은 1조6079억원 상당의 부실 채권을 상·매각했다. 지난해 1분기(8536억원)와 비교해 88.4% 늘어난 규모다. 2022년 1분기(4180억원)와 비교하면 2년 만에 약 4배 증가했다.
━
증권가에선 당초 7~8월로 예상했던 한은의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을 4분기(10~11월)로 옮기고 연내 2번으로 예상했던 금리 인하 횟수를 1번으로 줄이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부채 질도 악화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평가정보에서 받은 '개인사업자 가계·사업자 대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335만9590명의 개인사업자(자영업자)가 총 1112조7400억원의 금융기관 대출(가계대출+사업자 대출)을 보유했다.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 개인사업자는 172만7351명으로 전체 개인사업 대출자(335만 9590명) 가운데 절반 이상(51.4%)을 차지했다. 이들의 대출잔액은 689조7200억원, 연체액은 24조7500억 원으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각각 62%, 79%에 이르렀다. 이는 추가 대출이나 돌려막기조차 사실상 불가능한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사업성이 있는 자영업자를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원을 받아 재기할 수 있는 우량 차주와 버틸수록 적자가 쌓이는 비우량 차주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며 "재기 불가능한 이들에겐 폐업비용을 지원하는 등으로 구조조정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STX-현대로템, 한국 최초 '차륜형 장갑차' 수출 - 머니S
- 韓 조선업 종합경쟁력 中에 추월… "초격차 확보 절실" - 머니S
- 식음료 대기업, 중소 K푸드 수출길 넓힌다 - 머니S
- 첫 만남부터 삐걱… 내년 최저임금위 합의까지 '험로' - 머니S
- 사상 첫 분기 흑자 낸 컬리 "타이밍 봐 상장 재추진" - 머니S
- 주요 건설업체 책임준공 약정, 자본 두 배 달해 - 머니S
- "취재진 가야" 6시간 버틴 김호중 "죄인이 무슨 말을" - 머니S
- [헬스S] 운동 시 심한 가슴 압박, "쉬면 괜찮겠지" 했다가… - 머니S
- [컴앤스톡] '캐즘 직격탄' SKIET 주가, 바닥 뚫고 지하로 - 머니S
- 4배 폭등한 올리브유… BBQ 황금올리브치킨 오늘까지 2만원 - 머니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