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시그널에 볕드는 ‘리츠’···부동산·연금 대안될 수 있을까?[경제밥도둑]

김경민 기자 2024. 5.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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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내려다본 아파트 단지. 강윤중 기자

미국 인플레이션 지표가 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리츠(REITs, 부동산투자회사) 시장의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부동산에 간접 투자해 투자 수익과 함께 배당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리츠는 그간 고금리 기조와 부동산 시장 침체로 고전을 면치 못하다 최근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다.

다만 여전히 공모펀드의 비중이 적은데다, 대기업이 계열사 부동산을 투자자산으로 편입해 사실상 자금 조달 창구로 활용하는 이른바 ‘스폰서’ 리츠에 대한 불신이 여전해 리츠 시장이 국내에서 자리잡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리 인하 기대감에 반등기 맞은 리츠

리츠는 다수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오피스 등 부동산에 투자하고 부동산에서 나오는 임대료 수입 등을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회사다. 배당가능 이익의 90%를 투자자인 주주에게 배당해 5% 이상의 높은 배당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리츠의 장점이다.

서울스퀘어의 미디어 파사드. 박영채 제공

리츠별로 취급하는 부동산의 유형은 다양하다. ERS켄달스퀘어리츠는 상온물류센터를 투자자산으로 하고 있고, NH프라임리츠는 옛 ‘대우빌딩’으로도 알려진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를 투자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4420원(지난 17일 종가 기준 1주당 가격)이면 서울스퀘어의 주인(주주)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리츠 시장은 2022년 각국의 고강도 긴축이 본격화되며 이듬해 가을 바닥을 찍었다. 리츠는 유상증자와 은행 대출을 통해 신규 자산을 편입하고 이후 자산을 매각해 얻은 수익을 투자자에 돌려준다. 이 때문에 대출금리가 높아지는 고금리 국면에선 이자 비용이 늘어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자금조달에도 난항을 겪는다. 또 채권과 예·적금의 금리도 높은 수준을 기록해 투자 매력도도 반감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의 금리 인하 전망이 다시 커지면서 수익성 개선과 배당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장리츠도 반등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상장 리츠 10개를 추종하는 KRX리츠 TOP10지수는 이달 들어 4.81%(지난 17일 종가 기준) 올랐다. 같은 기간 리츠 대장주인 SK리츠(+5.07%)는 물론 롯데리츠(+9.61%), KODEX 한국부동산리츠인프라 등 상장지수펀드(ETF)도 5%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

최근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배당 확대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 것도 리츠에 대한 투심을 되살리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달 자사 상장 리츠인 ‘이지스밸류리츠’의 보유 자산인 태평로빌딩의 자본재구조화를 통해 평가이익에 대한 특별배당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특별배당은 주당 600원으로 공모가(5000원) 기준으로 연 24% 규모인데, 연 배당수익률로 환산하면 20%가 넘는다. 배당 수익은 물론 매매 차익까지 노려볼 수 있는 셈이다.

또 부실화 위험이 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달리 상장 리츠는 직접 부동산을 개발하기보다는 주로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는데다, 여의도 등 중심권역 오피스의 공실률도 낮은 만큼 리스크는 적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공모리츠 활성화로 노후대비·집값완화 노리는 정부

공모리츠 활성화를 추진해 온 정부 입장에선 리츠의 반등은 모처럼 달가운 소식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건설사의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리츠를 도입한 정부는 이를 통한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추진해왔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간접투자를 통해 부동산을 보유하지 않고도 소액투자로 부동산에서 나오는 수익을 챙길 수 있어 과열된 투기 심리를 완화시키는 효과도 노려볼 수 있었다. ‘부동산 불패’로 유동자금이 부동산에 쏠리는 것을 리츠 대중화를 통해 실물 및 금융시장으로 유도해보겠다는 것이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부동산 직접 투자는 보통 사람들이 하기 어려워 소유가 집중되고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이득도 소수에 집중되는 문제가 있다”며 “근본적인 투기 완화는 어렵지만, 국민들이 직접 부동산을 사지않고 간접투자를 하게 된다는 점에서 투기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물자산에서 나오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대체투자는 물론 연금을 보완해 노후를 대비할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도 정부의 기대효과다. 실제로 싱가포르의 경우 이러한 취지에서 국부펀드인 테마섹 등이 리츠 시장을 지원하고, 세제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리츠 시장을 키워왔다. 정부도 2026년까지 공모·상장 리츠와 관련 ETF 등의 배당소득에 대해 9.9%(지방세 포함) 세율로 분리과세하는 등 세제혜택과 배당정책 개선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공모리츠 활성화, ‘스폰서’ 리츠 신뢰 회복이 관건

정부 지원에 힘입어 리츠의 수와 자산은 매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약 61조원이었던 국내 리츠 규모는 지난 4월 약 97조원까지 커졌다. 문제는 상장리츠의 비중이 16.6%에 불과해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여전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매매성향이 장기투자보다는 단타 중심의 단기적 성향이 강해 공모리츠가 인기를 끌지 못하면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리츠는 시세차익보다는 꾸준한 배당이 중요한데, 단기간에 가격이 움직이는 상품이 아니다보니 리츠를 주식처럼 생각하는 국내투자자의 관심도가 높게 형성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SK, 롯데, 삼성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스폰서’ 리츠에 대한 불신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SK리츠는 지난해 SK하이닉스 수처리센터를 투자자산으로 편입하면서 주주의 이익이 아닌 계열사의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리츠를 활용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주주의 리츠’가 아닌 ‘대기업을 위한 리츠’가 됐다는 것이다.

국내 리츠의 규모가 해외 리츠와 비교해 작은 만큼 투자 풀이 크지 않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일본이나 싱가포르에 비해 주식시장 대비 리츠의 시총 비중이 크지 않다보니 투자자들이 선별할 수 있는 투자 풀이 많지 않다”며 “규모가 커져야 리츠도 각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 섹터에 집중된 리츠의 경우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주의할 요인으로 꼽힌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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