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건설업체 책임준공 약정, 자본 두 배 달해

정영희 기자 2024. 5. 22.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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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급사업 32.2% 공정지연 상태
잠재 리스크 금액 3조8000억원
지난해 해말 기준 주요 11개 건설업체의 합산 책임준공약정액은 약 61조원(별도 기준)으로, 약 58조원을 기록한 전년 대비 5% 늘었다./사진=뉴스1
레미콘 업계 파업 등 미시적인 요인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금리인상, 인플레이션 등 거시적인 요인으로 인해 다수 현장에서 공정이 지연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고위험군인 직접 PF보증에서 저위험군인 책임준공약정으로까지 부정적인 영향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책임준공약정이 건설사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22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주요 11개(현대건설·GS건설·포스코이앤씨·롯데건설·대우건설·HDC현대산업개발·디엘이앤씨·KCC건설·SK에코플랜트·코오롱글로벌·HL D&I 한라) 건설업체의 합산 책임준공약정액은 전년(약 58조원) 대비 5% 증가한 약 61조원(별도 기준) 이었다. 이는 동 건설업체의 직접적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보증(28조원)의 2.1배, 자본총계(31조원)의 2배로 절대적인 규모가 매우 크다.

책임준공약정은 정해진 기한 내에 목적물을 준공하면 우발채무 부담에서 벗어나기에 통상 위험도가 낮은 우발채무로 분류된다. 그러나 책임준공약정을 이행하지 못하면 우발채무가 현실화되며 건설업체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과잉공급이 발생한 물류센터의 경우, 미매각 우려에 따라 공사대금 회수에 차질이 생기면서 다수의 책임준공 미이행 사례가 발생한 바 있다. 신규주택은 분양률에 대한 우려로 인해 착공 자체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주택시장의 착공전환율은 2021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 지난해 말 40.1%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아파트 착공대기·미착공물량의 비중 역시 증가하고 있다.

책임준공약정의 신용을 공여하며 건설업체는 의무 이행을 위한 자금 선투입이라는 간접적인 위험과 의무 미이행에 따른 우발채무 현실화라는 직접적인 위험을 모두 부담한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저하됨에 따라 두 위험 모두 발생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건설사의 현금흐름 및 재무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개별 책임준공 현장을 공정률과 사업성에 따라 분류하고 책임준공 약정에 따른 잠재적인 손실 수준을 산정했다. 공정률과 사업성이 모두 저하된 경우 공사비 미회수와 우발채무 현실화에 따른 손실이 모두 발생하고, 공정률이 양호하나 사업성이 저하된 경우 공사비 미회수에 따른 손실이 생긴 것으로 가정했다.

이에 따른 책임준공약정 관련 잠재 손실규모는 우발채무 현실화 9000억원, 공사비 미회수 2조9000원으로 총 3조8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우발채무 현실화 예상액은 주요 11개 업체의 합산 책임준공 약정금액의 6.2%, 공사비 미회수 규모는 도급금액의 3.9%에 각각 해당한다. 총 잠재 손실규모는 자본규모의 12.4%다.

상대적으로 재무적 여력이 취약한 중소 건설업체는 책임준공 리스크가 현실화되면 심각한 자금압박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대형이나 그룹 계열 건설업체 역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가져와 자금부족상황을 심화시킬 확률이 낮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육성훈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부정적인 부동산 경기가 지속되면서 향후 착공 현장의 공정률과 사업성이 추가로 저하될 수 있어 총 잠재 손실규모는 확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부동산 경기가 침체기에 들어선 이후 건설업과 관련된 문제점 중 가장 큰 이슈는 부동산PF이며 현재까지도 이에 대한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브리지론의 경우 과거 높은 가격에 구입한 토지 가격으로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부동산 개발사업의 사업성을 확보할 수 없다"며 "금융기관들은 관련 대출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설정하고 있으며, 관련 우발채무가 큰 건설업체는 우발채무 현실화 위험이나 자금 조달의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부연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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