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무슨 이런 신인이... 몸도 못 풀고 '직구 3개'로 데뷔 첫 세이브! SSG전 6연패 악몽 지웠다

김동윤 기자 2024. 5. 22.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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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두산 김택연.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두산 김택연이 21일 잠실 SSG전에서 데뷔 첫 세이브를 올리고 취재진과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무슨 이런 신인이 있나 싶다. 두산 베어스 김택연(19)이 불펜에서 충분히 몸 풀 시간이 부족했음에도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올라와 직구 3개로 데뷔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두산은 2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홈 경기에서 SSG 랜더스에 8-6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두산은 2023년 9월 27일 인천 더블헤더 2차전부터 시작된 SSG전 6연패 악몽을 지우고 2연승을 달렸다. 27승 2무 21패를 기록한 두산은 4위를 유지했다.

천적의 무서움을 다시 한번 실감한 경기였다. 이날 두산은 김재환과 양석환이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9회까지 8-2로 크게 앞서갔다. 하지만 박정수가 최준우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할 때부터 꼬였다. 대타 강진성이 볼넷을 골랐고 최정이 추격의 스리런포를 때려내 SSG가 5-8로 추격했다. 이후 두산은 박정수를 이영하, 이영하를 홍건희로 마운드를 바꿔봤으나, 그때마다 안타를 맞았다. 고명준의 1타점 적시타로 2점 차로 쫓기자, 결국 두산은 홍건희에서 김택연으로 마운드를 교체했다.

경기 후 김택연에 따르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등판이었다. 불펜에서 몸을 풀 때 공 10개도 던지지 않고 올라간 것이 그 증거였다. 김택연은 "처음에는 점수가 8 대 2라 우리가 이길 줄 알았다. 9회 초 시작할 때는 벤치에 앉아 있었다. 이대로 끝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긴장은 어느 정도 하고 있었다. 그래도 마무리가 있고 다음 투수도 대기하고 있어서 갑작스럽게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자가 2명 이상 나가면 포수를 앉히고 공을 강하게 던지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내가 다음으로 올라갈지 몰랐는데 준비하라고 해서 그때부터 강하게 던졌다"며 "다행히 몸이 빨리 풀리는 편이다. 그전까지 캐치볼로 잘 준비했고 다음 투수가 올라갈 동안 공 6개 정도 던질 시간은 있으니까 강하게 던져보고 바로 올라갔다"고 덧붙였다.

김기연(왼쪽)과 김택연.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그렇게 급작스럽게 마련된 세이브 찬스에서 김기연(26)-김택연 배터리는 과감하게 직구 승부를 했다. 상대는 이날 3타수 3안타로 가장 타격감이 뜨거운 김민식이었음에도 젊은 배터리의 선택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김택연은 "타이트한 상황에서는 투수가 던질 수 있는 최고의 공을 던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나도 직구만 던질 생각이었고, (김)기연이 형도 그냥 (상대와 직구로) 붙자고 해서 나도 기연이 형 사인을 믿고 던졌다"고 힘줘 말했다.

처음 두 개의 직구는 볼이 됐다. 3번째 직구를 김민식이 건드렸고 이 타구는 2루 베이스 근처 유격수 방향으로 흘러가 병살로 이어졌다. 두산이 SSG전 6연패를 끊어내는 순간이었다. 그러면서 김택연은 2024년 신인 중 가장 먼저 세이브를 올린 투수가 됐다.

김택연은 "세이브를 했다는 거 자체가 기분 좋다. 또 그런 상황에서 나를 믿고 올려주신 거라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조금 더 열심히 던졌다. 처음에 볼 2개가 들어와서 조금 위험하다고 생각했는데 운 좋게 병살코스가 나왔다. 팀도 이기고 나도 첫 세이브를 거둬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올 시즌 김택연은 주자가 없을 때(피안타율 0.233)보다 득점권(피안타율 0.120)에서 더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탓에 두산 이승엽 감독은 몇 번의 인터뷰에서 가장 위기 때 생각나는 사람으로 김택연을 꼽았다.

두산 김택연.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이에 김택연은 "득점권에서는 상하 코너워크랑 로케이션을 조금 더 신경 쓴다. 투수로서 주자가 없을 때 가장 좋은 건 1구 1타(공 하나로 범타를 끌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쓰다 보니 안타를 허용하는 것 같다"며 "감독님이 말씀하신 걸 기사로 읽었을 때 기분이 좋았다. 한편으로는 위기 때 그렇게 믿고 올리시는 거라 그 기대에 맞게 내가 결과를 내고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상황이 오면 항상 책임감 있게 던지려 한다"고 힘줘 말했다.

프로 첫 등판의 악몽은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서 많은 기대를 모았던 김택연은 프로 첫 등판이었던 3월 23일 NC전에서 1이닝 2피안타 3사사구(2볼넷 1몸에 맞는 볼) 1탈삼진 2실점으로 크게 무너졌다. 하지만 이후 한 경기, 한 경기 이겨냈고 시즌 평균자책점을 2.05로 내렸다. 그 중심에는 오승환(42·삼성)과 비견되는 돌직구였다.

김택연은 "그 경기(3월 23일 NC전) 자체가 내겐 약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 경기를 발판 삼아 더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안 좋은 기억은 잊고 그 경기를 통해 남은 개선해야 할 점 등은 다 기억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직 시즌이 두 달밖에 안 지났다. 아직 나를 못 본 타자가 많아서 좋은 결과가 있는 거 같다. 방심하지 않고 더 준비를 잘하려 한다. 직구 외에 서브 구종을 잘 준비해야 할 거 같다. 현재 2구종은 슬라이더를 쓰고 있지만, 앞으로 커브도 많이 쓸 계획이다. 나는 상하 스트라이크 존을 많이 쓰기 때문에 커브만큼 좋은 공이 없을 거 같다. 지금은 바꾼 슬라이더가 전력 분석팀이나 투수 형들이 다 좋다고 해주셔서 슬라이더를 잘 활용하려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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