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넘어 AI 허브로…대만, 엔비디아 이어 美 AMD도 품었다

장형태 기자 2024. 5. 22.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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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전쟁] AI 빅테크 기업 잇따라 유치
그래픽=박상훈

미국 반도체 설계기업 AMD가 대만에 약 2100억원을 들여 인공지능(AI) R&D 센터를 설립한다고 20일 대만 연합신문망이 보도했다. 대만 정부는 AMD를 유치하기 위해 최소 수백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약속했다. 하지만 대만 정부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가로 AMD에 확실한 조건을 내걸었다. 대만의 반도체 연구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인재 육성과 반도체 설계 회사와의 협업 등을 요구한 것이다.

그래픽=박상훈

◇”보조금 줄 테니 대만 인재 육성하라”

연합신문망에 따르면, 대만 경제부는 ‘A+산업 혁신 R&D 프로그램’으로 보조금을 신청한 AMD에 요구한 조건은 네 가지다. 우선 대만 칩 설계 기업들과 협력을 요구했다. 대만은 파운드리(위탁 생산) 세계 1위인 TSMC로 확실한 반도체 제조 기술을 갖고 있다. 칩 설계 역량도 함께 키워 반도체 생태계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어서 개발한 AI 서버는 대만 내에서 제조할 것을 요구했다. 대만은 AI서버 제조 강국일뿐 아니라, AI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자국에 유치하겠다는 구상이다. 연구개발 인력의 최소 20%는 해외에서 데려와야 하고 고위 경영진이 대만에 상주할 것도 조건으로 내세웠다. 대만도 한국처럼 반도체·AI 인력난을 겪고 있는 만큼, 해외의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겠다는 의도다. 마지막으로 대만 대학과 협력해 인재를 공동 육성할 것도 요구했다. 대만 칩 생태계에 기여하고, 대만에서 인력을 육성하라는 것이다.

PC 및 IT 부품 제조 강국에서 반도체 제조 강국으로 거듭난 대만은 AI 연구개발 허브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연합신문망은 “AI 분야 R&D를 유치해 반도체 제조 능력 향상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일 취임한 라이칭더 대만 총통도 취임사에서 “대만을 실리콘(반도체) 섬에서 AI 섬으로 변모시키겠다”고 했다.

한편 대만은 TSMC를 비롯한 자국 핵심 기업들이 해외로 생산 및 연구기지를 확장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하자 대만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반도체의 탈대만화와 공동화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거셌다. 이 때문에 대만 정부는 대만 밖으로 연구 성과를 유출시키지 않는 것에 정책을 집중하고 있다.

그래픽=박상훈

◇PC 제조 강국서 AI 허브로 변신

대만은 보조금과 함께 반도체 제조 인프라를 내세워 AI, AI 반도체 기업을 유치하고 있다. 이미 엔비디아, 마이크론, 반도체 장비 업체 ASML 등이 대만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고 제조 공장, AI 수퍼컴퓨터, 연구센터 등을 짓고 있다.

이번에 R&D 센터를 짓기로 한 AMD는 AI 반도체 핵심인 GPU(그래픽처리장치)와 CPU(중앙처리장치) 분야 세계 2위 기업이다. 라이벌 엔비디아와 마찬가지로 생산 물량 상당수를 대만 TSMC에 위탁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제조 및 후공정(패키징) 인프라와 인력을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미 엔비디아는 대만에 R&D 센터를 짓고 있다. 엔비디아가 1조원가량 투자하는데, 이 중 28%인 2800억원을 대만 정부가 보조금으로 지급한다. 대만 경제부에 따르면 연구시설은 1000명이 넘는 일자리를 창출할 예정이며, 엔비디아의 수퍼컴퓨터까지 설치된다. 엔비디아는 현재 세계 곳곳에 4개 수퍼컴퓨터를 설치하고 있는데, 이 중 두 대를 대만에 배치한다. 이 중 ‘타이베이 1′로 이름 붙여진 수퍼컴퓨터는 엔비디아의 AI가속기 H100 512개가 탑재됐다. H100은 개당 5000만원이 넘는 고가 부품이다. 엔비디아는 수퍼컴퓨터 용량의 25%를 대만 연구소·스타트업에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반도체 장비 1위 기업인 네덜란드 ASML도 TSMC의 과학단지가 있는 신주에 제조 공장과 연구센터를 짓는다. ASML은 2022년 이 같은 투자 약속을 하고 지난해 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ASML의 투자 규모는 1조2000억원 정도로 알려졌는데, 이는 ASML이 한국에 투자하기로 한 금액(2400억원)보다 약 4배 많다. 업계에서는 최대 장비 고객인 TSMC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ASML 역시 대만 정부로부터 거액의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구글도 지난달 대만 타이베이 인근에 두 번째 하드웨어 연구기지를 열었다. 근무 인원만 수천명으로 알려졌다. 차이잉원 당시 총통이 연구센터를 직접 찾아 축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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