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반발에도…결국 '보수' 선장 세우고 출범한 최임위

CBS노컷뉴스 김민재 기자 2024. 5. 22.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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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많으면 성적 떨어져' 주장했던 이인재 교수, 최임위원장으로 선출
尹정부 노동정책 진두지휘한 권순원 교수, 또 공익위원 간사 맡아
노동계 "권 위원 운영위 들어오면 보이콧" 주장 이어 사퇴 촉구하기도
지난해처럼 집단 퇴장 등 극단 상황은 피해…勞 '한계 뚜렷해도 실리 챙기자' 분위기 감지돼
이인재 최저임금위원장(가운데)이 5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고용노동부 공무원으로 상임위원을 맡은 하헌제 부위원장, 오른쪽은 공익위원 간사인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권순원 교수. 김민재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부터 위원장까지 보수 성향 인사들로 가득 채워진 가운데 최저임금 1만 원 시대가 열릴 것인지 주목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21일 제1차 전원회의를 열어 고용노동부 장관이 요청한 '2025년 적용 최저임금 심의요청서'를 접수하며 심의를 개시했다.

이날 회의에는 재적위원 27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공익위원 중 이인재 위원을 13대 위원장으로, 하헌제 상임위원을 부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를 맡고 있는 이 위원장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로스쿨 법학 석사, 미국 뉴욕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위원장은 최임위 위원과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을 지내는 등 노-사-공익 대화 경험이 많다. 특히 한국노동경제학회 회장과 한국노동연구원장,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전신인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임금연구회 위원장 등을 지내는 등 고용노동 분야에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다만 이 위원장이 공익위원으로 선임됐다는 소식이 들릴 때부터 노동계에서 우려했을 정도로 보수 성향이 뚜렷하다. 2010년 1월 노동연구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전교조와 학업성취도의 관계' 보고서를 통해 전교조 가입교사 비율이 10% 증가하면 학생들이 수능 시험에서 언어영역·외국어영역 점수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떨어졌다고 주장해 '전교조 죽이기'에 나섰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노동계가 주목해온 또 다른 인물은 지난 최임위 임기에 이어 올해도 공익위원 간사를 맡은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권순원 교수다. 권 교수는 현 정권의 노동개혁 방향을 설계했던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서 좌장을 맡았고, 직무급 중심으로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한 '상생임금위원회'에도 참여했다.

지난 최임위 임기 동안에도 공익위원 간사로서 2020년부터 올해까지 연평균 3.4%의 극도로 낮은 인상률을 사실상 진두지휘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최임위 1차 전원회의에서는 노동계가 권 교수 퇴진을 요구하며 회의장을 일제히 퇴장하기도 했다.

5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으로 참석한 전지현 전국돌봄서비스노조 위원장이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 결사반대'가 씌어진 종이를 들고 있다. 김민재 기자


이 때문에 노동계는 지난 13일 성명을 통해 올해 이 위원장과 권 교수를 포함한 공익위원들 대부분이 보수성향 인사로 채워졌다고 비판하며 재선임을 촉구한 바 있다.

이날 회의에서도 근로자위원들이 권 교수가 공익위원 간사를 맡은 점을 문제삼아 권 교수가 참석하면 최임위 운영위원회에 참석하지 않고 전원회의에만 참석하겠다며 보이콧에 나서기도 했다.

또 근로자위원 간사를 맡은 민주노총 이미선 부위원장이 전원회의에서 "지난 심의 과정에 노동자 삶을 외면하고 소통이 안 되고 어려움을 만들었던 장본인임을 우리 노동자들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지켜보고 있다"면서 권 교수에게 공익위원직을 사퇴하라고 거듭 요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동계의 반발을 의식한 듯 이 위원장은 이날 첫 모두발언에서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공으로 구성된 위원회다.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위원회를 운영하겠디"며 "노와 사가 배려와 타협의 정신을 바탕으로 최대한 이견을 좁히고 합의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심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이번 1차 회의에서는 지난해와 같은 집단 퇴장 등 극단적인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노동계는 최임위 진용을 새로 꾸린 첫 회의이자, 윤석열 정권이 총선에서 대패한 이후 정부 노동정책의 방향을 가늠할 시금석이 될 점을 고려해 최저임금 결정에서 최대한 실리를 얻도록 신중을 기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전호일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가 노동에 대한 어떤 입장을 표방할 것인지, 구체적인 실천이 이번 최저임금에 달려있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위원장 인선 등에 대해서는 우리의 질의에 대한 답변 등을 보고 판단하자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권 교수가 운영위원으로 나온다면 노동계 운영위원들은 (회의를) 하지 않고 모든 것을 전원회의에서 결정하자는 얘기가 있었다"며 "그럼에도 계속 운영위에 참여하겠다면 상황이 더 힘들어지겠지만, 우리 입장을 정확하게 얘기했으니 공익위원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이지현 대변인은 "공익위원 인선이 있기 전부터 우려를 표명했는데도 강행된 것 자체가 이 위원장과 정부와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현 상태에서 최임위를 당장 보이콧하는 것이 최저임금 인상 등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우려하는 지점은 분명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어 거듭 입장을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저임금은 노사가 치열하게 격돌하면 공익위원들이 공정한 시각에서 양쪽 의견을 듣고 적정한 수준에서 조율해야 하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그렇게 되지 않았고 이번에도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전망이 밝지 않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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