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유일·최초 와인메이커 비비아나는 어떻게 유리천정을 깼나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최현태 2024. 5. 22.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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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틀레야 오너·와인메이커 비비아나 곤잘레스 라베 단독 인터뷰/와인문화 없는 콜롬비아 출신 이유로 프랑스 양조대학들 입학 거절/수차례 두드린 끝에 어렵게 입학 허가 받아내/와이너리 설립 10여년만에 캘리포니아의 떠오르는 와인메이커로 주목/카틀레야 소비뇽블랑 와인 스펙테이터 톱 100 와인 선정/로버트 파커·제임스 서클링 등 평론가들 극찬/보르도 양조기술·캘리포니아 과학적 양조 시설 결합 ‘무산소 양조’로 명작 빚어

비비아나 곤잘레스 라베. 최현태 기자
손맛. 오랜 경험을 통해 다져진 일종의 ‘감각’이다. 어머니가 정확한 레시피가 없이도 늘 맛있는 맛을 비슷하게 구현하는 것은 이런 손맛 덕분이다. 와인 양조도 와인메이커의 손맛이 작용한다. 여러 품종의 블렌딩 비율을 정하거나 포도밭별로 따로 양조한 포도를 섞을 때 그렇다. 와이메이커의 후각과 미각은 늘 일정한 품질의 와인을 만드는데 많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여기 전혀 다른 스타일의 여성 와인메이커가 있다. 그는 정확한 결과물을 얻기 위해 와인양조를 ‘숫자’로만 진행하고 손맛은 철저하게 배제한다. 온갖 현대적인 양조 장비를 총동원하는 것은 물론이다. 특히 질소, 아르곤, 이산화탄소로 산소를 ‘제로’로 만들어 오차가 생길 틈조차 절대 주지 않는다. 와인양조는 화학이고 과학이라 믿기 때문이다. 미국 와인의 심장, 캘리포니아에서 오로지 데이터에 기대 명품 와인을 선보이는 와이너리 카틀레야(Cattleya). ‘유리 천정’을 깬 콜롬비아의 최초이자 유일한 와인메이커 비비아나 곤잘레즈 라베(Bibiana Gonzalez Rave·46)를 따라 ‘신의 물방울’이 탄생하는 오묘한 와인 양조의 세계를 엿본다.
비비아나 인터뷰 지면.
알마 드 카틀레야 레이블에 담긴 콜롬비아 국화 양란. 최현태 기자
◆콜롬비아 최초의 와인메이커가 되다

비비아나 와인은 병에 꽃이 하나 그려져 있다. 와이너리 이름인 카틀레야(Cattleya), 즉 양란으로 콜롬비아의 국화다. “조국을 떠나 미국에 터전을 잡았지만 가슴은 늘 고향인 콜롬비아에 있어요. 콜롬비아 최초, 유일 와인메이커라는 자부심을 담아 카틀레야를 와이너리 이름으로 정했답니다.”

혜성과 같이 등장한 비비아나는 최근 10년새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와인메이커로 성장해 명성을 떨치고 있다. 각종 수상실적이 말한다. 2014년 유명와인매체 와인앤수지애스트가 선정한 ‘미국 테이스트메이커 40인’에 이름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2015년엔 캘리포니아주를 대표하는 언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San Francisco Chronicle)이 비비아나를 올해의 와인메이커로 뽑았다. 미국의 떠오르는 와인평론가 젭 던넉(Jeb Dunnuck)은 2008년부터 매년 ‘톱100 와인’을 발표하는데 비비아나의 알마 드 카틀레야(Alma de Cattleya) 피노누아 2019가 톱 100와인 41위로 선정됐다. 끝이 아니다. 요즘 소비자들의 와인 선정 기준이 되고 있는 ‘와인 바이블’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톱 100 와인 목록 22위에 알마 드 카틀레야 소비뇽블랑이 올랐다. 또 비비아나의 첫 시라 와인은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가 97점을 부여했고, 카틀레야 더 가디스(The Goddess) 피노누아 2021은 와인 스펙테이터 95점, 제임스 서클링 93점을 받는 등 많은 평론가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비비아나. 홈페이지
이처럼 평론가들이 극찬하는 와인메이커로 성장했지만 그가 와인 양조의 길로 접어드는 것은 매우 험난했다. “어린 시절 콜롬비아에는 와인을 마시는 문화가 거의 없어요. 특별한 날에만 즐기는 고급스러운 술로만 여겨졌죠. 14살때쯤 아버지의 술잔에서 한 모금씩 와인을 마시며 그 깊은 맛에 매료됐어요. 특히 포도가 전혀 새로운 와인으로 바뀐다는 사실 자체에 놀랐어요. 또 와인이 인류 역사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알게 돼 호기심은 더욱 커졌고 와인 메이커가 되겠다고 결심했답니다. 콜롬비아의 대학교에서 화학공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뒤 무작정 세계와인의 심장인 프랑스로 날아갔습니다.”
비비아나. 홈페이지
와인양조학을 배우기 위해서 수차례 프랑스 양조대학들의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와인도 만들지 않고 와인문화 조차 없는 콜롬비아 출신이라는 이유가 가장 컸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직접 대학 입학처를 일일이 찾아가 와인을 향한 열정을 적극적으로 설명한 끝에 입학 허가를 받아냈다.

그는 코냑의 와인학교를 거쳐 보르도 대학에서 포도재배와 양조학 학위를 따낸 뒤 본격적인 와인메이커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보르도 그랑크뤼 5대 샤토중 하나인 샤토 오 브리옹(Château Haut-Brion·2003), 라 미션 오 브리옹(La Mission Haut-Brion·2003), 도멘 스테판 오지에(Domaine Stephane Ogier·2001)와 프랑스 남부 론의 유명 와인산지 코트 로티에 있는 도멘 클뤼셀 로쉬(Domaine Clusel Roch·2001), 부르고뉴의 도멘 뒤 드베브 (Domaine du Devevey·2006), 알자스의 도멘 듀 슈아이더커 (Domaine du Scheidecker·2002), 코냑의 리세 드 로이셀러리(Lycée de L’Oisellerie·2000), 캘리포니아 페이 빈야드(Peay Vineyards), 오 봉 클리마(Au Bon Climat), 린마 에스테이트(Lynmar Estate), 퀴페(Qupé) 등 많은 와이너리를 거쳐 내공을 다졌다. 또 견문을 넓히기 위해 3년동안 캘리포니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북반구와 남반구를 오가는 ‘플라잉 와인메이커’로 일하며 일년 내내 와인을 만들었다.

비비아나 포도선별. 홈페이지
◆와인은 숫자로 말한다

그는 이처럼 프랑스의 와이너리를 두루 섭렵했지만 2012년 터전을 잡고 와이너리를 일군 곳은 프랑스가 아닌 미국 캘리포니아 소노마 카운티다. 프랑스어도 열심히 배우고 수많은 와이너리에서 인적 네트워크도 만들어 놓았는데 왜 캘리포니아를 선택했을까. “프랑스는 규제가 심해서 와인양조가 매우 까다로워요. 생산지마다 정한 품종 비율과 양조방식을 반드시 따라야 하죠. 반면 캘리포니아는 매우 자유로운 편이에요. 양조 경험과 양조학, 화학공학을 결합해 만들고 싶은 대로 마음껏 와인을 만들 수 있었죠. 특히 질소, 아르곤, 이산화탄소 등을 사용해 산소 접촉을 최소화하는 양조를 좋아하는데 캘리포니아에는 세계 최고의 현대적인 양조시설을 갖춘 와이너리들이 많아요. 내가 구현하고 싶은 순수한 와인을 만들 수 있었기에 2005년부터는 아예 소노마에 정착했답니다.”

알마 드 카틀레야 소비뇽블랑. 최현태 기자
이런 현대 양조시설과 과학적인 접근으로 탄생한 대표 와인이 알마 드 카틀레야 소비뇽블랑이다. 알마는 영혼이란 뜻으로 영혼까지 모두 쏟아부어 만든 와인이란 뜻을 이름에 담았다. 보통 소비뇽블랑은 맑고 순수하게 과일향과 산도 위주로 뽑아내는 와인이라 오크통을 쓰지 않고 대부분 스테인리스 스틸탱크에서 발효한다. 하지만 비비아나는 오크통을 사용한다. 오크를 쓰면 신선한 과일향이 버터리한 오크향에 묻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비비아나 와인은 오크통을 전혀 쓰지 않은 것처럼 놀랍도록 신선한 과일향이 폭발하면서도 깊은 복합미까지 느껴진다. 어떻게 이런 양조가 가능할까
비비아나 홈페이지.
“우선 포도의 신선한 산도를 잘 지키기 위해 서늘한 밤에 손수확하는 것부터 시작하죠. 저온침용 방식으로 긴 시간동안 천천히 과일의 아로마를 뽑아냅니다. 저는 포도즙이 산소와 접촉하는 것을 극도로 꺼립니다. 포도즙이 산소와 결합되면 좋은 아로마는 물론 집중도, 그리고 숙성 잠재력까지 잃기 때문이죠. 산화를 방지하기 위한 이산화항(SO2)은 절대 쓰지 않아요. 대신 질소, 아르곤 가스 등으로 무산소 발효합니다. 당연히 과일향을 풍부하게 뽑아내기 위해선 오크향의 간섭이 없는 스틸탱크가 훨씬 유리합니다. 하지만 오크통의 장점도 있어요. 오크통에서 발효하면 미량의 산소가 들락거리면서 구조감과 복합미를 끌어 올릴 수 있답니다. 또 산소가 향 분자와 강력하게 결합돼 아로마를 도망가지 못하게 붙잡아 둡니다. 특히 225리터 작은 오크통에서 발효하면 효모앙금과 껍질 등이 계속 위아래로 섞이면서 구조감을 더 잘 만듭니다. 대형 스틸 탱크는 껍질 등이 가라앉아 잘 안섞여요. 따라서 오크통을 포기할 수 는 없었죠. 대신 산소가 너무 많이 들어가면 안 돼요. 따라서 처음부터 끝까지 산소량을 계속 체크합니다. 발효가 끝난 포도즙을 다른 통으로 옮길 때 질소 가스 등으로 포도즙의 산소를 완전 제로 상태로 만든 뒤 호스를 통해 옮깁니다.”
비비아나와 제프 피소니. 홈페이지
비비아나는 이처럼 과학적인 접근이 떼루아를 보다 선명하게 드러내는 와인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이에 2011년 결혼한 남편 제프 피소니(Jeff Pisoni)와 함께 양조장에 실험실까지 구축했다. 남편은 캘리포니아 UC데이비스 대학교에서 양조학을 전공한 뒤 가문의 와이너리 피소니 에스테이트(Pisoni Estate)에서 헤드 와인메이커로 활약하고 있다. 피소니 에스테이트(Pisoni Estate)는 1982년 캘리포니아 산타 루시아 하이랜드에서 와인생산을 시작했다.

비비아나는 와인을 만들 때 자연효모만 사용하고 병입때 필터링도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내추럴와인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지만 원하는 와인을 만들기 위해 양조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때문에 와인메이커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내추럴와인과는 거리가 멀단다.

비비아나. 홈페이지
비비아나는 당분과 산도의 완벽한 밸런스를 구현하는데도 많은 신경을 쓴다. 또 하나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페놀성분이다. “많은 아로마가 과육에서도 나오지만 포도 껍질에 담긴 페놀 성분에서도 굉장히 많은 아로마가 추출됩니다. 따라서 껍질까지 잘 익었는지 확인하고 수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포도가 가지에 매달려 있는 헹잉타임을 길게 하면 페놀 성분까지 만들어지는 완벽한 포도를 얻을 수 있어요. 이때 미네랄도 더욱 풍성해집니다. 저가 와인들이 복합미가 없는 이유는 당도만 올라오면 바로 수확하기 때문이랍니다.”
비비아나와 제프 피소니. 홈페이지
◆남편과 양조기술 공유한 명작 ‘쉐어드노트’ 탄생

비비아나의 명성을 만든 결정적인 와인은 와이너리 카틀레야를 설립한 2012년 선보인 쉐어드 노트(Shared Notes). 와인 이름처럼 부부 각자가 오랫동안 쌓은 와인 양조 기술을 공유해 함께 만든 와인이다.

“쉐어드 노트는 소비뇽블랑이 유명한 프랑스 루아르와 보르도 페삭 레오냥 스타일로 만들었어요. 둘다 피노누아를 잘 만드니 좀 다른 걸 만들어 보고 싶었죠. 캘리포니아에는 정말로 잘 만든 소비뇽블랑이 없었기에 최초의 프리미엄 소비뇽블랑을 만든다는 각오로 도전했답니다.”

쉐어드노트. 최현태 기자
이에 와인 이름은 프랑스어로 정했고 소노마의 비교적 서늘한 와인산지 러시안리버밸리 포도를 선택했다. 루아르 스타일 레 피에흐 끼 데씨덩(Les Pierres qui decident)은 소비뇽블랑 100%. 와인 이름은 ‘토양이 결정짓는다’는 뜻으로 샘솟는 듯한 미네랄이 특징인 루아르 스타일로 잘 풀어냈다. 보르도 스타일은 ‘르 르쏭 드 메트흐(Les lecons de maitr)로 ‘스승으로부터 배운 가르침’이란 뜻. 비비아나가 보르도에서 양조를 배우며 스승들에게 배운 블렌딩 기술을 그대로 구현했으며 소비뇽블랑 72%, 세미용 28% 비율이다. 둘 다 우아한 산도가 돋보인다. 새 프렌치 오크에서 8개월 숙성했고 산미를 잘 살리기 위해 젖산발효는 하지 않는다.
쉐어드노트 루아르 스타일 레 피에흐 끼 데씨덩. 홈페이지
쉐어드노트 보르도 스타일 르 르쏭 드 메트흐. 홈페이지
돈을 벌려고 만든 와인이 아니라 오크통 2개 정도만 만들기에 생산량은 각각 1200병과 1800~2400병에 불과하다. 대신 두 사람이 가진 모든 양조기술과 역량을 쏟아 부었다. 저가 와인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껍질에서 한방울도 안 나올 정도로 포도즙을 추출한다. 하지만 비비아나는 정반대로 아주 천천히 프레싱해 가장 퓨어한 가운데 부분 포도즙이 나올 때 까지만 추출한다. 껍질과 함께 3~5시간 저온침용하며 질소가스로 산소를 차단한다.
비비아나. 홈페이지
비비아나는 프랑스에서 공부했고 제프는 캘리포니아 토박이다. 따라서 배운 것도 다르고 와인 양조 기법도 다르다. 이 때문에 다툼도 많았지만 최선의 결론을 내리기위해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맞춰가며 명작을 빚어내는데 성공했다. 가장 많이 싸운 것은 필터링 여부. “보르도에서는 거의 필터링을 해요. 혹시라도 미생물이 잘못 작용하면 와인이 상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보르도 스타일로 만들려면 필터링을 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죠. 하지만 남편은 반대했어요. 필터링 과정에서 아로마 손상되기 때문이죠. 많이 싸웠지만 기계로 검사한 결과 어떤 박테리아도 나오지 않아 결국 필터링을 안 하기로 결정했답니다. 남편이 이겼고 지금도 이를 자랑스러워한답니다 하하.”
비비아나와 제프 피소니. 홈페이지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전세계에 400여명 정도인 ‘와인의 신’ 마스터 오브 와인(MW), 보르도 와인 수입 유명 도매상 등 와인전문가 20여명이 ‘소비뇽블랑의 로마네꽁띠’로 부르는 프랑스 루아르의 디디에 다그노 실렉스(Didier Dagueneau Silex), 보르도의 샤토 디켐(Chateau d Yquem) 드라이 화이트 이그렉(Ygrec)과 쉐어드노트 2종을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심사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놀랍게도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쉐어드노트 2종을 실렉스와 이그렉이라고 확신했어요. 이에 MW 등이 틀린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조작이라고 화를 내며 분통을 터뜨리더군요. 지금은 제 와인을 굉장히 좋아하는 팬이 됐답니다.”
비비아나. 홈페이지
◆최고급 프랑스 오크통만 고집

비비아나는 소비뇽블랑도 오크통에서 발효하기 때문에 오크통 선택도 매우 신중하다. 제대로 된 오크향이 나오려면 실외에서 오크나무를 오래 건조해야한다. 와이너리들은 보통 2~3년 정도된 오크를 사용한다. 하지만 비비아나는 가격이 아주 비싼 5년 건조된 프랑스 오크통만 고집한다. 오래 말릴수록 와인의 복합미와 장기숙성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보통 신대륙 샤르도네는 발효는 스틸 탱크에서 진행하고 숙성은 비교적 저렴한 미국 오크통을 많이 쓴다. 하지만 프랑스 부르고뉴 샤르도네는 발효때부터 오크통을 쓰는데 여기서 부르고뉴 샤르도네 특유의 향수같은 우아한 오크향과 미묘한 백후추향이 깃든다. 처음부터 오크 발효하면 과일향과 오크향이 한몸처럼 잘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카틀레야 와인들. 최현태 기자
비비아나는 카틀레야 퀴베 넘버5와 템트리스(Temptress) 등 모든 샤르도네를 오크통에서 발효하니 맛과 향이 부르고뉴와 거의 흡사하다. “샤르도네는 오크배럴 발효와 숙성이 숙성잠재력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가장 라이트하게 구운 오크통을 선택합니다. 헤비 토스트 오크일 수록 커피, 초콜릿 등 굉장히 진한 향들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뉴오크를 사용하면서 오랫동안 숙성잠재력을 지니도록 11~15개월 정도 숙성하죠. 따라서 10년이 지난 와인을 마셔봐도 2년 정도 숙성된 와인으로 생각될 정도로 굉장히 좋은 잠재력을 지녔어요. 샤도네이는 어떻게 만드는지 제대로 알아야 이렇게 잠재력 있는 와인을 만들 수 있답니다. 꿀팁을 좀 드리면 소노마 샤르도네 2021 빈티지는 보이는 대로 다 사세요. 2004년도부터 20년째 와인을 만들고 있는데 가장 좋은 빈티지였답니다.”
비비아나. 최현태 기자
◆샤르도네의 오렌지 빛을 찾아라

비비아나가 빼어난 샤르도네를 만들 수 있는 배경은 남아공의 경험덕분이다. “가장 큰 차이를 압착할 때 알았어요. 압착할때 나오는 씨, 줄기, 껍질이 섞인 떡이 진 잔여물이 부르고뉴와 남아공이 완전히 달라요. 부르고뉴의 경우 가장 아래는 더티한 흙이 있고 그 위에 흙 때문에 약간 갈색 빛이 보입니다. 또 그 위에는 껍질이나 줄기가 아무래도 압착될 때 상처가 나니까 초록색 빛이 보이고 그 위엔 노란색 과즙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맨 위에는 오렌지 빛이 있는데 남아공에는 그게 없더군요. 부르고뉴 생산자들에게 물어보니 떼루아가 달라서 그렇다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남아공은 샤도네이가 잠재력의 100%를 발휘할 수 있을 정도로 완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확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아로마가 충분하지 않고 페놀도 올라오지 않은 상태에서 수확한거죠. 그래서 저는 샤르도네에서 오렌지빛 즙이 나오도록 포도밭에 관여를 많이 한답니다.”

비비아나. 최현태 기자
◆영웅의 대 서사시를 담다

비비아나의 와인 이름은 조지프 캠벨(Joseph Campbell)이 1949년 펴낸 신화학 연구서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The Hero with a Thousand Faces)’의 신화적 구조에서 영감을 받았다. 전 세계 다양한 문화권의 신화와 전설에 등장하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분석해 공통점과 의미를 밝힌 이 책은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 매트릭스 등 많은 영화, 소설, 게임 등에 차용됐다.

카틀레야 퀴베 넘버 파이브 샤르도네. 최현태 기자
카틀레야 퀴베 넘버5 샤르도네는 5년 동안의 시행착오를 거쳐 최고의 블렌딩을 찾아냈다는 의미를 담았다. 소노마 카운티 포도를 섞어서 만들지만 바닷가 근처 해발고도 300m의 서늘한 포도밭 선 체이스(Sun Chase)와 나이트윙(Nightwing)의 포도로 만든다. 76, 95, 124, 올드웬티(Old Wente) 등 여러 클론을 블렌딩해 복합미를 끌어 올렸다. 225L의 프랑스 오크통(새오크 60%)에서 야생 효모로 발효하고 같은 통에서 11개월동안 효모앙금과 함께 숙성한다. 레몬, 서양배로 시작해 바닐라, 허니서클 풍미가 어우러진다.
카틀레야 더 템트리스 샤르도네. 최현태 기자
카틀레야 더 템트리스(The Temptress) 샤르도네는 신화 속 영웅의 강인한 정신도 매혹시킨 여신의 저항할 수 없는 유혹이란 뜻이다. 비비아나는 샤도네이를 잔에 따르면 마치 자신을 마셔주길 유혹하는 것 같아 이런 이름을 붙였단다. 러시안리버밸리 포도만 사용하고 클론은 올드 웬티만 쓴다. 싱글 클론 개념의 샤르도네다. 225L 프랑스 오크통(새오크 50%)에서 야생 효모로 5개월 발효하고 같은 통에서 18개월 동안 효모앙금 숙성한다. 우아한 향수를 뿌린 팜므파탈 같은 샤르도네다. 잘 익은 사과, 복숭아, 모과로 시작해 파인애플 등 열대과일향도 피어나고 견과류, 바닐라의 고소한 풍미와 스파이시한 백후추향까지 곁들여 지며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풀바디 샤르도네지만 산도가 잘 뒷받침된다.
알마 드 카틀레야 샤르도네. 최현태 기자
알마 드 카틀레야 샤르도네는 소노마 카운티 3개 포도밭을 사용하고 4, 95, 올드웬티를 사용해 225L 프랑스 오크통에서 발효하고 8개월 동안 같은 통에서 효모앙금과 숙성한다. 레몬과 아삭하고 상큼한 사과, 바삭한 배, 라임 제스트, 인동덩굴 향이 비강을 풍성하게 채우고 풍부한 미네랄과 복합미가 도드라진다.
카틀레야 퀴베 넘버 원 피노누아. 최현태 기자
카틀레야 퀴베 넘버원 피노누아는 ‘첫 번째 블렌딩 와인’이란 뜻을 담았다. 비비아나는 여러차례 다양한 클론을 블렌딩하는 실험을 했는데 첫 번째 블렌딩이 가장 뛰어났단다. 러시안리버밸리에서도 그린밸리(Green Valley)와 산타 로사 플레인(Santa Rosa Plain)의 115, 667, 777, 칼레라(Calera), 마운틴 에덴(Mt Eden) 클론을 섞는다. 프랑스 오크통(새오크 55%)에 11개월 숙성한다. 레드체리 등 붉은 피노누아 특유의 붉은 과일향이 폭발적으로 느껴지고 부드러운 탄닌과 질감이 돋보인다.
카틀레야 더 가디스 피노 누아. 최현태 기자
카틀레야 더 가디스 피노 누아(The Goddess Pinot Noir)는 신화속 여신을 뜻한다. 사랑의 혜택을 얻으려는 영웅의 재능을 시험하는 마지막 단계는 바로 여신과 만나 결혼하는 것인데 비비아나는 여성성과 남성성이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이 와인이 여신과의 결혼으로 영웅의 장대한 서사가 완성된 느낌을 받아 이런 이름을 지었다. 요즘 최고의 피노누아 산지로 뜬 웨스트 소노마 코스트 포도를 18개월 프랑스 오크(새오크 85%)에서 숙성한다. 농밀한 다크베리로 시작해 동양적인 느낌의 향신료향이 은은하게 올라온다. 시간이 지나면 3차 숙성향인 숲속의 흙내음도 느껴지며 매혹적인 복합미가 돋보인다.
알마 드 카틀레야 피노누아. 최현태 기자
알마 드 카틀레야 피노누아는 소노마 카운티에서도 러시안리버밸리 포도를 메인으로 쓰며 114,115, 667, 777, Pommard, Calera, Swan, 2A 등 여러 클론을 블렌딩해 복합미를 높였다. 새 프랑스 오크에서 8개월 숙성한다. 블랙체리, 톡 쏘는 신선한 자두와 은은한 샌들우드(백단향), 허브향, 미묘한 오크의 스파이스가 어우러진다.
비비아나. 최현태 기자
 
■비비아나 곤살레스 라베는
 
●1978년 콜롬비아 메들린 출생 ●포도재배·와인양조 고등기술자격증(BTS) 취득(프랑스 코냑) ●보르도대학 와인양조학과 졸업 ●프랑스 샤토 오 브리옹·라 미션 오 브리옹·도멘 스테판 오지에·도멘 클뤼젤-로쉬·도멘 뒤 드브베·도멘 듀 슈아이더커 와인양조 참여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론즈버그 와이너리 와인메이커 ●미국 라 크레마·웨이페러·오 봉 클리마·큐페·린마르 에스테이트 와인메이커 ●와이너리 카틀레야 설립(2012년) ●셰어드노트 론칭(2012년) ●알마 드 카틀레야 론칭(2014년) ●와인앤수지애스트 ‘미국 테이스트메이커 40인’ 선정(2014년)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올해의 와인메이커’ 선정(2015년) ●알마 드 카틀레야 피노누아 ‘젭 던넉 톱100 와인’ 41위 선정(2021년) ●알마 드 카틀레야 소비뇽블랑 ‘와인 스펙테이터 톱100 와인’ 28위 선정(2022년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olar),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등을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selles) 심사위원, 소펙사 코리아 소믈리에 대회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보르도, 부르고뉴, 상파뉴, 루아르, 알자스와 이탈리아, 포르투갈,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글·사진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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