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범죄도시4’ 허명행 감독

이원 기자 2024. 5. 2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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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무술감독, 메가폰 잡자 바로 ‘1000만’ 도장 깼다

- 20년간 韓 영화무술 최전선
- ‘범죄도시2·3’ 무술감독에서
- 4편은 감독으로 본격 나서

- 마동석 액션 ‘복싱’ 큰틀 속
- 디테일 변주하는데 신경 써

- 주인공과 강력한 빌런 대결
- 시리즈 가장 큰 매력인 만큼
- 빌런 액션 설계하는데 초집중
- 김무열, 무척 몸 잘쓰는 배우

- 겸업 힘들어도 기회 있다면
- 연출과 무술감독 병행할 것

허명행 감독을 처음 본 사람이라면 그가 헬스나 무술 관련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맞다. 그는 한국 1세대 무술감독인 정두홍 감독의 제자로 ‘악마를 보았다’, ‘신세계’, ‘부산행’, ‘범죄도시’ 1, 2, 3편을 비롯해 무수한 영화의 액션을 맡은 베테랑 무술감독이다. 그는 올해 1월 공개한 넷플릭스 영화 ‘황야’의 연출을 맡아 성공적으로 감독의 길에 들어섰다.

영화 ‘범죄도시4’를 연출한 허명행 감독. 그는 ‘악마를 보았다’, ‘신세계’, ‘부산행’, ‘범죄도시’ 1, 2, 3편 등을 비롯해 무수한 영화의 액션을 맡은 베테랑 무술감독 출신으로, 넷플릭스 영화 ‘황야’에 이어 ‘범죄도시4’를 연출했다.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연이어 ‘범죄도시4’ 메가폰을 잡아 지난 14일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 사상 첫 시리즈 트리플 천만을 기록하는 동시에, 한국 영화 시리즈 최초 누적 관객 4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영광을 안았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허 감독은 ‘범죄도시4’ 흥행에 대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부담을 느끼진 않았다. 편안히 제가 할 일은 다 했고, 관객분들이 재미있게 많이 즐겨주시면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범죄도시4’가 천만 관객을 넘긴 지난 14일에는 “천만 관객의 힘, 모두가 관객분들 덕분이다. 앞으로도 ‘범죄도시’ 시리즈 많이 많이 사랑해 주시길 바란다”며 관객에게 거듭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범죄도시4’는 괴물형사 마석도와 광수대가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을 움직이는 특수부대 용병 출신 백창기와 IT 업계 천재 CEO 장동철을 소탕하는 작전을 그린다. ‘범죄도시’는 시리즈를 기획·제작한 마동석(마석도 역)이 중심에 있지만, ‘범죄도시4’는 허 감독이 무술감독을 하면 쌓아 온 액션 연출 센스와 스릴러적인 연출 감각이 묻어나 전편들과 차별점을 보인다. 그에게서 ‘범죄도시4’를 연출한 과정과 그가 생각하는 액션의 세계에 대해 들었다.

▮무술감독에서 ‘범죄도시’ 연출로

허 감독은 마동석과 ‘성난황소’, ‘나쁜 녀석들: 더 무비’, ‘부산행’, 그리고 ‘범죄도시’ 전편과 ‘황야’를 통해 찰떡 호흡을 맞추며 다채로운 액션을 선보였다. 특히 연출 데뷔작인 ‘황야’에서는 마동석의 액션을 전 세계에 선보이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성공적인 성과를 거뒀다. 무술감독과 연출자의 차이에 대해 허 감독은 “굉장히 많이 다르다. 연출자는 좀 더 크게 모든 것을 컨트롤해야 해서 일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고충도 있지만 재미있고 흥미롭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 “무술감독으로서 참여할 땐 캐릭터가 거의 정해져 있다. 그런데 감독은 좀 더 디테일하고 깊게 만들 수 있다”며 자연스럽게 ‘범죄도시4’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황야’를 촬영하면서 허 감독의 연출력을 본 마동석은 바로 ‘범죄도시4’ 연출을 제안했다. 허 감독은 “동석 형님이 ‘황야’ 촬영 중간에 감사하게도 저한테 의뢰를 해주셨다. ‘황야’를 마치자마자 몇 달 있다가 ‘범죄도시4’를 촬영해야 할 정도로 촉박한 일정이어서 ‘‘황야’를 잘 찍고 빨리 준비해 보겠다’고 말했다”며 “당시 ‘범죄도시’ 시리즈라는 부담감보다는 시나리오에 집중해 어떤 것이 더 있으면 좋을지, 캐릭터를 구상하는 데 많이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범죄도시’ 오리지널 멤버인 허 감독은 ‘범죄도시’ 시리즈가 지닌 재미를 살리는 동시에 자기 스타일을 담기 위해 고민했다. 그는 “제가 누아르적인 영화를 좋아한다. 마석도 캐릭터는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빌런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누아르 느낌이 나는 장면을 만들고 싶었다”며 “그래서 이전 시리즈보다 영상과 음악을 조금 무겁게 해서 누아르 분위기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연출 색깔을 밝혔다. 그래서인지 ‘범죄도시4’가 이전보다 웃음기가 덜하고, 김무열이나 이동휘가 등장할 때 스릴러 분위기가 난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마동석과 김무열의 액션

영화 ‘범죄도시4’.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뭐니 뭐니해도 ‘범죄도시’ 시리즈를 보는 맛은 괴물형사 마석도와 점점 강력해지는 빌런이 벌이는 강력한 액션이다. 게다가 최고의 무술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니 기대치는 배가될 수밖에 없다. 허 감독의 고민은 이제는 브랜드가 된 마동석표 액션을 어떻게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표현할지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는 “마동석 액션 스타일은 매 편 디테일이 조금씩 바뀐다. 그렇다고 3편에서 복싱을 했으니까 4편에서 발차기를 해야지 하는 식은 아니다. 지킬 것을 지키며 새로운 디테일을 추가하기 위해 고민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3편에서 복싱의 연타 기술을 많이 썼다면 4편에서는 묵직한 영화답게 연타 기술을 많이 빼고 굵직굵직한 파워를 앞세운 복싱을 보여주려고 했다.

이어 복싱 액션이 지닌 어려움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복싱 액션은 제대로 훈련이 안 된 배우와 촬영하려면 컷을 많이 나눠야 한다. 손이 빠르게 오가는데 컷을 많이 나누면 보는 분들이 정신이 없게 된다. 복싱 액션은 동석이 형처럼 선수라고 할 정도로 훈련이 돼 있어야 앵글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며 마동석이기에 가능했던 복싱 액션이었음을 밝혔다.

빌런의 액션은 더 신경 썼다. 허 감독은 “‘범죄도시’ 시리즈는 빌런의 캐릭터를 만들어 놓고, 그를 마석도가 어떻게 잡아내는지가 중점인 영화여서 빌런의 액션 설계가 중요했다. 빌런인 백창기는 특수부대 용병 출신이라는 설정이어서 악과 깡으로만 싸우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마석도와 해 볼 만하다는 느낌을 주고자 했다”며 “물론 관객은 마석도가 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겠지만 그 과정에서 서스펜스나 대결의 기승전결을 느낄 수 있게 만들고 싶었다”고 빌런 액션에 담긴 의미를 짚었다.

그 강렬한 빌런 백창기 역은 다양한 무술 연습을 해온 김무열이 맡아 고난도 액션을 소화했다. 허 감독은 “김무열 씨는 좋아하는 배우인데 저와 작업한 적이 없더라. 그가 캐스팅이 됐을 때는 백창기 역할에 잘 어울렸다. 액션 하는 걸 보니 몸을 잘 쓰더라”며 “용병들은 개인 무기가 하나씩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총을 쓰는 것은 부자연스러워 단검을 쓴다는 설정을 했다”고 백창기의 단검 액션이 나온 이유를 밝혔다. 김무열은 20대 때 단검 무술을 배웠는데 그 덕분에 합을 보여주면 바로 따라 할 정도로 액션 소화력이 훌륭했다고 한다.

재미있게도 허 감독이 ‘범죄도시4’에서 가장 힘을 준 장면은 둘의 액션이 아니라 엘리베이터에서 두 사람이 처음 만나 서로 신경 쓰는 장면이었다. 그는 “처음 대면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어느 정도 긴장감을 줄 수 있을지 굉장히 많이 고민했다. 그 장면에서 서스펜스를 주고 싶었고, 마석도가 백창기를 잡아야 겠다는 어떤 갈증, 갈망 같은 것을 심도 있게 보여주려 했다”고 엘리베이터 장면에서 연출의 디테일을 봐줬으면 했다.

▮감독과 무술감독을 병행하겠다

스턴트 배우로 시작해 20여 년 한국 영화 액션 최전선에 있었던 그는 한국 액션만의 강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액션 영화의 강점은 리얼 베이스라는 점이다. 리얼한 액션을 바탕으로 영화적 테크닉 액션을 적절히 배합한다. 여러 명이 하는 복잡한 액션도 우리나라가 제일 잘하기 때문에 액션을 배우러 미국이나 호주에 다녀온 동료들이 오히려 가르쳐 주고 왔다고 하더라”며 “솔직히 우리나라 액션 팀들이 세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외국 전문가들도 한국적인 액션을 하고 싶어 한다”고 말해 세계 수준의 한국 액션에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한국 액션에 애정을 갖고 있는 만큼 허 감독은 연출과 무술감독을 병행하려고 한다. 감독으로 데뷔하면 다음 작품 연출에 몰두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는 ‘황야’, ‘범죄도시4’를 연출하고도 드라마 ‘눈물의 여왕’ 무술감독을 맡았다. 허 감독은 “사실 겸업하기가 힘들다. 그런데 저를 필요로 하는 거니까 어디서든 쓰임새가 있다고 하면 저는 뛰어줄 준비가 돼 있다”며 “혹시 안 찾아주실까 봐 걱정이 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현재 그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눈물의 여왕’을 연출한 김회원 PD와 강동원 전지현 주연 드라마 ‘북극성’을 공동 연출하고, 스승인 서울액션스쿨 정두홍 감독과 함께 기획하는 영화도 있다. 누아르를 좋아하는 허 감독이 보여줄 작품 세계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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