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지도자 1순위 돌연 공백…이란 권력승계 내홍 불가피

김희국 기자 2024. 5. 2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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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불의의 헬리콥터 추락사고로 사망하자 이란은 충격에 빠졌다.

20일(현지시간) 외신 등에 따르면 이란 수도 테헤란 곳곳에서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 사실을 타전하는 언론의 보도를 접하고 많은 사람이 망연자실했다.

이런 관측이 나오는 배경을 살펴보면 라이시 대통령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후계자로 사실상 낙점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런 불안정한 상황에서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으로 이란은 당분간 상당한 내홍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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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시 추락사에 체제 불확실성…하메네이 아들 후계자로 급부상

- 성직세습 논란 격화 가능성 변수
- 경제난·중동 혼란 안팎 위기 속
- 내달 28일 대선이 분수령될 듯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불의의 헬리콥터 추락사고로 사망하자 이란은 충격에 빠졌다. 특히 권력 승계 문제로 극심한 혼란에 빠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헬기 추락 사고로 숨진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을 애도하는 시민들이 테헤란 시내에 모여 있다.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5일간을 국가 애도 기간으로 선포한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외신 등에 따르면 이란 수도 테헤란 곳곳에서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 사실을 타전하는 언론의 보도를 접하고 많은 사람이 망연자실했다. 헬기 사고 소식이 타전된 직후부터 광장이나 모스크로 모여들어 탑승자들의 무사 귀환을 기도했던 시민들은 충격과 실의를 추스르지 못했다. 이란 언론은 테헤란을 비롯해 주요 도시 곳곳에서 추모 기도회가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열렸다고 보도했다. 시민들은 검은색 깃발 주변에 모여 이슬람 경전 쿠란 낭송을 경청했다. 검은색 차도르를 쓴 채 흐느끼는 여성들도 보였다. 파키스탄 튀르키예 레바논 이라크 등 이슬람 국가들은 ‘애도의 날’을 선포하고 아픔을 나눴다. 라이시 대통령의 장례식은 22일 테헤란에서 열린다.

중동 안보 전문가들은 권력 승계 문제로 진통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그러면서 6월 28일 치러질 대통령 보궐선거가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관측이 나오는 배경을 살펴보면 라이시 대통령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후계자로 사실상 낙점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란에서는 최고지도자가 절대 권력을 가진다. 대통령도 권력의 정점인 최고지도자의 ‘통제’를 받는다. 이슬람 신정일치(이슬람 성직자 통치론) 체제 국가라는 이란의 독특한 통치구조 때문이다. 최고지도자는 대통령 인준·해임 권한은 물론 행정부 수반의 최대 권한인 군 통수권도 가진다. 최고지도자 아래 대통령 중심의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와 국가지도자운영회의 국정조정회의 헌법수호위원회 혁명수호대 등의 기관이 있다.

라이시 대통령 등을 태운 헬기가 추락한 산악지대에서 구조팀이 시신을 수습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처럼 최고지도자는 이란을 통솔하는 최고 권력자로서 안팎 어려움에 맞서 체제를 유지하는 버팀목이다.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85세 고령인 까닭에 후계자 라이시 대통령의 사고사는 국가관리 계획의 심대한 차질이자 중대 변수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국장인 알리 바에즈는 “체제 내 불확실성을 줄이려고 라이시를 후계자로 키우다가 갑자기 모든 계획이 어그러져 초안을 다시 그리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라이시 대통령을 대신할 유력한 최고지도자 후보로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아들인 모즈타바 하메네이(55)가 거론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모즈타바가 베일에 싸인 인물이지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으며, 수년간 아버지의 뒤를 이을 잠재적 최고지도자 후보로 거론돼 왔다고 전했다. 실제 2022년 히잡 시위가 전국을 강타했을 때 모즈타바의 최고지도자 승계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최고 권력을 지닌 성직의 세습을 두고 이란 내에서 논란이 격화할 수도 있다.

다른 결과를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결정권을 지닌 고위 성직자협의체가 다른 성직자를 선택하거나집단지도체제 같은 대안을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최고지도자 승계 구도를 다시 짜는 과정은 이란에 닥친 안팎의 위기 속에 이뤄져 더욱 주목된다. 내부에서는 경제난, 개인적 자유에 대한 통제, 사생활 억압 때문에 국민의 불만이 누적된 상태다. 히잡 의문사를 계기로 촉발된 전국적 반체제 시위가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나라 밖으로는 중동을 넘어 세계 전체의 기존 질서가 심하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역내 패권을 추구하는 이란은 리스크로 지목된 지 오래다. 이란과 이스라엘이 수십 년간의 ‘그림자 전쟁’ 양상에서 벗어나 직접 충돌하는 첨예한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런 불안정한 상황에서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으로 이란은 당분간 상당한 내홍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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