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위기에… 설계·감리업체도 허덕
부동산 시장 침체에 건설 수요가 줄면서 건축 설계·감리업체들이 영업이익 감소 등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위기로 자금난을 겪는 시행사가 늘면서 설계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PF 부실 위기가 불러온 부동산 시장 침체가 설계·감리업계로까지 확산하는 분위기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내 건축 설계업체 빅5(삼우·희림·해안·건원·간삼)의 총 영업이익은 633억원으로 전년(719억원)보다 12% 줄었다. 건원이 98억원에서 35억원으로 64% 급감했고, 희림(-27%)과 간삼·해안(-24%)도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 삼성물산 계열사인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만 영업이익(359억원)이 작년보다 증가했다.
국내 설계업체들은 집값이 급등하고, 건설 경기가 호황이던 2020~2021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고금리와 PF 시장 경색으로 2022년 하반기부터 일감이 크게 줄면서 실적이 쪼그라들었다. 공급 선행지표인 건축 인허가 면적은 지난해 1억3508만㎡로 전년(1억8147만㎡)보다 25.6% 감소했다. 건축 착공 면적도 같은 기간 1억1084만㎡에서 7568만㎡로 32% 줄었다.
PF 위기로 자금난에 빠진 시행사가 설계비를 제때 지급하지 못해 미수금이 늘어난 것도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설계업체는 건설사처럼 공정 진행에 따라 설계비를 받는데, PF 대출 만기 연장에 실패해 공사가 멈추는 현장이 늘어나면서 떼인 돈이 늘어난 것이다.
인프라 사업에서 설계와 감리를 주로 하는 토목 엔지니어링 업계 역시 1분기 실적이 고꾸라졌다. 도화엔지니어링과 한국종합기술, 유신 등 상장 3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1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유신의 경우 올 1분기 영업이익이 9억원으로 전년 동기(62억원)보다 85% 급감했고, 도화엔지니어링(9억원), 한국종합기술(7억원) 등도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났다. 한 엔지니어링 업계 관계자는 “PF 시장 위축으로 민간 부문 인프라 발주 규모가 줄고 공공 시장에선 수주 경쟁이 심화하면서 실적이 나빠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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