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을 대표할 건가, ‘개딸’을 대표할 건가

조선일보 2024. 5. 22.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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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초선 당선자 워크숍에서 장경태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강성 당원인 ‘개딸’들의 지지를 받던 추미애 후보가 탈락하면서 민주당에 비상이 걸렸다. 강성 당원들은 “당원의 뜻은 추미애였는데 국회의원들이 이와 반대로 우원식을 뽑았다”며 탈당을 예고하더니 며칠 사이 1만5000명 넘는 당원이 탈당을 신청했다. 현재 민주당 권리당원은 150만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도 6%포인트 하락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가 “당원의 권한을 두 배로 늘리겠다”며 달래기에 나섰지만 일부 당원들은 “조국혁신당으로 갈아타겠다”며 계속 반발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개딸들의 절대적 지지로 대선 후보와 당 대표가 됐다. 그래서 이 대표는 “시도당위원장을 선출할 때 권리당원의 의사 반영 비중을 높일 방법을 모색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시도당위원장을 선출할 때 현재 권리당원과 대의원의 비율이 50 대 50인데, 권리당원 비율을 이보다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6개월 이상 당비를 내는 강경 성향의 권리당원들이 당 대표 선출에 이어 지방 의원과 단체장에 대한 공천에서도 절대적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당 대표와 국회의원 같은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에서 강경파 당원들의 권한을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것은 민주당이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사안이다. 민심보다 당심(黨心)이 중요하다면 당헌과 당규를 그렇게 바꾸면 된다. 그러나 국민 전체의 대의제 기구인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선출에까지 개딸들의 입김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대의제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자 민심의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민주당 지도부는 국회의장이나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권리당원의 뜻을 최대 20%까지 반영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가면 국회의장과 원내대표는 물론 쟁점 법안에 대한 찬반을 의원 총회가 아닌 당원 총회나 당원 투표로 결정하자는 주장까지 나올 것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21일 초선 당선자들에게 “진영의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을 ‘수박’으로 부르고 역적으로 여긴다. 대의민주주의의 큰 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나를 뽑은 사람만이 아니라 상대방을 뽑은 사람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될 건지, 개딸들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될 건지 생각해보라는 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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