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재도약하는 일본 경제

2024. 5. 2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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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J 마이너스 금리 정책 종료로
일본 금융정책 정상화의 길로
'잃어버린 30년' 벗어나는 데는
주가 상승 이끈 성장정책이 큰 몫
저출산·고령화에도 다각도 노력 중
일본이 옛 영광 회복할지 주목
박종구 초당대 총장

‘잃어버린 30년’으로 상징되는 일본 경제가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지난 3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했다. 2016년 도입 후 8년 만이다. 비정상적인 금융정책의 정상화를 위한 일보를 내디뎠다. 아베노믹스의 주요 수단이 무대에서 사라진 것이다.

아베노믹스는 세 개의 화살로 구성됐다. 재정 확대, 금융 완화, 성장 전략이 그것이다. 재정 확대는 국가채무비율 증가를, 금융 완화는 마이너스 금리로 금융시장 왜곡을 초래했다. 성장 전략은 일본 경제가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게 하는 핵심 수단으로 기능했다. 주식시장 상승 장세가 이어지는 배경이다. 이와나기 모리유키 도쿄거래소 대표는 “주식시장 활황은 일본 경제의 변화를 알리는 분명한 신호”라고 강조했다.

기업의 실적 개선이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상장 기업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약 13% 늘어났다. 기업의 거버넌스 개혁이 효자 노릇을 했다. 회사 자산 대비 주식시장 평가 가치가 낮은 기업에 자본 효율성을 높이고 주가를 올리는 방안을 주주들에게 공지하도록 했다. 올해 1분기 상장 기업의 배당금이 전년 대비 6% 증가했다. 기업 체질 개선이 실적 향상으로 이어지고 주가 상승을 견인하는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고 있다. 워런 버핏은 일본의 주주 정책이 미국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임금 상승이 디플레이션 탈피에 긍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는 주요 대기업의 올해 평균 임금 인상률이 5.3%라고 발표했다. 재계를 대표하는 게이단렌은 임금 인상이 기업의 책무라고 주장했다. 일본제철, 도요타자동차, 히타치제작소 등 대기업이 임금 인상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경기 회복은 여성 취업률 증가와 관련이 깊다. 아베노믹스는 여성의 경제 활동을 촉진하는 ‘우머노믹스’를 강조했는데 그 성과로 볼 수 있다. 2012~2023년 경제활동인구가 360만 명 늘었는데 이 중 205만 명이 15~64세 여성이다. 여성 고용률이 2022년 72.4%까지 상승해 주요 7개국(G7) 중 3위로 올라섰다.

일본이 스타트업 천국으로 뜨고 있다. 지난해 4분기 투자 건수 기준으로 글로벌 CVC(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 상위 10개사의 절반을 일본 기업이 차지했다. 미쓰비시UFJ캐피털 등 1~3위가 모두 일본 기업이다. 대기업이 스타트업 육성에 적극 나서는 양상이다. 2027년까지 10만 개 스타트업을 창출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반도체 부활에도 올인하고 있다. 규슈 구마모토현에 대만 TSMC 공장을 유치했다. 정부는 설비투자액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을 보조했다. TSMC 제2공장에 대해서도 거액의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1980년대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절반을 장악했는데 정책 실기 등으로 반도체산업이 소멸할 지경이 됐다.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탈락할 경우 강대국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강하다. 정부의 반도체 부활 정책에 힘입어 빠르게 복원되고 있다. 반도체 자급률을 현행 5%에서 2031년 44%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극복해야 할 커다란 난제다. 합계출산율은 2022년 기준 1.26명이다. 지난해 신생아 수는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75만8000명으로 전년 대비 5.1% 감소했다. 2016년 100만 명 선, 2022년 80만 명 선이 깨졌다. 결혼 건수는 최근 8년간 연 3.6%씩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일본은 대표적인 노인 대국이다. 세계 3대 노인 국가 중 하나다.

‘슈퍼 엔저’ 현상은 양날의 칼이다. 엔화 약세가 수출 기업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만 수입액을 높여 무역 적자를 증가시킨다.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으로 엔저에 따른 수출 증대 효과도 제한적이다. ‘싸구려 일본’이라는 이미지도 도외시할 수 없다.

낮은 노동생산성이 문제다.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0위다. 1980년대 4% 선인 잠재성장률이 지난해 0.25%까지 추락했다. 출산율, 여성 고용률 등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2060년까지 실질성장률이 연평균 0.2%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일본이 옛날의 영광을 복원할 수 있을지 지구촌의 관심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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