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 "베테랑2, 선과 악 아닌 각자의 정의가 대결"

송진원 2024. 5. 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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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긴장했더니 입안이 바짝 말라서 감격하고 뭐고 사실 없었어요."

'베테랑2'로 제77회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된 류승완 감독은 21일(현지시간)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통해 영화를 처음 선보인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제가 하려는 얘기는 영화 안에서 다 했어요. '이 영화는 무엇을 다룬 얘기다, 어떤 걸 느껴달라'고 말하는 게 가면 갈수록 부끄러워져요. 제가 첨언을 해야 설명이 된다는 건 영화를 못 만들었다는 걸 시인하는 거니까. 감독은 영화로 말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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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2'로 첫 칸영화제 레드카펫…"너무 긴장했다가 홀가분"
"하려는 얘기, 영화 안에서 다 해…3편, 9년 안에는 만들 것"
영화 '베테랑 2'로 칸영화제 찾은 류승완 감독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칸=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너무 긴장했더니 입안이 바짝 말라서 감격하고 뭐고 사실 없었어요."

'베테랑2'로 제77회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된 류승완 감독은 21일(현지시간)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통해 영화를 처음 선보인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류 감독이 칸 영화제를 찾은 건 2005년 '주먹이 운다' 이후 19년 만이다. '주먹이 운다'는 감독 주간에 초청된 터라 공식 섹션 초청은 이번이 처음이다.

뤼미에르 대극장의 레드카펫을 밟은 것도 처음이다.

류 감독은 이날 인터뷰에서 "레드카펫에 서기 위해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괜히 왔나', '내가 여기서 하는 게 맞는 건가', '극장 상영 컨디션은 어떨까', '관객 반응은 어떨까' 너무 긴장됐다"며 상영 전 심정을 떠올렸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 "너무 홀가분했다"는 그는 "박찬욱 감독님께 문자로 '이제 끝났다. 이걸 어떻게 매번 하실 수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류 감독은 이날 새벽 영화 상영이 끝난 뒤 관객 앞에서 "여기까지 오는 데 50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영화 감독에게 칸 영화제 레드카펫은 동경의 무대다. 영화 인생을 통틀어 해내야 하는 숙제 같은 것일 수도 있다. 류 감독에게도 그렇다.

"제 친한 동료들이 이곳에서 상영하는 걸 보면서 저도 그러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막상 하니까 '어휴 이제 했다', '이제 내 할 일 하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영화 '베테랑 2'로 칸영화제 찾은 류승완(중) 감독과 배우 황정민(좌), 정해인(우)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류 감독이 2015년 베테랑1에 이어 9년 만에 내놓은 베테랑 2는 열혈 형사 서도철(황정민)과 동료들이 연쇄 살인범을 추격하는 줄거리다. 1편이 밝고 경쾌한 느낌의 액션 영화였다면 2편은 좀 더 어둡고 무겁다. 1편에서 선과 악이 분명히 드러났지만 2편에선 그 경계가 모호하다.

류 감독은 "1편이 어떤 명쾌한 답을 선언하는 것 같다면 2편은 질문의 영화가 됐으면 했다"고 말했다.

베테랑2에는 인터넷 가짜 뉴스, 자극적인 것에 대한 갈구, 사법 시스템의 허점 등 사회 문제가 녹아있다.

"우리 한국 사회에서 되게 익숙한 상황이잖아요. 이런 일들을 내 휴대전화가 아니라 스크린을 통해 보면서 한걸음 떨어져 '이게 맞나?'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류 감독은 9년 만에 다시 뭉친 '베테랑팀'과의 환상적 호흡을 언급했다.

그는 "첫 촬영 때 황(정민) 선배가 1편에서 입은 옷을 입고 걷는데 9년 만이 아니라 마치 지난주에 헤어졌다가 만난 것 같았다"며 "말해 뭐하겠느냐"고 웃었다.

배우 정해인은 'DP'나 '커넥트'에서의 연기를 눈여겨본 제작사 외유내강의 조성민 부사장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캐스팅했다.

류 감독은 "사람은 누구나 자기 안에 화가 있고, 정 배우도 그럴 텐데 실생활에서는 풀지 못하지 않느냐"라며 "(정 배우에게) 그걸 여기서 풀면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해인은 영화에서 강렬한 액션 장면을 보여준다.

류 감독은 "이 영화는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라 각자의 정의가 대결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정 배우가 합류하면서 그 개념이 더 선명해졌다"며 "이번 작업을 하면서 정 배우가 앞으로 보여줄 폭이 굉장히 넓다고 생각했다"고 평가했다.

베테랑 2를 통해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제가 하려는 얘기는 영화 안에서 다 했어요. '이 영화는 무엇을 다룬 얘기다, 어떤 걸 느껴달라'고 말하는 게 가면 갈수록 부끄러워져요. 제가 첨언을 해야 설명이 된다는 건 영화를 못 만들었다는 걸 시인하는 거니까. 감독은 영화로 말해야죠."

베테랑 2가 나왔으니 3편을 기대하는 이들도 있다.

류 감독은 "예전부터 논의하고 있었던 게 있다"며 "다음 영화가 3편이진 않겠지만 9년 안에는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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