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영혼없이 티켓값 뜯으면 앵벌이… 지갑 아닌 관객 마음 훔쳐야죠” [2024 칸영화제]

김유태 기자(ink@mk.co.kr) 2024. 5. 21.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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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전에 만든 모든 것'으로부터 멀리 가고 싶었습니다."

영화 '베테랑2'로 올해 제77회 칸영화제의 초청을 받은 류승완 감독은 21일(현지시각) 칸 현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베테랑1'은 천만 영화로 성공했지만, 과거 성공을 끌어들이거나 안주하면 실패한다는 걸 영화의 역사는 증명했잖아요. 어떤 것이 '먹혔다'고 해서 속편에서 그걸 과장하진 않으려 했어요. 1편에 구축해놓은 인물 성격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원칙만 남긴 채 새롭게 시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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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진출 ‘베테랑2’ 류승완 감독 인터뷰

“저는 ‘이전에 만든 모든 것’으로부터 멀리 가고 싶었습니다.”

영화 ‘베테랑2’로 올해 제77회 칸영화제의 초청을 받은 류승완 감독은 21일(현지시각) 칸 현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베테랑2’는 전날인 20일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처음 공개됐다. 극장을 꽉 채운 2300명 관객들은 ‘10분’의 기립박수로 류 감독의 성취에 화답했는데, 류 감독은 감격의 순간을 털어놓기보다는 “전편의 성공을 답습하면 누구나 늪에 빠진다”는 첫 마디로 묵직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신작 ‘베테랑2’로 제77회 칸영화제의 초청을 받은 류승완 감독이 칸의 해변가를 걷고 있다. 그는 “‘이전에 만든 모든 것’으로부터 멀리 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CJ ENM·외유내강]
“‘베테랑1’은 천만 영화로 성공했지만, 과거 성공을 끌어들이거나 안주하면 실패한다는 걸 영화의 역사는 증명했잖아요. 어떤 것이 ‘먹혔다’고 해서 속편에서 그걸 과장하진 않으려 했어요. 1편에 구축해놓은 인물 성격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원칙만 남긴 채 새롭게 시도했습니다.”

‘베테랑2’는 배우 황정민이 연기한 서도철 형사, 그리고 그의 팀인 광역수사대의 연쇄살인범 검거 분투기다. 전편에서 재벌 2세 마약사범 조태오를 검거하던 서도철 형사의 집념은 이번 작품에서도 이어지지만, 악을 처벌하려 질주하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상대역은 배우 정해인이 열연한 박선우 형사. (스포일러가 우려되어 밝힐 순 없지만) 서 형사와 박 형사는 전혀 다른 길을 가는 인간 같으면서도, 어딘지 동질적인 분위기의 쌍생아 느낌이 강하다. 마치 인간의 앞면과 뒷면을 동시에 보는 느낌이다.

“서도철과 박선우는 데칼코마니, 동전의 양면과 같아요. 서도철의 그림자가 박선우일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서도철은 자기 자신과도 싸워야 하죠. 그래서 영화 속에 그림자 연출을 중시했어요.”

‘베테랑2’는 전작의 성공요인을 계승하면서도 다른 지점이 느껴진다. 액션은 진일보했고 ‘한 인간의 자리’를 모색하는 후반부 에필로그까지 완벽하게 새롭다. 단지 ‘검거 성공과 관객의 환호’로 이어지는 결말을 넘어서는 지점이 있다.

“1편의 답이 명확한 구조였다면, 2편에서는 질문하는 영화이길 바랐습니다. 명확한 답은, 얻고 나서도 자칫 잘못하면 금방 휘발되잖아요. 좋은 질문을 담은 영화일수록 더 오래가는 법이 아닐까요.”

류승완 감독이 21일(현지시각) 칸영화제 상영 직후 객석에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 [CJ ENM·외유내강]
주연 서도철 형사는 류승완 감독에게도 특별한 존재다. 류 감독은 “이런 형사 한 명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범인을 때려잡고 끝나는 형사물이 아니라, 살아가는 힘을 서로에게 건네는 가족이란 범주 내에서의 인간적인 형사. 잔뜩 몸에 피와 먼지를 묻히고 돌아왔어도, 내색하지 않고 가족과 사소한 선의를 나누는 그런 사람냄새 나는 형사.

“왜 그런 삼촌들 있죠. 자기 일도 아닌데 팔 걷어붙이고 하는, 우리 주변의 흔한 삼촌들이요. 그런 삼촌 같은 형사가 한 명쯤 있으면 하는 마음이었고, 서도철 형사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전편의 흥행은 류 감독에게 부담은 아니었을까. ‘베테랑’ 1편은 1341만명을 모아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국내 최대의 흥행작이다.

하지만 류 감독은 ‘천만 영화’란 단어에 고개를 저었다.

“정말 신 앞에서 맹세하건대, 저는 천만 영화 달성이 목표가 아닙니다. 저희 회사(외유내강)에서 금기시하는 표현이 있는데, 바로 상업영화란 단어예요. 대신 ‘대중영화’란 표현을 쓰죠. 가령 암사역에 가서 모르는 사람한테 1만5000원 꺼내올 수 있어, 라고 물으면 아무도 못 하잖아요.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에게 1만5000원을 꺼내서 영화를 보게 만드는 게 저희 일이에요. 극장에 관객이 많이 차길 바라지만 2만원을 내시든 무료 시사회 관객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제 영화를 보러 와주신 관객 한 분 한 분이 소중한 것이고, 저는 그분들에게서 1만5000원이 아닌 ‘마음’을 훔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몇 명의 관객 마음을 움직였느냐가 중요하지, 영혼이 없는 상태에서 돈을 뜯어내는 건 ‘앵벌이’ 아니겠어요. 영화인은 사람을 상대해야 하지, ‘지갑’을 상대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베테랑2’의 천만 영화는 제 목표가 정말 아닙니다. 만약 천만 영화가 제 목표가 된다면 제가 은퇴하는 게 차라리 나을 거예요. 물론 그래도 더 많이 오셔서 영화를 몇 번씩 봐주신다면, 그걸 굳이 말리지는 않겠지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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