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4명중 1명 ‘적자 인생’...실업급여 센터엔 20대부터 백발 노인까지 줄서
강남 등 핵심지역 150% 급등
자산가치 고려하면 더 벌어져
전체 적자가구 비중 줄었는데
소득 3~4분위 중산층만 늘어
이자·배당 과세기준 완화해
서민 재산형성 지원하고
대·중기 임금차 해소 나서야
서울에서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는 정모씨(46)는 3년 전 아내와 10살짜리 아들이 태국으로 이주해 떨어져 살고 있다.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하고 아들을 국제학교에 보냈다. 연간 학비가 3000만원이 넘는데 생활비까지 보내야 해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했지만 후회는 없다고 한다.
정씨는 “한국에서 아이가 일반 교육과정만 거쳐서는 중산층 이상의 삶을 살기 어렵다”며 “국제학교와 외국 명문대에 보내 좋은 출발점을 만들어 주는 것 밖에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아들 대학 학비까지 감당하려면 10년 넘게 돈을 벌어야 하는데, 대기업에서는 정년을 보장받기 어렵기 때문에 정씨는 최근 중견기업으로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
부모가 모두 의사로 서울 강남에서 태어난 오모씨(46)는 최근 집안의 도움을 받아 성형외과 병원을 개업했다. 오씨는 “부모님 영향으로 학창시절 때부터 의대 진학을 목표로 충실히 사교육을 받았다”며 “또래 친구들도 모두 비슷한 성장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억대 수입을 올리는 오씨는 올 여름철 부모님을 모시고 유럽 여행을 다녀올 계획을 세우고 있다.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 보유가치를 감안하면 상류층으로 올라가는 벽은 더 두터워진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해 11억9966만원으로 2011년 이후 122.6% 올랐는데, 강남 3구를 비롯한 상위 20% 아파트 값은 이 기간 9억8949만원에서 24억6804만원으로 149.4% 급등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경제 성장의 과실이 중산층으로 흐르지 않고, 상류층과 소득 격차는 거꾸로 커지면서 사회적인 역동성까지 줄고 있다.
특히 2020년부터 소득분배 지표가 부쩍 둔화했다. 소득 5분위 배율(상위 20% 가처분소득을 하위 20%로 나눈 값)은 2011년 8.3배에서 2019년 6.3배로 개선됐지만, 2020년 이후 5.8배 안팎에서 정체 상태에 빠졌다.
중산층에 자산형성의 기회를 넓혀줘 성장의 밑바탕을 깔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안만식 이현세무법인 대표는 “30여년전에 설정된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개편해야 한다”며 “이자, 배당 소득에 대한 과세기준인 2000만원을 상향해 중산층 재산형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대기업에 노조에 소속된 근로자는 임금이 빠르게 올랐지만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근로자 소득은 정체되며 소득 격차가 심해졌다”며 “직무급제를 민간 영역으로 확대해 정규직 노조 철밥통 구조를 깨고, 중소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은 “중견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지원을 늘려 중소기업이 성장을 기피하는 ‘피터팬 증후군’을 깨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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