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만큼 센 입담…ML에서도 통하는 ‘던지는 철학자’
5승 무패. 평균자책 0.84. 메이저리그(MLB) 첫해부터 태풍을 몰아치고 있는 이마나가 쇼타(31·시카고 컵스)의 별명은 ‘던지는 철학자’다.
2016년 1순위 지명으로 입단한 이마나가는 첫 등판부터 연일 호투했지만 좀처럼 첫 승을 올리지 못했다. 전년도 꼴찌였던 요코하마 타선이 계속 침묵했다. 그해 4월25일, 프로 네 번째 등판. 이마나가는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역시나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해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신인 이마나가는 패전 후 인터뷰에서 “에이스를 목표로 한다면 동료의 실수도 커버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호투를 해도 경기를 진 투수의 이름은 남지 않는다”면서 “타선 지원을 변명으로 삼을 수 있는 건 평균자책 0점대 투수뿐”이라고 말했다. 이마나가의 이런 태도는 팬들 사이에서 금세 화제가 됐다. 당시 한 일본 매체는 “이마나가의 말 뒤에 ‘패배의 철학’이 있다”고 적었다.
5월6일. 이마나가는 여섯 번째 등판에서 히로시마를 상대로 첫 승을 거뒀다.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고, 팀도 6-0으로 이겼다. 승리 후 인터뷰 또한 남달랐다. 이마나가는 “연패 기간 내 힘이 모자랐다”면서 “오늘은 히로시마가 아니라 과거의 나를 이겼다”고 말했다.
이마나가는 일본 정상급 투수로 부상했다. 변한 건 없었다. 그의 발언들은 늘 화제가 됐다. 그저 진중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독특하고, 위트가 있었다.
등판마다 우천으로 경기가 중단되거나 취소되던 2017년, 이마나가는 ‘비의 남자’라는 새로운 별명에 대해 “비가 오는 날에도 이겨야 ‘비의 남자’다. 이기지 못하면 그저 실력이 없는 투수일 뿐”이라고 받아쳤다. 같은 해 일본시리즈, 소프트뱅크에 시리즈 전적 0-3으로 밀리던 때 이마나가는 팀 미팅에서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은 절벽이지만, 절벽이 아니다. 새가 되면 날 수 있다. 새가 되자”고 말했다. 본인은 진지했다고 하지만, 동료들은 그의 엉뚱한 발언에 크게 웃었다. 요코하마는 3연패 후 2경기를 내리 따내며 저력을 발휘했다. 시리즈는 6차전 소프트뱅크의 승리로 끝났다.
미국으로 건너간 지금도 이마나가는 특유의 발언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일 뉴욕 메츠전 등판을 마치고 ‘뉴욕의 첫 느낌이 어땠냐’는 말에는 “호텔 방에서 보는 풍경이 (영화) <스파이더맨>에서 본 것과 같았다. 그래서 ‘아, 스파이더맨이 있는 곳이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마나가의 발언에 기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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