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교육 편법 서명·위험 묵인"…'평택 SPL 사고' 근로자들 증인 신문

김기현 기자 2024. 5. 2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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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계열사인 SPL 제빵공장에서 샌드위치 소스배합을 하던 20대 근로자가 배합기에 끼어 숨진 사건이 '인재'(人災)라는 주장에 무게를 싣는 증언이 나왔다.

SPL이 안전교육을 이행하지 않고도 서명하도록 하는 편법을 쓰고, 제품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위험한 작업 방식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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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강동석 SPL 전 대표이사가 수원지법 평택지원 형사6단독 박효송 판사 심리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 첫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4.5.21/뉴스1 ⓒ News1 김기현 기자

(평택=뉴스1) 김기현 기자 = SPC 계열사인 SPL 제빵공장에서 샌드위치 소스배합을 하던 20대 근로자가 배합기에 끼어 숨진 사건이 '인재'(人災)라는 주장에 무게를 싣는 증언이 나왔다.

SPL이 안전교육을 이행하지 않고도 서명하도록 하는 편법을 쓰고, 제품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위험한 작업 방식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21일 오후 수원지법 평택지원 형사6단독 박효송 판사 심리로 열린 강 전 대표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 2차 공판에선 전·현직 SPL 근로자 2명에 대한 증인 신문이 이뤄졌다.

이날 검찰은 첫 증인으로 A 씨를 불러 "당시 냉장 샌드위치 라인 관리 감독자는 누구였느냐"며 "근무 전에 근로자들에게 안전교육을 진행했느냐"고 질문했다.

A 씨는 약 3년 전부터 SPL에서 근무 중인 인물로, 이 사건이 발생할 당시 '냉장 샌드위치 라인'에 소속돼 있었다.

그는 "'고구마 케잌 라인' 소속 반장이 냉장 샌드위치 관리 감독까지 했었다"며 "두 라인 모두 생산3팀에 속해 있고, 근무자도 30명 내외여서 관리자를 소수 배치한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안전교육은 따로 없었다"며 "출근하고, 작업장에 들어가기 전 모이는 경우도 있었는데, 당일 전달 사항을 전파하고 출석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검찰은 A 씨에게 '안전교육 서명지'에 대해 캐물었다. '안전교육이 없었다'는 A 씨 주장과 달리, 안전교육을 받았다고 서명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에 A 씨는 "출근 때마다 서명했던 것 같은데, 아마 (회사가) 교육을 받았다는 증거를 남기려고 했던 것 같다"며 "다른 사람을 대신해 서명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수원지법 평택지원 전경. ⓒ News1

다른 증인 B 씨 역시 A 씨와 크게 다르지 않은 증언을 이어갔다. B 씨는 SPL에서 11년간 일하다 이 사건 발생 약 1년 5개월 전인 지난 2021년 5월쯤 퇴사한 바 있다.

그는 검찰이 "(회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안전교육 서명지에 대리 및 일괄 서명하는 것을 독촉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주로 주임들이 개인 혹은 단체로 공지했다"고 했다.

아울러 "작업자 서명이 있어야만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며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고 부연했다.

특히 B 씨는 SPL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생생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검찰의 "혼합기를 사용해 봤느냐"는 질문에 "보통 소스를 만들거나 반죽할 때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B 씨는 그러면서 "당일 생산량을 맞추려면 혼합기 날이 돌아가는 와중에도 손을 넣어 내용물이 뭉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사고 위험이 크지만, 회사는 알고도 묵인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B 씨는 △스팀교반기 외에는 덮개가 없는 점 △작업 속도를 위해 덮개를 개방해 두는 경우가 많은 점 △안전 교육이나 2인 1조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 등도 언급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 전 대표는 2022년 10월 15일 경기 평택시 SPL 제빵공장 냉장 샌드위치 라인 배합실에서 안전관리를 소홀히 해 근로자 A씨(당시 23세·여)가 샌드위치 소스혼합기에 빨려들어가 숨지게 한 혐의로 지난해 8월 기소됐다.

해당 사업장에서는 강 전 대표 취임 이후 동종의 기계끼임 사고가 2022년 6월과 8월 두 차례 발생한 데 이어 최근까지 모두 12차례의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해당 사업장은 적절한 안전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 다음 공판은 오는 7월 16일 오후 2시 30분에 열릴 예정이다.

한편 강 전 대표는 사고 발생 11개월 만이자 기소된 지 한 달 만인 지난해 9월 대표이사에서 자진 사임했다.

kk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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