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반대론 향한 반론들: 尹 민생 진정성 시험대➋

한정연 기자 2024. 5. 21.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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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반대론의 근거
“최저임금 올리면 저임금층 고생”
美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등에서
최저임금 인상 반대론에 반론

최저임금위원회가 21일 첫 전원위원회를 개최하고 논의를 시작했다. 지난해 최저임금은 물가 상승률보다 낮은 2.4%였다. 내년 최저임금 논의는 윤석열 정부가 4·10 총선 이후 약속한 '국민들이 체감하는 변화'가 무엇인지를 판가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尹 민생 진정성 시험대 두번째 편에서는 최근 최저임금 인상 찬반론의 근거를 검증했다.

서울시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최저임금 안내문이 놓여 있다. [사진=뉴시스]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찬반론은 항상 존재했다. 반대론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실업을 늘리고, 물가를 끌어올려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찬성론자들은 최저임금 상승으로 소비자 지출이 늘어나고, 사회안전망에 들어가는 비용이 줄어들어 경제 성장에 도움을 준다고 주장한다.

찬반론이 격화하면 때로 현실과 다른 무리한 주장까지 등장한다. 최저임금이 늘어나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더 증가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경영자 측 이익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이 지난 16일 발표한 '2023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 보고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근로자 비율이 2022년 12.7%에서 13.7%로 상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임금은 3개월 평균으로 계산하고, 근로시간은 1주일간 평균으로 계산하는 등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서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근로자의 비율은 2022년 3.4%에 불과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물가가 오르고, 이로 인해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더 늘어난다는 주장은 어떨까. 한국경제연구원이 2020년 6월 발표한 '최저임금이 물가상승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물가상승이나 일자리 상실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고, 최저임금을 완만하게 끌어올리는 게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는 근로자의 임금 상승에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보고서는 "최저임금 관련 노동자 비율이 1%포인트 상승하면 생산자물가지수가 0.77~1.68%, 주요 외식비는 0.11~1.23% 올라간다며,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분의 0.82~3.00%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이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2019년 최저임금은 10.90% 인상됐고, 전체 근로자의 25.0%인 500만5000명의 임금이 상승했다. 하지만 2019년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률은 0.0%에 머물렀다. 2020년에도 최저임금이 2.87% 인상돼 415만3000명의 임금이 상승했지만,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률은 -0.5%였다.

[자료 | 고용노동부]

미국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은 2008년 최저임금 인상이 민간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보고서는 "2007년 7월, 2008년 7월 두차례 연방 최저임금이 인상된 결과 소비자 지출이 49억 달러 증가했고, 2009년 7월 추가 인상으로 55억 달러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 근로자에게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소비자 지출을 늘려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시카고 연은은 "최저임금이 시간당 1달러 인상되자, 저임금 근로 가구가 1년에 2800달러를 추가로 지출했다"고 정리했다.

최저임금이 늘면 저소득 근로자들의 실업이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지난해 6월 "내년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3.95% 인상하면 최소 2만8000~6만9000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경협은 구체적으로 청년층 일자리가 1만8000개, 저소득층 일자리가 2만9000개, 근로자 5명 미만 소규모사업장 일자리 2만9000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경협 주장과 달리 최저임금을 물가 상승률보다도 낮은 2.4%로 책정해 실질 임금은 감소했지만, 기업들은 청년층 고용을 1년 내내 줄였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 청년취업자 수는 382만8000개로 전년 동월 대비 -8.5%였고, 2월에도 -6.1%, 3월에는 -13.1%까지 떨어졌다.

최저임금 인상이 실업을 자극하지 않는다는 증거는 많다. 마이클 라이히 UC버클리대학 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시간당 최저임금 15달러가 너무 높은가?'라는 논문의 워킹페이퍼에서 "캘리포니아주 최저임금이 2014년 8달러에서 8년 만에 87.5% 늘어나 이 지역 급여 인상이 관측됐지만, 심각한 실업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라이히 교수의 이 논문을 기반으로 캘리포니아주는 올해 4월 패스트푸드 업계 종사자의 최저임금을 시간당 20달러로 인상했다.

미국 최저임금 인상을 주도하는 제시카 라모스 민주당 상원의원. [사진=뉴시스]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국가의 사회안전망 비용을 감소시킨다는 주장도 있다. 라이히 UC버클리 교수는 논문에서 "2014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10.10달러로 인상하자 저소득층 식량 지원 프로그램인 SNAP 등록자가 36만명 줄어 연간 보조금 지출이 46억달러 감소됐다"고 주장했다.

아린드라짓 두베 매사추세츠대학(경제학) 교수는 2019년 발표한 '최저임금과 가구 소득 분배'라는 논문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 하위 30% 근로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정부의 저소득층 지원 프로그램 운영비를 줄여준다"고 주장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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