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PA의 파괴적 혁신은 ‘전권’ 가진 PM의 설계에서 시작한다”

이종현 기자 2024. 5. 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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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한국연구재단, 창립 15주년 특별포럼
혁신적·도전적 연구사업 위한 실행 방안 모색

국내에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연구개발(R&D) 시스템을 뿌리 내리려면 연구 사업을 관리하는 프로그램 매니저(PM)에게 전권을 주는 파격적인 과학기술 행정 혁신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정부의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한계도전형’ 과제를 총괄하는 기관을 별도로 세우고 PM에 대한 평가 제도와 인센티브 제도를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 제안도 제시됐다.

오상록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은 21일 오후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한국연구재단 창립 15주년 기념 특별포럼에서 “세계적인 R&D 혁신의 상징인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성공비결은 PM에게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고 유연한 조직체계를 갖춘 결과”라며 “한국도 PM이 목표 달성을 위해 세부과제 규모와 개수, 기간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DARPA는 인터넷이나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구글 맵스 같은 혁신적인 기술을 만들어낸 연구기관으로 파괴적 혁신의 대명사처럼 여겨진다. 오 원장은 이날 DARPA 성공 원인을 언급하며 “한국도 혁신·도전형 R&D 사업은 성공, 실패로 나누는 정량적인 목표 달성 기준을 탈피해 고위험 연구에 대한 부담을 낮추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은 21일 오후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새로운 혁신의 길, R&D 시스템 대전환’을 주제로 창립 15주년 기념 특별포럼을 개최했다./한국연구재단

포럼에 참석한 다른 과학기술계 인사들도 R&D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PM에게 전권을 주는 식의 획기적인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며 입을 모았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최영진 한국연구재단 한계도전전략센터장은 “PM에 대한 기술 지원을 할 전문가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경우 100명에 이르는 PM을 지원하는 민간 전문기관 ‘시스템엔지니어링기술지원(SETA)’이라는 조직을 두고 있다. 최 센터장은 “DARPA는 PM 한 명당 5명 내외의 외부 민간 전문가를 지원하고 있고, 연구비의 8.8%를 이 민간 전문가 조직 운영에 투입하면서 운영하고 있다”며 “한국도 이런 지원조직을 운영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안준모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도 “DARPA의 성공 비결도 최고 전문가의 과감한 의사결정에 있다”며 “최고의 전문가가 전권을 가지고 과제 선정과 진도, 성과관리를 책임지고, PM 관련 정보공시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국가 R&D 예산 30조원를 어떻게 쓸지 답을 해야 하지만 여러 유형 중 5%정도는 도전적 R&D를 해볼 수 있도록 실험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패널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PM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는 “PM이 과제의 선정과 평가의 전 과정을 책임질 수 있도록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남은 연구비를 다음 해로 이월할 수 있도록 과감히 ‘회계연도 일치’ 규정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현 교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한계도전형 과제를 총괄·관리하는 독립적인 기관과 연구개발특례법 제정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부사장 출신인 정민형 전 혁신도전프로젝트 추진단장은 기존의 ‘관(官)’ 주도의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민간 전문가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단장은 “정부의 R&D 프로세스가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이유는 공무원이 민간 전문가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혁신도전형 R&D 사업이 성공하려면 PM을 관리하는 별도의 독립적인 연구혁신기관을 만들어서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연봉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 에너지부와 미국과학재단에서 PM으로 일한 주경선 코네티컷주립대 교수는 “PM이 전권을 쥐고 결정하도록 하는 게 DARPA의 업무 방식”이라며 “다만 이런 방식은 기초과학에 적용하기는 어렵고, 기술 성숙도가 높은 산업에 접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영완 조선비즈 부국장은 “지금이 PM 제도 변화의 적기라고 생각한다”며 “PM 제도가 정착되면 PM이 언론과 국민을 상대로 왜 이런 연구가 필요한지 설명하는 기회를 많이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정책학회, 기술경영경제학회가 공동 주관한 이번 포럼은 혁신적·도전적 연구사업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주제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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