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 어선 신고하고 사람 구하고 배 복원까지 시킨 어업인들

조승현 기자 2024. 5. 2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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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새벽 5시 20분쯤 강원 속초시 대포항 동쪽 약 1.5km 해상에서 1.87톤급 자망 어선이 뒤집어졌습니다.

혼자 조업에 나섰다가 사고를 당한 70대 선장은 '일을 마치고 항구로 돌아가려고 준비하는데 선체로 물이 들어오면서 배가 전복됐다'고 해경에 말했습니다.

때마침 근처에서 조업 중이던 29톤 정치망 어선 '9대일호'가 뒤집어진 어선을 발견했습니다. "옆에 있던 어선이 전복돼 선장이 뒤집힌 배 위에 올라와 있다"며 곧장 해경에 신고했습니다. 신고 직후 9대일호는 전복된 어선 선장부터 구조했습니다. 그 뒤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현장에 남아 해경 상황실에 계속 정보를 전달했습니다.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는 배 안에 혹시 사람이 더 있는지 확인하려고 바다에 뛰어들었습니다. 다행히 추가 승선자는 없었습니다. 해경은 배가 가라앉는 것을 막기 위해 공기주머니 '리프트 백'을 설치했습니다.

보통 이 작업을 마치고 나면 서둘러 가까운 항구로 배를 끌고 가거나, 다시 원래대로 뒤집는 '복원'을 해야 합니다. 2차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어서입니다. 하지만 바다에서 전복 어선을 복원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작업을 할 수 있는 크레인이 필요한데, 어선을 뒤집을 정도로 힘이 센 크레인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9대일호 크레인을 이용해 전복된 어선 복원 작업에 나선 모습〈사진=속초해양경찰서 제공〉

이 대목에서 9대일호의 활약이 이어졌습니다. 정치망 어선이라 그물을 들어 올리는데 필요한 힘이 좋은 크레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9대일호의 도움으로 해경이 뒤집어진 배에 줄을 연결하고 현장에서 바로 복원에 성공했습니다. 9대일호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복원한 어선을 속초 대포항까지 직접 끌고 가기까지 했습니다.

최초 신고부터 항구로 돌아오는 데까지 2시간 정도가 걸렸습니다. 9대일호가 아니었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 거라고 해경은 설명했습니다. 또 구조된 선장은 건강에 이상이 없어 다시 평소처럼 조업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 역시도 9대일호의 빠른 조처가 아니었다면 안전을 장담할 수 없었을지 모릅니다.

속초 해경은 오늘(21일) 9대일호 선장 64세 최덕한 씨와 선원 40세 김혁수 씨, 39세 김필수 씨에게 감사장을 전달했습니다. 알고 보니 두 선원은 형제지간이었습니다. 선장 최 씨는 "사고 현장 가까이 있어 도움을 줄 수 있었다"며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고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다행이다."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속초 해경 박형민 서장은 "어업인들의 빠른 신고와 구조로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감사의 말을 직접 전했습니다.
속초해경이 9대일호 선장과 선원들에게 감사장을 전달하고 있다.〈사진=속초해양경찰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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