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R&D 좋은 선수들 많아…혁신하려면 히딩크 같은 '감독' 필요"

한국연구재단, 창립 15주년 기념 포럼 '새로운 혁신의 길, R&D 시스템 대전환'

‘새로운 혁신의 길, R&D 시스템 대전환’을 주제로 21일 열린 한국연구재단 창립 15주년 기념 특별포럼에서 오상록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장이 발제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제공) 2024.05.21 /뉴스1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히딩크라는 걸출한 감독을 뽑아 신뢰와 독립성을 부여해 월드컵 4강에 진출했었다. 한국에는 이미 좋은 연구·개발(R&D) 선수들이 있다. 지금은 좋은 감독이 필요하다"

오상록 한국과학기술원(KIST) 원장은 21일 한국연구재단이 개최한 창립 15주년 특별 포럼에서 R&D 패러다임 변화 필요성을 말했다.

오 원장은 "오랫동안 R&D 혁신하자고 많은 시도가 이뤄졌지만 실제 (기존 방식과) 차별점이 있었는지 과거 규제를 따르다 취지가 변색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할 지점이 있다"며 "한국은 연구를 각 분야에서 잘하는 선수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제는 세계 혁신을 선도한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한계 도전 R&D 책임 프로젝트 매니저(PM)의 유연한 활동을 보장하는 권한 부여,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 사업은 민간 전문가인 책임 PM에 연구 기획, 과제 관리, 평가 등을 주도하도록 맡겨 혁신적 기술 창출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오상록 원장은 "PM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게 한계를 뛰어넘는 기획, 최고 인재로 연구팀 구성 등 권한을 주고 감독을 돕는 코치팀을 지원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며 "그리고 지금까지 선수 양성에 R&D 자금을 많이 썼는데 감독의 자질을 가진 분을 뽑아 키워나가는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식 전환 측면에서는 국회와 정부 등에서 투입 대비 단기 성과만을 바라보는 것에서 영예로운 실패를 존중하는 것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며 "과학기술인들도 '안전한' 연구를 선호하지 않았는지 뒤돌아보고 본연의 야성을 되찾는 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준모 고려대학교 교수도 선도형 R&D를 뒷받침하려면 위험(리스크)을 감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봤다.

그는 "문화 상대론 연구를 보면 한국과 미국을 비교했을 때 한국은 위험을 회피하는 경향, 안정성을 선호하는 성향이 높다"며 "예산도 중요하지만 어떡하면 사람들이 도전할지, 도전하는 사람이 다치지 않도록 할지 정책을 구상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현재 법령에서는 PM이 자유로운 권한을 가지고 독립적 결정을 하기 어렵다. 한국적인 상황과 정서에 맞는 인센티브, 법 제도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단기적으로는 국가재정법이나 연구개발혁신법 등을 개정해 유연성을 확보하고 (혁신 R&D 사업에) 전체 R&D 예산의 5%가량을 안정적으로 지원해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광복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이 21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한국연구재단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제공) 2024.05.21 /뉴스1

포럼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광복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외부적으로는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했다. 이런 측면에서 혁신적이고 도전적 연구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eungjun24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