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비 속 옥상 난투극, 후끈 달아오른 칸의 밤

김유태 기자(ink@mk.co.kr) 2024. 5. 2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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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 '베테랑2' 10분 기립박수
서도철 형사 열연한 황정민
광역수사대팀까지 그대로
9년의 긴 간극 안 느껴져
사법체제 불신·양형기준 등
사회 메시지 던지면서도
진일보한 액션에 유머까지
21일(현지시간) 영화 '베테랑2' 상영 직후 류승완 감독, 배우 황정민·정해인(앞줄 오른쪽부터)이 박수를 치고 있다. 칸 김유태 기자

영화 '베테랑2'가 프랑스 남부도시 칸의 기온을 섭씨 3도쯤 높였다.

낮에 내린 비, 게다가 자정 넘은 한밤에 상영된 탓에 이날의 체감온도는 다소 서늘하게 느껴질 정도였지만, '베테랑2'가 상영된 뤼미에르 대극장의 2300명 관객은 스크린에서 뿜어져 나오는 '류승완표 액션'에 그야말로 감염됐기 때문이다.

상영 직후 객석의 엄청난 환호 속에 기립박수가 10분간 이어지면서, 류승완 감독은 '한국영화의 정체기란 얘기는 사실이 아님'을 천재적 연출력으로 또다시 증명해냈다.

21일(현지시간) 프랑스 제77회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자정 상영) 부문에 초청받아 세계 최초로 상영된 영화 '베테랑2(영문명 I, The Executioner)'는 1000만 관객 영화 '베테랑'을 잇는 속편이다. 2015년 개봉해 1341만명의 관객을 기록한 '베테랑'은 당시 90억원의 제작비로 1000억원 넘는 수익을 기록한 한국영화의 대표주자였다.

줄거리는 이렇다. 1편에 이어 배우 황정민이 서도철 형사로 열연하며 2편의 중심에 서고, 그를 비롯한 광역수사대라는 인물관계도도 그대로다.

동물적인 감각을 가진 광수대 형사 서도철은 서울 곳곳에서 벌어지는 다발성 살인이 실은 '범인이 같은 연쇄살인'임을 감지해낸다. 사망자들이 대개 자신이 과거 저질렀던 '가해의 방식'과 동일한 사인으로 죽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범인은 유튜브로 살인을 예고하기 시작한다. 미지의 범인은 이 사회의 양형 기준이 잘못됐다고, 심신미약으로 흉악범이 풀려나는 정신 빠진 사법 시스템을 정면 비판한다. '좋은 살인과 나쁜 살인은 과연 구분 가능한 문제일까?' 영화를 이해하는 핵심은 바로 그 점에 있다. 심각한 사회 메시지를 품은 영화임은 분명하지만, 유머와 액션으로 버무려 명작을 만들어내는 솜씨는 오직 류 감독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여기에 선으로도, 또 악으로도 규정이 불가능한 인물 박선우 형사가 '베테랑2'의 풍미를 돋운다. 배우 정해인이 열연한 박 형사에 대해선 어떤 예측도 하지 말고 객석에 앉는 것이 좋겠다. 섣부른 예측은 누구에게나 가능하겠지만, 영화는 그 이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베테랑2'의 액션은 '베테랑' 1편만이 아닌, 한국 액션영화의 계보를 다시 썼다는 평가가 가능할 정도로 진일보했다. 겨울 촬영임에도 장대비 속에서 촬영했다는 옥상 난투극 신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으로 예상된다. 심장을 조이는 수많은 '전투'는 반드시 극장에서 관람돼야만 한다.

류 감독은 이날 두 시간의 상영이 끝난 직후 2300명의 관객에게 10분간 기립박수를 받으며 환호성에 화답했다.

류 감독은 "이곳의 관객 여러분은 여기까지 오시는 데 얼마나 걸리셨는지를 묻고 싶다"며 "저는 이곳에 오는 데까지 50년(1973년생)이 걸렸다. '베테랑2'를 칸에서 처음 소개하는 기쁨을 뭐라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며 벅찬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특히 류 감독은 상영 전 입장하자마자 "아임 히어(I'm Here)"라고 크게 외쳐 웃음을 자아냈다. 류 감독의 칸 초청은 2005년 '주먹이 운다' 이후 19년 만이다.

류 감독에게서 마이크를 건네받은 배우 황정민은 "여러분들의 무한한 애정과 사랑, 감사의 마음을 담아 너무 좋은 기분으로 돌아가 이 따뜻함을 고국의 팬들께 전해드리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칸 레드카펫 위에 선 정해인은 상영 직전 뤼미에르 극장으로 들어서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2013년 데뷔 후 12년 만에 칸의 초청을 받은 데 대한 뜨거운 감격이었다.

영화 '베테랑2'는 전편의 성공 요인을 부드럽게 계승하면서도 전혀 다른 색채의 속편으로 귀결됐다. 가령 위장수사를 진행하는 오프닝 장면은 이번에도 이어지지만 색깔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판 뒤집혔다" "저 XX 싸움 XX 잘해"와 같은 1편 속 서도철 형사의 대사가 2편에서도 반복되는데, 이처럼 1편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도 영화 관람의 또 다른 재미가 될 듯하다.

[칸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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